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전 대통령(왼쪽)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27일(현지시간) 미시간주에서 열린 민주당 및 공화당 대선 프라이머리(예비선거)에서 각각 대승을 거뒀다. [AP] |
[헤럴드경제=김영철 기자]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27일(현지시간) 미시간주에서 열린 민주당 및 공화당 대선 프라이머리(예비선거)에서 각각 대승을 거뒀다. 오는 3월 5일 대규모 대의원이 걸린 슈퍼화요일을 앞두고 진행된 양당의 경선에서 바이든 대통령과 트럼프 전 대통령이 압승 행진을 이어가면서 이변이 없는 한 11월 대선에서 재대결을 벌이게 될 것임을 재차 확인됐다.
다만 실질적 경쟁자가 없이 진행된 미시간주 프라이머리에서 바이든 대통령은 전통적 지지층인 아랍계 미국인의 민심 이반을, 트럼프 전 대통령은 당내 적지 않은 ‘반(反)트럼프 표심’이 존재한다는 것을 각각 확인하는 등 취약점도 드러났다.
바이든 대통령과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날 오후 9시(미국 동부시간) 미시간주 모든 지역에서 투표가 종료되자마자 민주당 및 공화당 경선 승리를 즉시 확정했다. 대다수의 투표소가 이날 오후 8시에 문을 닫고 개표에 들어간 가운데 두 사람은 초반부터 압도적인 표차로 다른 후보를 리드해 나가자 AP통신 등 미국 언론은 일제히 승리를 보도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EPA] |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밤 11시 기준 34%의 개표가 진행된 가운데 민주당 경선에서 80.3%의 득표율을 기록했다. 경쟁자인 메리앤 윌리엄슨 후보와 민주당 딘 필립스 하원의원의 득표율은 각각 3.0%, 2.8%에 그쳤다.
이번 민주당 프라이머리에서 관심을 모았던 ‘지지 후보 없음’은 13.8%(4만4349표)를 기록하고 있다. ‘지지 후보 없음’은 바이든 대통령의 대(對)중동 정책에 대한 항의 투표로 분석된다.
아랍계 미국인이 가장 많이 거주하는 미시간주에서는 가자지구를 공격하는 이스라엘에 대한 바이든 정부의 지원에 대한 항의 차원에서 ‘지지후보 없음’ 투표 운동이 진행됐다. 아랍계 미국인은 대체로 민주당을 지지해왔으나 이번에 민심 이반이 확인되면서 바이든 대통령의 재선 도전에도 경고등이 켜졌다.
대선 승패를 결정하는 경합주 가운데 한 곳인 미시간주는 바이든 대통령이 반드시 승리해야 하는 곳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2020년 대선에서 15만표 차로 트럼프 전 대통령을 이겼다. 그러나 트럼프 전 대통령이 승리했던 2016년 대선 때 민주당 힐러리 클린턴 후보와의 표차는 1만1000표에 불과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대선캠프에서 배포한 성명을 통해 “오늘 자신의 목소리를 낸 미시간 주민들에게 감사드린다”라면서도 ‘지지후보 없음’ 투표에 대해 직접적인 반응은 보이지 않았다.
바이든 대통령은 미시간주가 지난 대선 승리에 기여했다고 평가한 뒤 “아직 할 일이 많이 남아았다”면서 “자유, 노동자 가족, 민주주의를 위한 싸움에는 우리 모두가 함께 힘을 모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국 공화당 대선주자인 도널드 트럼프 미국 전 대통령. [AP] |
공화당 프라이머리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은 개표 45%가 진행된 가운데 67.2%의 득표율로 니키 헤일리 전 대사(27.8%)를 압도했다. 공화당에서 ‘지지 후보 없음’에 투표한 비율은 2.8%였다.
이는 전체 공화당 프라이머리 유권자 가운데 30% 정도가 여전히 트럼프 전 대통령을 지지하지 않고 있다는 의미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난 24일 헤일리 전 대사의 고향 사우스캐롤라이나를 포함해 공화당의 대선 후보 경선에서 압도적 승리를 이어가고 있다. 그러나 지지층 대부분은 ‘백인’, ‘50대 이상’, ‘대학 학위 미보유자’ 등에 집중돼 있으며 대선 본선의 승패에 중요한 교외 지역에서의 지지는 상대적으로 저조한 상태다.
공화당은 이날 프라이머리에 더해 다음 달 2일 미시간주에서 코커스(당원대회)도 개최한다. 전체 55명의 대의원 가운데 프라이머리 결과에서 16명, 코커스 결과에서 39명을 각각 배분한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프라이머리 결과에 대해 “우리가 예상한 것보다 훨씬 높은 수치”라면서 지지에 사의를 표했다. 그러면서 바이든 대통령을 겨냥해 “미국 역사상 최악이며 가장 무능하고 부패한 대통령”이라면서 “우리는 이것은 계속되게 둘 수 없다. 우리는 미시간에서 승리하고 전체(선거)에서 이길 것”이라고 말했다.
헤일리 전 대사는 캠프 대변인 명의 성명을 통해 민주당 경선에서의 ‘지지 후보 없음’ 투표에 대해 “많은 사람은 이것이 바이든이 11월 대선에서 취약하다는 신호라고 한다”면서 “그러나 트럼프는 (공화당 경선에서 유권자표의) 약 35%를 받지 못했다. 이는 11월 트럼프에 대한 경고 신호”라고 밝혔다.
민주당과 공화당은 미시간주에 이어 다음 달 5일 캘리포니아를 비롯해 10여개 주에서 프라이머리 및 코커스를 각각 진행한다.
공화당 내에서 후보사퇴 압박을 받는 헤일리 전 대사는 이날 미시간주 경선이 진행되는 와중에도 내달 5일 슈퍼화요일에 경선이 실시되는 콜로라도주를 방문해 유세를 벌였다.
바이든 대통령과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르면 다음 달 중하순께 대선 후보 확정에 필요한 충분한 대의원을 확보, 사실상 각 당의 후보로 확정될 것으로 전망된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왼쪽)과 미국 공화당 대선주자인 도널드 트럼프 미국 전 대통령. [AP]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