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병기 연예톡톡]김남주의 백상 최우수연기상 수상의 의미

[헤럴드경제=서병기 선임기자]배우 김남주가 지난 3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 D홀에서 열린 제54회 백상예술대상 시상식에서 김선아, 김희선, 신혜선, 이보영 등 쟁쟁한 후보들과 경쟁을 벌인 끝에 TV부문 여자최우수연기상을 수상했다.

김남주는 JTBC ‘미스티’에서 정의를 추구하는 뉴스 앵커 고혜란을 맡아 최고의 연기를 보여주었다. “연기를 잘 했다”고 하자 “캐릭터가 너무 좋았다”고 했다.

완벽한 여성들의 워너비 캐릭터였다. 예능에서 여성 워너비가 ‘효리네민박’의 이효리라면, 드라마에서는 고혜란 역의 김남주였다. 당당하고, 진정한 걸크러시다. ‘센 캐릭터’와는 다르다. 김남주는 ‘미스티’ 출연 이후 “안티 팬이 없어지고, 2030팬이 생겼다. 중국과 태국에서도 팬이 생겼다”고 전했다.


아이들도 고혜란이 멋있다는 걸 알아봤는지, 김남주의 중1 딸인 라희는 “엄마, 학교에 고혜란 처럼 하고 와”라고 말했다고 한다.

김남주에게 “연기가 점점 원숙해지는 비결이 무엇인가”라고 묻자 “불우한 어린 시절을 보냈다. 결혼을 기점으로 아이를 낳고 엄마가 돼 아이들을 통해 희노애락을 느낀다. 또 연예계 생활을 하면서 느꼈던 아픔도 연기에 도움이 된다. 그런 경험들이 연기를 풍성하게 해준 것 같다”고 말했다.

김남주는 대표적인 과작(寡作) 배우다. 하지만 작품 하나 할 때마다 임팩트가 대단하다.그의 대표적인 이미지는 도회적인 여성이다. 2001년 ‘그 여자네 집’에서 인테리어 디자이너(미시족)를 연기한 이후 8년만에 출연한 ‘내조의 여왕’과 ‘역전의 여왕’ ‘넝쿨째 쿨러온 당신’ 세 작품을 내리 박지은 작가와 함께 하며 모두 성공시켰다.

도도하고 도회적인 퀸카 이미지가 망가진 ‘내조의 여왕’이 끝나자 그녀에게는 죄다 여왕 시리즈만 들어왔다. “나에게 아직 안써먹은 이미지가 있을텐데, 왜 계속 그 이미지만 사용하지?”


김남주는 작품 선택을 매우 잘한다. 들어오는 작품을 꼼꼼하게 분석한다. 자신에 맞는 작품, 자신이 잘할 수 있는 캐릭터가 아니면 거절했다. 영화 ‘카트’ 제작사 대표가 김남주에게 출연 제의를 했지만, 김남주는 “내가 노동자의 삶에 대해 잘 모른다. 그리고 (내 이미지로 볼때) 노동자처럼 생기지가 않았다“면서 ”내가 경험했던 것을 해야 한다. 힘들고 슬프고 아픈 게 없으면 연기 하기 힘들다”고 거절했다.

영화쪽에서도 시나리오가 많이 들어왔지만, 노출신이 있는 게 많아 자연히 영화 출연도 적어졌다. 그래서 결혼한 여성 역할로 드라마를 계속 하게 됐다. 이번 ‘미스티’를 선택하는 데도 시간이 걸렸다. 선택과 집중이 중요했다. 6년만의 복귀작이었다.

“조급하게 고르지 않는다. 오래 쉬었다고 아무 거나 골라서 하면 망한다. 떠밀려가는 것은 싫고, 내가 선택한 것은 최선을 다한다. ‘미스티’의 대본을 읽어보니 하고 싶어졌는데, 자신이 없었다. 피고름을 짜야 했다. 몸매가 완벽해야 했다. 자신이 없는데, 남편(김승우)이 잘할 것 같다고 말해줬다.”

‘미스티’ 촬영중에는 쓰러지기 일보 직전까지 갔다. 극중 국장실에서 내려올 때 몇번 넘어질 뻔 했다. 시청자가 생각하는 것보다 몇배는 고혜란스럽게 살았다.

‘미스티’를 촬영하면서 가끔 한나절 쉬는 시간이 주어지면, 김남주는 그 시간이 촬영때보다 훨씬 더 바쁘다. 음식 조절과 헬스때문이다. 말이 음식 조절이지, 하루에 계란 흰자 몇 개만 먹고 버텨야 했다. “살도 제일 많이 뺐고, 가장 열심히 했다. 평소 그 정도로 날씬하지는 않다.”

강훈 덕분에 김남주의 ‘옷빨’이 살아났다. 가는 팔뚝도 유지됐다. “역시 살을 빼면 옷빨이 산다”는 댓글이 달렸다. 김남주는 고혜란 앵커를 하면서 수많은 의상을 착용했다. 완판녀가 됐다.

김남주는 두 아이의 엄마 자리를 가장 중요시한다. “배우는 직업일 뿐, 혼이 있는 것도 아니고, 돈벌기 위해 일한 것인데…” 무슨 질문이건 솔직하게 말하는 그에게 우선 순위는 배우보다 엄마라는 자리다. 편안한 가정, 아이들의 교육이 그의 최대 관심사다.

‘미스티’를 할 때는 남편 김승우가 큰 도움을 줬다. 남편이 아이의 학교와 학원을 데려다주고 아이 둘을 데리고 일본 여행까지 갔다왔다. 김승우가 김남주에게 말했다.

“연기를 잘할 줄 알았지만 이렇게 잘할 줄은 물랐다. 이제 나 연기 좀 가르쳐줘라.”

/wp@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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