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SBS 저녁 일일드라마 폐지 의미

SBS가 저녁 일일드라마를 폐지한다고 밝혔다. SBS는 10일 보도자료를 통해 “지상파 광고 시장 축소, 제작비 증가 등 국내외 방송 환경이 급변함에 따라 프로그램의 선택과 집중을 통한 방송 경영의 효율성을 제고할 예정이다”면서 “현재 방송되고 있는 ‘사랑은 방울방울’ 이후 해당 시간대에는 일일드라마를 편성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후속 편성은 결정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SBS는 1995년 ‘사랑의 찬가’를 시작으로 저녁 일일극 제작에 나섰다가 저조한 시청률로 2004년 10월부터 3년간 저녁 일일극을 중단했다. 그러다 2007년 ‘그 여자가 무서워’를 시작으로 저녁일일극 제작을 재개했다가 이번에 폐지하게 됐다.

저녁 7시대 일일극은 KBS를 제외하고는 경쟁력이 없다. KBS는 독특하게도 보수적인 시청층이 존재해 저녁 7시대 일일극 ‘다시첫사랑’(KBS2) 시청률이 24~25%, 8시대 일일극 ‘빛나라은수’(KBS1)가 모든 TV프로그램중 시청률 1위인 30~31%대의 시청률이 나온다.

하지만 SBS ‘사랑은 방울방울’은 줄곧 한자리수 시청률에 머물러 있다보니 광고도 잘 붙지 않는다. 그렇다고 드라마가 완성도가 높다는 등 의미를 갖는 것도 아니다. 매번 비슷한 내용과 PPL 남발에 자극적인 설정도 마다하지 않는다.

SBS가 저녁 일일극을 상업적으로 성공시킨 예는 시청률이30%에 육박했던 ‘아내의 유혹’(2008년) 정도다. 하지만 막장드라마라는 거센 비난도 동시에 받았다. 공감가는 가족물로 시청자의 사랑을 받는 일일극이 좀체 나오고 못하고 있다.

장기적으로 보면 저녁 일일극은 별 의미가 없다. 케이블채널과 웹드라마 등 경쟁채널과 다양한 형태의 플랫폼 출현 등 변화하는 미디어 환경에 따른 콘텐츠의 유연한 대처가 안되고 있다. 저녁 일일극으로 할만한 게 시트콤 정도가 있는데, 이 또한 만만치 않다.

긴축정책을 내세우는 방송사로서는 선택과 집중을 하는 게 맞다. 하지만 내달 첫방송되기로 예정돼 있던 ‘맛 좀 보실래요?’촬영을 불과 1주일 앞두고 제작 취소가 통보되는 등 매끄럽지 못한 뒷소식이 들린다. SBS가 하루 이틀 생각하고 폐지 결정을 내린 게 아닐텐데, 전체 대본 대본리딩과 회식까지 마친 배우들과 스태프들에게 이런 혼란을 주어서는 안된다.
wp@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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