“10년간 조연…스타 욕심버리니 되레 관심받기 시작”

대기만성형 배우 장희진

장희진(32)은 드라마에 출연할 때마다 조금씩 발전하는 배우다. 약간 특이한 대기만성형이다.

모델로 연예계에 데뷔한 장희진은 외모는 여신급이다. 외모만으로 주연을 맡는 게 관례인데, 그는 특이하게도 지난 10년간 조연을 맡았다.

조연의 숙명은 배역이 주로 악역이라는 점이다. 여자주인공을 시기질투하거나 화려한 스타 캐릭터나 화류계 여성 등으로 남자주인공의 외도가 그럴듯하게 보이도록 만들어야 한다. 장희진이 원래 원하지 않았던 배역이지만, 그런 배역에서 발군의 실력을 발휘해왔다. 분량에 비해 존재감이 큰 ‘신스틸러‘의 가능성을 보였었다.


“원래는 덤벙대고, 밝은 성격이다. 하지만 지난 10년간 조연 생활을 통해 주로 사연이 많은 캐릭터를 연기하니까 좀 차분해졌다. 예전에는 분량 욕심이 있었다. 스타가 되고 싶었다. 그랬더니 오히려 일이 잘 안 풀렸다. 고민을 통해 욕심을 버리고 내려놓았다. 그래서 작품을 선택하는 기준도 달라졌다. 스타가 되지 않아도 오래 연기하자고 마음먹으니 오히려 관심을 받기 시작했다.”

지난해 지상파 미니시리즈로 방송되기 힘든 장르물인 SBS ‘마을-아치아라의 비밀’ 섭외 당시 감독으로부터 “초반에만 나올 수도 있다”는 말을 들었다. 하지만 초반에 죽는 김혜진 역을 잘 연기하는 바람에 죽은 이후에도 갈수록 분량이 살아나, ‘마을’의 최대 수혜자가 됐다. 하지만 이 과실이 장희진에게 그냥 떨어진 건 아니다.

장르물이고 분량이 적더라도 김혜진의 죽음을 파헤치는 이야기라는 점에서 그 중심에 올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분량 욕심을 버리고 자신에게 필요한 이미지, 자신에게 어울리는 이미지를 생각하면서 캐릭터를 분출해냈다. 혜진 캐릭터는 ‘밤선비’ ‘세번 결혼하는 여자’등을 거치면서 발전된 모습으로 표현됐다. 특히 ‘세결녀’가 없었다면 ‘마을’의 장희진은 없었다고 했다. 연기를 통해 캐릭터를 표현하는 방식이 점점 쌓여가며 좋아지고 있다. 이게 연기 성장이다.

“20대에는 연예계의 위상과 나를 동일시했다. 지금은 생각이 달라졌다. 조연을 맡고 하지만 내 인생의 주인공이다. 일도 사랑도 가족도, 제 상태도 중요하다. 일만 하고싶지 않다. 좋은 사람을 만나서 교류하니까 사람들의 다양한 감정들도 공유하게 됐다.”

이제 장희진은 삼각관계의 단순한 한 여성 캐릭터가 아니라, 남자 주인공이 바람을 피는 상대역을 맡더라도, 자기 이야기가 있는 입체적이고 복합적인 캐릭터를 연기해 식상함을 피하고 있다. 그래서 앞으로도 장희진이 분량과 관계 없이 어떤 캐릭터를 맡아 어떻게 표현해낼 것인가가 크게 기대된다.

서병기 선임기자/wp@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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