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 호주머니로 세금 들어갈까” 주민등록증 디자인 변경에 싸늘한 여론

현행 주민등록증 디자인. [행정안전부]

[헤럴드경제=한지숙 기자] “업체 선정하는 거 똑똑히 지켜보자”, “매년 멀쩡한 보도블록 뒤집던 모습 떠오른다”, “전자지갑이 있는데 쓸데 없이….”

정부가 주민등록증 디자인을 25년 만에 변경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그 필요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민생도 어려운 마당에 한 푼이라도 아껴야 할 국민 세금을 굳이 불요불급해 보이는 사업에 써야하냐는 쓴 소리다.

28일 정부에 따르면 행정안전부와 문화체육관광부,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은 공동으로 새 주민등록증의 디자인을 오는 11월 18일부터 28일까지 공모를 진행한다.

공모는 디자인 전문가와 일반 국민으로 부문을 나눠 접수한다. 1단계 기획안 공모, 2단계 디자인 공모로 진행된다. 1단계에서는 디자인 기획 제안서와 참가자의 주요 실적을 바탕으로 6팀 안팎을 선정, 이들을 대상으로 내년 상반기 중 2단계 디자인 공모를 진행해 최종 1팀을 선정한다.

2단계 공모에 참여한 팀에는 보상비 300만원이 지급된다. 최종 선정 팀에는 주민등록증 새 디자인 개발에 참여할 수 있는 연구 용역 우선 협상 자격이 부여된다. 연구 용역비는 총 3300만원이다.

현행 주민등록증 디자인은 1999년 도입된 뒤 25년 간 바뀌지 않았다. 이름과 주민등록번호, 발급 일자만 알면 탈취할 수 있는 데다 유효 기간도 없어 빠르게 대처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있다. 전자 인식 기능이 없고 국제 표준과도 달라 다양한 맥락에서 사용하기 어렵다는 비판도 있다.

이런 지적을 고려해 행안부와 문체부는 민관 합동 주민등록증 개선 추진위원회를 결성, 지난달 국민과 디자인·역사 전문가 등이 참여한 '주민등록증디자인 개선 토론회'를 개최했다. 차세대 여권을 디자인한 김수정 서울대 디자인과 교수 등이 모여 새 주민등록증 디자인이 어때야 하는지에 대해 머리를 맞댔다.

다만 새 주민등록증을 금세 만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위변조 기술이 적용돼야 하고 각종 행정 시스템 개편도 맞물려야 해서다. 앞서 여권 디자인이 변경되는 데는 10년가량이 걸렸다.

앞으로 주민등록증 제작, 설비, 연구용역 등에 쓰일 세금도 적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 지난 2020년 디자인이 변경된 여권의 경우 제작을 위해 360억원을 들여 설비와 자재 등을 구입하고도 여권 제작을 위한 생산 인프라조차 제대로 구축하지 못해 최근 5년 간 648억원 규모의 여권을 외주 가공 맡긴 것이 드러나기도 했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구자근 국민의힘 의원이 한국조폐공사로부터 제출받은 '여권 개인정보면 제작 계약현황' 자료를 보면 2019년 이후 올해 상반기까지 생산된 차세대 여권의 개인정보면 1554만권 중 절반이 넘는 860만권(55.3%)이 싱가포르 기업 탈레스에서 제작됐다. 외주 가공 규모는 648억 2519만원으로 집계됐다.

2019년 이후 올해 상반기까지 차세대 여권의 개인정보면은 모두 1554만권이 생산됐다. 이 가운데 조폐공사가 자체 제작한 건은 전체의 44.6%인 694만권에 불과했다.

각종 포털과 온라인커뮤니티 등에는 주민등록증 디자인 변경에 대한 부정적인 반응이 잇따르고 있다.

한 누리꾼은 "업체 선정하는 거 똑똑히 지켜봐야 한다. 모바일 주민등록증이 생기면서 현물 민증이 점점 필요 없어지는 와중에 갑자기 민증 디자인을 바꾼다고?"라며 의문을 제기했다. 또 다른 누리꾼은 "각 정부부처 마스코트 변경에 경찰복장도 변경했고, 여권도 바뀌었고 이제는 주민등록증 바꾸는 구나. 일련의 모습을 어디서 본 적 없나"라며 "매년 멀쩡한 보도블록, 도로 정비한답시고 뒤집던 모습. 이번에는 또 누구 호주머니로 세금이 들어갈까. 이런 쓸데 없는 예산집행으로 정작 필요한 곳에 예산 배정이 안되고 있잖아"라고 우려했다.

이밖에 "당장 먹고사는 게 걱정인데 겉만 번드르르 바뀌는 빛좋은 개살구", "주민등록증 디자인 때문에 불편한 사람은 아무도 없을 텐데 왜 바꾸냐", "예산이 남아도나" 등의 반응이 줄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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