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범’ 여배우 네 명이 그린 미스테리 스릴러…“선천적 싸이코패스 기질에 주목”

12일 개봉 영화 ‘침범’
아역배우 기소유, 악마로 태어난 아이 ‘소현’역
영화 첫 데뷔한 곽선영, 스릴러 처음인 권유리

 

배우 이설(왼쪽부터), 권유리, 기소유, 곽선영이 5일 오후 서울 용산구 CGV용산아이파크몰에서 열린 영화 ‘침범’ 언론시사회 및 기자간담회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이민경 기자] “‘소현’이는 선천적인 싸이코패스라고 해야하나요. 애초부터 ‘악마로 태어난 아이’라는 설정이었어요.”(김여정 감독)

키가 1m가 될까말까 한 바가지머리의 7살 여자아이가 극 전체의 긴장감을 쥐락펴락한다. 공허한 눈빛부터 비열하게 올라가는 한쪽 입꼬리, 악에 받친 고성의 비명까지 싸이코패스의 기질을 톡톡히 전달한다. ‘소현’을 연기한 아역배우 기소유와 더불어 그의 엄마 ‘영은’역의 곽선영, 그리고 20년 뒤 등장하는 ‘김민’ 역의 권유리, ‘박해영’ 역의 이설까지 네 명의 여배우가 팽팽한 긴장감을 끌고가는 스릴러 영화 ‘침범’이 오는 12일 개봉한다.

배우 기소유가 5일 오후 서울 용산구 CGV용산아이파크몰에서 열린 영화 ‘침범’ 언론시사회 및 기자간담회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연합

함께 ‘침범’의 시나리오를 쓰고 공동연출한 김여정, 이정찬 감독과 출연 배우 곽선영, 권유리, 이설이 5일 오후 서울 용산구 CGV용산에서 진행된 기자간담회에서 영화의 제작과정 전반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두 명의 감독이 공동연출하게 된 계기에 대해 김 감독은 “각자 쓰고있던 시나리오가 있었는데 주제나 캐릭터면에서 비슷한 면이 있었다. 같이 만들어보자는 이야기가 나와서 시작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11년 지기 친구인 김 감독과 이 감독이 프리프로덕션과정에서 치열한 논의를 끝낸 덕에 촬영은 ‘두 개의 CPU’에도 불구하고 수월하게 흘러갈 수 있었다고 한다.

영화는 크게 어린 소현과 그의 엄마 은영의 이야기가 전개되는 초반부와 민과 해영이 등장하는 후반부로 나눌 수 있다. 민과 해영 중 누가 어른이 된 소현일지 웬만해선 단정할 수 없다.

전반부 내내 긴장감이 계속해서 고조될 정도로 평범하지 않은 아이 ‘소현’을 너무나 잘 표현해냈기에 아역배우 기소유 양에 대한 관심도가 높다. 연기 후 트라우마는 없었는지도 그 중 한가지 질문이었다.

김 감독은 “당시 소유가 7살이었고 지금은 9살인데, 당연히 아이가 영화(내용)에서 영향받지 않고, 소현이에 감정이입을 하지 않도록 경계하며 주의를 기울였다”면서 “영화의 전체적인 줄거리를 이야기 해주지 않고 장면 별로 나눠서 ‘피상적’인 디렉팅을 줬다”고 설명했다.

곽선영은 키우기에 너무나 벅찬 아이 ‘소현’ 때문에 매순간 신경이 곤두서있고 녹초가 된 엄마 ‘영은’을 연기한다. 데뷔 20년차인 곽선영에게 ‘침범’은 첫번째 영화가 됐다. 그는 “그동안 주변에서 왜 영화를 안하느냐는 질문을 많이 받았는데, 저는 그때그때 주어진 역할을 열심히 해왔다. 단지 기회가 안 닿았을 뿐”이라면서 “아무래도 ‘침범’으로 첫 영화를 하려고 그렇게 됐던 것 같다. 너무 감사하다”고 소감을 밝혔다.

배우 곽선영이 5일 오후 서울 용산구 CGV용산아이파크몰에서 열린 영화 ‘침범’ 언론시사회 및 기자간담회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연합

영은은 자고 있는 자신의 다리를 몰래 칼로 베고, 키우던 강아지를 아파트 베란다에서 던져 죽이고, 주기적으로 닭을 죽여 피를 봐야하는 아이 소현을 홀로 키운다. 남편은 악마같은 아이에 질려 이혼하고 도망가버렸다.

영은이 옆방에서 자고 있는 아이가 무서워 잠도 제대로 못자면서도 시설에 맡기거나 도망가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곽선영은 “모성이 분명 한 이유일거다. 하지만 그 외에도 ‘남에게 보여지는 보통의 삶을 지키기 위해서’라거나 ‘그동안 고생 많이 했는데 조금만 더 노력해보자’는 미련일 수도 있고, 아니면 얼마 못갔지만 ‘평범하고 행복했던 시절로 돌아가고’ 싶어하는 그런 감정일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영화의 제목 ‘침범’도 영은의 고군분투와 연관돼있다. 이 감독은 “선천적으로 싸이코패스 기질을 타고난 애들이 있는데, 여러 제반 조건이 그런 기질을 제어하는 방향으로 잘 발현되면 보통사람처럼 살아갈 수 있지만 소현의 경우에는 잘 안 풀린 케이스”라며 “이 아이가 다른 사람의 일상에 균열을 일으킬 정도로 침범을 불러올 때 어떻게 해쳐나갈 수 있을까를 고민하며 제목을 짓게 됐다”고 밝혔다.

배우 권유리가 5일 오후 서울 용산구 CGV용산아이파크몰에서 열린 영화 ‘침범’ 언론시사회 및 기자간담회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연합

악마처럼 교활하게 유치원 친구들을 괴롭히고 어른까지 조종하는 소현을 더이상은 감당할 수 없겠다고 결심한 영은은 자신이 강사로 일하는 수영장에 아이를 데리고 간다. 하지만 그가 의도한 바는 모두 실패하고, 소현만 살아남아 수영장 밖으로 떠난다.

그리고 20년이 지나고 고독사청소업체에서 일하는 ‘민’이 등장한다. 부모없이 시설에 들어와 ‘이모’를 만난 그는 이모 부부가 하는 청소업체에서 일하고 같은 집에서 먹고, 자며 식구처럼 지낸다. 소현이 이름을 바꾼 것인가 의심하게 되는 인물이다.

민을 연기한 권유리는 “평소 ‘그것이 알고싶다’를 애청하고 온갖 기이한 사건 사고를 담은 뉴스는 다 찾아볼만큼 스릴러 장르를 좋아한다”며 “갑자기 귀신이 튀어 나오는 것보다 추리하고 추적하는 긴장감을 일으키는 그런 장르를 좋아한다. 이 장르속의 한 인물이 되어서 같이 작업해서 좋았다”고 말했다.

일이 워낙 고되고 험한 탓에 새 인력 충원이 어려운 가운데 민과 비슷한 또래의 ‘해영’이 지원한다. 그 역시 부산의 한 보육원에서 자란 고아라고 스스로를 소개한다.

해영 역의 이설은 “감독님 두 분과 집이 엄청 가까워서 영화 준비하는 내내, 촬영하면서도 자주 만나서 대화를 나눴다”면서 “감독님들이 추천해준 영화 ‘하녀’(1960)와 ‘펄’(2022), ‘퍼니게임’(1997)을 보면서, 어떤 방향성을 원하시는지 찾고 고민하면서 촬영했다”고 말했다.

배우 이설이 5일 오후 서울 용산구 CGV용산아이파크몰에서 열린 영화 ‘침범’ 언론시사회 및 기자간담회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연합

‘민’과 ‘해영’ 모두 장난 아닌 성격이다. 둘이 서로 기싸움을 벌일 때마다 손에 땀을 쥘 정도로 긴장감이 넘친다. 둘 중 누가 소현이 신분을 속이고 살고 있는 인물인지를 관객은 매순간 고민하게 된다.

권유리는 “부산국제영화제 때 처음으로 완성된 영화를 보고 그때 많이 울었었다”면서 “저는 민과 소현이에 더불어 영은과 해영이까지도 다 공감이 갔다. 안쓰러웠다”고 밝혔다.

이설은 “저도 처음에 시나리오를 받고 느꼈던 마음이 ‘안타까움’이었다”면서 “해영과 소연이 모두 이해하기 어려운 인물로 보일 수 있지만 저는 온 마음으로 그 아이들을 이해해야했다”고 말했다.

네 명의 여배우를 캐스팅한 이유에 대해 감독들은 “대안이 없었다”고 입을 모았다.

김 감독은 “냉미녀 느낌이 강한 선영 배우와 꼭 이 작품을 같이 하고 싶었다. 평소 팬이었다”면서 “소유 양은 성인 연기자 못지않은 훌륭한 감정표현을 하는 배우”라고 극찬했다.

이 감독도 “소녀시대 멤버로 워낙 세계적으로도 유명한 권유리 배우를 실제로 만나보니 오랜 시간 탑급 연예인으로서의 외로움이 보였다. 외로운 모습이 ‘민’과 비슷하다고 느꼈다”며 “이설 배우는 그동안 독립영화에서 시크한 역을 많이 했는데 실제로 보면 웃을 때 아기사자같고 통통튀는 매력이 있다. 해맑지만 뭔가를 감추고 있는 느낌이 ‘해영’과 잘 맞을 것 같았다”고 설명했다.

쫀쫀한 미스테리 스릴러 영화 ‘침범’은 오는 12일 개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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