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의 대반전 드라마…서울 꺾고 2036 올림픽 국내 후보지 선정 “이젠 국제경쟁에서 승리할 차례”

체육회 대의원 61표 중 49표 ‘80% 지지’

지방 연대 통한 ‘국가 균형 발전’ 콘셉트로

‘경험·인프라’ 내세운 서울 큰 격차로 제압

김관영 지사 “책임감 막중, 국제경쟁 시작”

 

김관영(오른쪽) 전북지사가 28일 전북이 서울을 꺾고 2036년 하계올림픽대회 유치 후보 도시에 선정된 후 유승민 대한체육회장의 축하 인사를 받으며 활짝 웃고 있다. [뉴시스]

[헤럴드경제=조범자 기자] 전라북도가 서울을 제치고 2036년 하계 올림픽 유치에 도전할 국내 후보지로 선정됐다.

전북은 28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파크텔에서 열린 대한체육회 2025년도 정기대의원총회에서 진행된 2036 올림픽 유치 국내 후보지 선정 투표에서 총 61표 중 49표(80%)를 얻어 서울(11표)을 꺾었다. 무효 표는 1표.

이로써 전북은 대한민국을 대표해 1988년 서울 올림픽 이후 48년 만의 하계 올림픽 유치에 도전장을 내게 됐다.

김관영 지사는 유치도시로 선정된 후 “전통문화와 첨단기술을 결합한 세계적인 문화올림픽을 준비해 지역과 국가 발전의 핵심 동력으로 삼겠다”며 “막중한 책임감을 갖고 주요 경쟁국과의 경쟁에 본격적으로 임하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예상을 뒤엎은 압도적 승리이자 대반전 드라마였다.

전북은 당초 인지도와 인프라, 재정적인 면에서 모두 서울에 뒤지며 선정 가능성이 낮게 점쳐졌다. 올림픽 유치 활동도 서울보다 늦게 시작했다. 하지만 전북은 최근 올림픽 유치 도시들의 콘셉트인 ‘지방 도시 연대’를 통한 국가 균형 발전 실현에 초점을 맞춰 총력전을 펼쳤다. 김관영 지사는 “대역전 드라마가 나올 수 있다”고 자신했다.

전북은 올림픽 유치에 성공하면 육상 경기를 대구스타디움에서 개최하고, 광주(국제양궁장·남부대 시립국제수영장), 충남 홍성(충남 국제테니스장), 충북 청주(청주다목적실내체육관), 전남 고흥(남열해돋이해수욕장) 등에서 분산 개최한다는 계획을 내세웠다.

이는 IOC가 지향하는 인접 도시 연대를 통한 비용 절감 요구에 부합했다. 또 수도권에 집중된 인프라·경제력의 분산으로 균형 발전에 새로운 모델을 제시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전북도는 이회택 한국OB축구회장과 ‘탁구 여왕’ 현정화 한국마사회 감독을 비롯해 박성현(양궁)과 김동문(배드민턴), 유인탁(레슬링) 등을 홍보대사로 위촉해 열띤 홍보전을 펼쳤다. 이들은 “K-문화의 수도인 전북에서 180만 도민의 올림픽 유치 염원이 커지고 있다”며 “서울이 아닌 비수도권인 전북에서 역사, 전통, 혁신이 어우러진 성공적인 미래형 올림픽을 치러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날 직접 PT에 나선 김관영 전북지사는 “우리나라 전국단위 스포츠 경기의 88.5%가 수도권 외의 지역에서 열리고 있다. 호주가 세 차례 올림픽을 개최하면서 멜버른, 시드니, 브리즈번으로 옮겨가면서 한 것도 나라의 균형 발전을 꾀한 것”이라고 지지를 호소했다.

결국 대의원들은 국가 균형 발전과 지방도시 연대라는 전북의 새로운 올림픽 모델에 압도적인 힘을 실었다.

서울은 1988년 서울 올림픽을 성공적으로 개최한 경험과 스포츠 시설은 물론 교통·숙박 등 모든 인프라가 잘 갖춰진 경쟁력을 부각했으나 전북에 예상 밖의 큰 표 차로 밀렸다.

전라북도 체육인들이 28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파크텔에서 2036 하계 올림픽 국내 유치를 기원하고 있다. [뉴시스]

대한체육회와 유치신청 도시 협약서를 체결한 전북은 이제 다른 국가의 후보 도시와 본격적인 경쟁에 뛰어든다.

현재 2036년 하계 올림픽 유치 의사를 보인 도시는 인도 아마다바드-뉴델리, 인도네시아 누산타라, 독일 베를린, 튀르키예 이스탄불, 칠레 산티아고 등으로 알려져 있다. 또 2022년 축구 월드컵을 개최했던 카타르와 ‘오일 머니’를 앞세운 사우디아라비아도 유치 의사를 표명했다.

하계올림픽이 2024년 프랑스 파리, 2028년 미국 로스앤젤레스, 2032년 호주 브리즈번 순서로 개최됨에따라 대륙 안배를 고려할 경우 2036년 올림픽 개최지는 아시아 도시가 유력하다는 전망이다. 개최 도시 선정 일정은 미정이지만, IOC 미래유치위원회는 “2026년 또는 2027년에 결정될 수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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