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처 간 갈등에 통신사 희생양”
“공정위 권력남용·방통위 방어 못한 책임론” 주장도
![]() |
서울시내 한 휴대폰 매장 앞을 시민이 지나고 있다. [이상섭 기자] |
[헤럴드경제=박세정 기자] 이동통신 3사의 판매장려금 담합 처분을 놓고 공정거래위원회와 방송통신위원회의 충돌이 ‘점입가경’으로 치닫고 있다. 부처 간의 ‘밥그릇’ 다툼으로 인해, 오락가락 정책에 휘둘린 통신사들만 희생양이 됐다는 지적까지 나온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공정위가 이통3사에 판매장려금 담합 행위로 1140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하면서 공정위와 불법 보조금 감시 주무부처인 방통위 간의 부처 갈등이 심화하고 있다.
▶공정위·방통위 엇박자…부처 갈등 극명, 이례적= 공정위는 통신 3사가 번호이동 순증감 건수가 특정 사업자에게 편중되지 않도록 상호 조정하기로 담합한 것으로 보고 과징금 처분을 내렸다. 반면, 통신사들은 판매장려금을 30만원으로 제한한 방통위의 규제에 따랐을 뿐이라며, 과징금에 불복해 행정소송을 예고했다.
업계에서는 공정위의 이번 조치를 놓고 부처 간의 갈등이 극명하게 드러난 이례적인 일로 보고 있다. 방통위가 “담합이 아니다”는 의견서까지 공정위에 전달했지만, 결과적으로 방통위의 의견이 사실상 묵살됐다.
공정위 처분 논의 과정에서 열린 전체회의에선 공정위 고위 관계자가 피심기업이 아닌 방통위를 향해 “방통위와 KAIT(한국정보통신진흥협회)가 담합을 도와준 꼴이 아니냐”는 언급까지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방통위 관계자는 “모욕감을 느낀다”며 깊은 유감을 표명했다고 알려졌다.
공정위 측은 뒤늦게 “전체회의에서 방통위에 대해 공격한 바 없으며, 공정위 고위 관계자의 발언에 대해 방통위 관계자도 유감을 표명한 바가 없다”고 수습에 나섰으나, 업계에선 부처 간의 갈등이 감정싸움으로 번진 분위기를 단적으로 보여준 것 아니겠냐는 목소리가 나온다.
![]() |
서울 시내 휴대전화 대리점 앞을 한 시민이 지나가고 있다. [이상섭 기자] |
▶“칼춤 추는 공정위, 통신사 희생양으로…방통위도 책임론”= 부처 간의 갈등으로 애먼 통신사들만 희생양이 됐다는 주장도 나왔다.
안정상 중앙대 커뮤니케이션대학원 교수 겸 한국OTT포럼 회장은 자신의 소셜미디어(SNS)에 “공정위의 과징금 부과 의결은 매우 무책임하고 반기업적 처사”라며 “방통위와의 부처 간 밥그릇 다툼의 희생양 만들기”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안 교수는 “규제 주무기관인 방통위가 ‘담합행위가 아니다’라고 분명하게 의견서를 공정위에 제출하고 직접 입장을 밝혔는데도, 일반 경쟁법을 억지로 적용해 과징금을 부과한 것은 권한남용, 월권행위”라고 꼬집었다.
과징금 규모가 1000억원대로 낮아진 것도 공정위의 무리한 처분을 방증한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안 교수는 “그동안 공정위가 약 3조5000억~5조원 정도로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다고 떠벌려 오다 과징금을 낮췄다”며 “공정위가 담합행위가 성립되지 않는다는 걸 알면서도 없던 일로 하고 다시 주워 담자니 비난만 거세질 것 같아 할 수 없이 과징금을 최소한으로 확 낮춰 부과하게 된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통신사들이 2중 규제를 받게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내놨다. 그는 “담합행위가 인정된다면 통신 3사는 단통법 위반 및 전기통신사업법상 금지행위 위반으로 과징금을 부과받게 된다”며 “통신사는 2중 처벌되는 부당하고 불합리한 결과를 맞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과징금이 확정될 경우 공정위의 부당한 처분을 방어하지 못한 방통위의 ‘책임론’도 꼬집었다. 안 교수는 “방통위의 가이드라인(행정지도)에 따라 통신사가 준법행위를 함으로써 오히려 피해를 입게 된 것”이라며 “방통위는 고유의 권한을 제대로 행사하지 못한 것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