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 후가 두렵다” 미국인들 불안 고조…선거인단 회의도 철통 보안 [美 대선 D-Day]

미국 민주당 대선 후보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왼쪽)과 공화당 대선 후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오른쪽). [AFP]

[헤럴드경제=정목희 기자]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일부 지지자들이 민주당의 선거 사기를 기정사실화하며 4년 전과 같은 폭력 사태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이에 선거인단 회의에서는 폭력 시위가 벌어질 가능성에 대비해 보안을 강화 중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선거일이 임박하면서 ‘부정선거’ 의혹을 수시로 제기했다. 패배할 경우 불복하기 위해 명분을 쌓고 있다는 관측이다. 이에 유권자들은 “양 진영 간 긴장이 고조되고 폭력이 예상될까 봐 걱정된다”며 우려하고 있다.

트럼프 지지자들은 트럼프를 겨냥한 두 번의 암살 시도로 우려가 높아졌다. 여기에 트럼프 전 대통령은 “큰 차이로 앞서고 있다. 우리를 막을 수 있는 유일한 것은 부정행위”라고 주장하며 지지자들의 불안을 조장하고 있다.

민주당 대선 후보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에게 사전투표한 트렌니는 4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지금 할 수 있는 건 불안을 진정시키는 것 뿐”이라며 “선거 후에 무슨 일이 벌어질지 두렵다”고 말했다.

디트로이트의 해리스 지지자인 셰리 다그노그는 트럼프의 선동적인 수사로 어떤 결과가 일어날지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다그노그는 “마치 그는 폭력에 불을 지피는 것 같다. 무섭다”고 했다.

트럼프 지지자 중 일부는 해리스 부통령이 패배할 경우 폭동이 일어날 것이 두렵다고 밝혔다. 노스캐롤라이나주에 거주하고 있는 릴리안 홀은 “트럼프가 승리하면 해리스와 해리스 지지자들이 분노를 보게 될 거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지난달 16~21일 로이터통신이 진행한 설문조사에서 응답한 등록 유권자들의 약 74%는 극단주의자들이 선거 결과에 불만을 품을 경우 폭력 행위를 저지를 것으로 우려된다고 답했다. 민주당 지지자의 90%가 이 같은 우려를 표했고, 공화당 지지자는 64%, 무소속은 77%가 같은 답변을 했다.

대선 불복 시 벌어질 폭동 우려로 인해 선거인단 회의도 엄격히 통제됐다. 몇 달에 걸쳐 주 및 지역 법 집행기관과 협력해 12월 미국 50개 주와 워싱턴 D.C.에서 동시에 열릴 선거인단 회의 준비를 삼엄한 경계 속에 진행해 왔다. 과거 축제 분위기에서 개방적이었던 행사였던 것과는 달리, 현재는 대중의 접근이 크게 제한되고 있다.

미국 대통령 선거를 하루 앞두고 4일(현지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웨스트팜비치에서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지지자들이 모여들면서 사람들이 몸싸움을 벌이고 있다. [로이터]

미국 연방수사국(FBI)은 폭력사태에 대비해 전국에 현장 지휘소를 설치하기로 했다. 미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FBI가 워싱턴DC 본부와 전국 각 지역에 폭력사태 확산에 대비한 현장지휘소(CP)를 설치하고 있다”면서 “이를 통해 선거 방해 행위 발생 여부를 감시하고 그 대응에 나설 것”이라고 전했다. FBI는 본부 CP를 중심으로 각 지역의 상황을 분석·평가하고 현장 CP 요원과 각 지방 경찰 간 공조를 통해 선거사범 및 폭력 사태 대응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각 지역 주정부와 카운티, 선거사무소도 잇달아 보안을 강화해 극단적 시나리오에 대비하고 있다. 에이드리언 폰테스 애리조나주 총무장관은 공격받는 상황에 대비해 방탄복을 착용한 채 근무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우리는 이 상황을 매우 진지하게 받아들이고 있다”며 “언젠가 축제 분위기가 되겠지만 올해는 국내 테러의 위협이 크다”고 밝혔다.

일부 카운티는 투표소 직원에게 비상사태에 대응할 수 있는 ‘패닉 버튼’을 나눠주고 있다. 조지아주 최대 카운티인 풀턴카운티의 레지나 윌터 홍보담당자는 “패닉 버튼도 고려했으나 다양한 사안에 대비하려면 문자 전송 시스템이 낫다고 판단해 이를 도입했다”고 말했다. 조지아주도 의회 건물 주변 철책을 한층 강화했다.

미 사법당국은 매년 선거 때마다 유권자들에 대한 협박이나 시민권 침해 등의 범죄 행위 여부를 감시하고 있다. 특히 올 대선의 경우 집권 공화당과 민주당 간의 정파 갈등이 심화된 데다, 앞서 각 지역에서 벌어졌던 인종차별 반대 시위가 폭력 사태로 번졌던 점 등을 감안할 때 여느 때보다 폭력 사태 가능성이 크다는 게 당국자들의 판단이다.

2020년 대선 결과에 불복해 이듬해 1월 6일 의회의사당 난입 사건의 원인을 제공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날 펜실베이니아 리티츠 유세에서 그해 선거가 조작됐다는 주장을 되풀이했다. 그는 “솔직히 말해 나는(백악관에서) 나오지 말아야 했다”고 하는 한편, 기자들을 향해 “(유리 너머에 있는 것은) 가짜뉴스”라며 “총격을 당해도 신경쓰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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