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인슈타인이 루스벨트 전 대통령에게 쓴 편지 [크리스티]

[헤럴드경제=이원율 기자]과학자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이 제2차 세계대전 발발 직전 프랭클린 루스벨트 당시 미국 대통령에게 나치의 '매우 위험한 폭탄(핵무기)' 개발 위험을 경고하기 위해 쓴 편지가 경매대에 오른다. 예상 낙찰가는 최소 400만달러(한화 약 55억원)에 이른다.

25일(현지시간)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 영국 가디언에 따르면 아인슈타인이 루스벨트 대통령에게 쓴 두 페이지 분량 편지가 오는 9월 미국 크리스티 경매장에 출품된다.

이 편지는 아인슈타인이 1939년 여름 당시 루스벨트 대통령에게 나치의 핵무기 개발 위험성에 대해 경고해달라는 미국 과학자들의 요청을 받고 쓴 것으로 알려졌다.

루스벨트 대통령이 실제로 받은 편지 원본은 뉴욕의 '루스벨트 도서관 및 박물관'에 있다.

이번 경매에 오른 편지는 동료 과학자인 레오 실라르드가 보관용으로 한 부 더 작성해 갖고 있었던 것이다. 루스벨트 대통령이 받은 편지보다는 길이가 조금 더 짧은 본이다.

아인슈타인은 실라르드의 도움을 받아 쓴 편지에서 나치가 원자력 에너지를 이용해 "매우 위험한 폭탄"을 만들기 전 미국이 먼저 원자력 연구에 투자해야 한다고 루스벨트 대통령에게 전했다.

그는 편지 첫 줄부터 "핵 물리학에서 최근 연구로 우라늄이 새로운 중요한 에너지원으로 바뀔 가능성이 높아졌다"며 핵개발 문제를 거론했다.

이어 "대량의 우라늄에서 핵 연쇄 반응을 일으키는 게 가능해질 수도 있다. (…) 그리고 이런 새로운 현상은 폭탄 제조로 이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아인슈타인의 편지를 본 루스벨트 대통령은 원자력 연구를 이한 위원회를 구성했다.

이는 이후 미국의 핵무기 개발을 이끈 '맨해튼 프로젝트'의 전신이 된다.

이 프로젝트에는 연구 책임자인 로버트 오펜하이머를 비롯해 리처드 파인먼, 엔리코 페르미, 존 폰 노이만 등 당대 최고의 과학자가 참여했다.

1945년 7월15일 미국 최초의 원자폭탄 실험이 이뤄졌고, 이 프로젝트로 제조된 위력 TNT 1만5000t의 원자폭탄인 '리틀보이'와 '팻맨'은 1945년 8월6일과 9일 일본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각각 떨어지게 된다. 그리고 폭탄 투하 6일 만인 8월15일, 일본이 항복을 선언하며 2차 대전은 끝을 맺는다.

'루스벨트 도서관 및 박물관'의 윌리엄 해리스 관장은 WSJ에 당시 아인슈타인은 전세계적 '슈퍼스타'였고, 루스벨트 대통령과도 각별한 사이였다며 아인슈타인에 대한 신뢰가 루스벨트 대통령이 행동에 나선 이유였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경매로 이 편지를 낙찰받은 마이크로소프트(MS)의 공동 창업자 폴 앨런은 2018년 세상을 떠날 때까지 이를 소장했다.

이번에 그의 유품들이 경매로 나오며 아인슈타인의 편지도 20여년만에 다시 세상에 나오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