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SK회장이 8일(현지시간) CES 2025가 개최된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있다. [SK 제공]

젠슨 황 엔비디아 CEO가 지난 7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25에서 기자간담회를 진행하고 있다. 김민지 기자

[헤럴드경제(라스베이거스)=한영대·김현일 기자] 세계 인공지능(AI) 반도체 시장을 이끌고 있는 엔비디아와 여기에 고대역폭메모리(HBM)를 납품하고 있는 SK의 협력이 반도체 외 영역으로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세계 최대 가전·IT 전시회 CES 2025가 열리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젠슨 황 엔비디아 대표이사(CEO)와 회동을 갖고 로봇 분야에서도 협업을 약속했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미래 로봇에 있어서 AI가 핵심 기술인 만큼 양사의 AI 동맹이 다각화되는 모습이다.

최 회장은 8일(현지시간) 황 CEO와 회동 후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젠슨 황 CEO와 로봇 등 피지컬 AI 분야에서 의견을 교환했다”고 밝혔다. 피지컬(physical·물리적) AI는 로봇, 자율주행 모빌리티 등과 같은 하드웨어서 탑재되는 AI를 가리킨다. 챗GPT 등의 지능·연산에 필요한 AI와 달리 달리 물리적인 활동·이동시 필요한 기술이라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최태원 SK 회장이 8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CES 2025에 참석, SK 부스에 마련된 SKC 글라스기판을 살펴보고 있다. 김현일 기자

최 회장의 이날 ‘로봇 협업’ 발언은 황 CEO가 이번 CES에서 AI 기술의 다음 화두로 로봇을 지목한 뒤 나온 것이라 더 주목을 받고 있다. 황 CEO는 지난 6일(현지시간) CES 2025 기조연설에서 새로운 피지컬 AI 개발 플랫폼인 코스모스(Cosmos)를 출시한다고 밝힌 바 있다. 코스모스는 로봇 등이 현실의 방대한 데이터를 학습할 수 있게 지원하는 플랫폼이다. 황 CEO는 “로봇 공학을 위한 챗GPT의 시대가 다가오고 있다”며 “대규모 언어 모델(LLM)과 마찬가지로 코스모스는 로봇 및 자율주행차량의 개발을 발전시키는 데 기본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처럼 엔비디와 SK의 파트너십이 강화되고 있는 데에는 SK하이닉스의 HBM 공급이 성공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데에 기초를 두고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최 회장은 이날 간담회에서 “과거에는 SK하이닉스 반도체 개발 속도가 엔비디아 제품 개발 속도보다 뒤처졌고, 엔비디아가 SK하이닉스에 제품을 빨리 개발해달라고 요구했다”며 “최근에는 SK하이닉스 개발 속도가 엔비디아 요구를 뛰어 넘고 있다”고 자신감을 피력하기도 했다.

최 회장은 이날 CES 부스 투어도 진행했다. 이날 투어에는 곽노정 SK하이닉스 대표이사 사장과 유영상 SK텔레콤(SKT) 대표이사 사장, 최성환 SK네트웍스 사업총괄 사장 등이 동행했다. 최 회장과 경영진들은 이날 SK 부스에서 SK의 AI 종합 솔루션을 면밀히 살펴봤다. SK는 글로벌 AI 시장이 성장하는 트렌드를 고려, 올해 CES에서 AI 혁신 기술을 선보였다. SK하이닉스가 세계 최초를 목표로 개발 중인 HBM3E 16단, SKT의 AI 에이전트 에스터, SKC의 반도체 소재인 글라스기판 등이 대표적이다.

최태원(왼쪽 세번째) SK 회장과 한종희(왼쪽 두번쨰) 삼성전자 부회장이 8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25에서 삼성 부스를 살펴보고 있다. 김현일 기자

최 회장은 글라스기판 설명을 듣고 난 뒤 SKC 자회사 앱솔릭스 경영진이 해당 제품을 건네자 손에 들어보이면서 “방금 팔고 왔다”고 말했다. 글라스기판은 대규모 데이터를 처리하는 AI 서버 속도를 끌어올릴 솔루션으로 주목받고 있다. 앱솔릭스는 지난해 미국에 글라스기판 공장을 준공, 연내 상업화를 추진할 계획이다. SKT의 에스터에 대해서는 “기초 모델이 어떻게 되는건가”, “오픈 AI 등과 묶어서 한다는 건 어떤 의미인가” 등 질문을 이어가며 관심을 보였다.

최 회장은 SK 부스에 20여분 머문 이후 삼성전자 부스로 발걸음을 옮겼다. 삼성전자 부스에서는 한종희 삼성전자 대표이사 부회장과 인사를 나눈 후 약 30분 동안 삼성의 AI 솔루션을 살펴봤다. 부스 투어 도중 한 부회장이 오는 22일 삼성 스마트폰 신제품인 갤럭시S25가 출시된다는 사실을 밝히면서 “신제품이 출시되면 기존에 썼던 기능보다 훨씬 더 업그레이드된 AI가 적용된 기술이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자 최태원 회장은 “또 스마트폰을 바꿔야 겠네”라고 말하며 웃음을 자아냈다.

최 회장이 삼성 부스에서 가장 유심있게 살펴본 기술은 스마트오피스이다. 스마트오피스는 사무실의 에너지 사용 현황을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솔루션이다. 최 회장은 삼성 관계자 설명을 들으면서 “엘리베이터는 어떻게 운영되는 것이지”라며 관심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