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잠재성장률 6년내 0%대 진입”

KDI·한국은행 0%대 경고
2041년부터는 역성장 가능성도
혁신부재·고령화 성장동력 상실
5%대 성장국서 쇠퇴하는 나라로



한국의 잠재성장률이 6년 안에 0%대로 떨어지고, 최악의 경우에는 2041년부터 역성장에 돌입할 수 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급격한 고령화에 기술 혁신까지 사라지면서 경제가 뒷걸음질 칠 수 있다는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21대 대통령 선거 후보들도 AI산업투자, 규제혁신 등을 통한 저성장 돌파를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보다 실질적이고, 성장실현을 담보할 구체적인 재원 마련 등에서는 미흡하다는 지적이다. 혁신을 통한 생산성 향상과 신산업 투자 등을 통해 멈춰진 성장엔진을 다시 돌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관련기사 3면

21일 한국개발연구원(KDI)의 ‘잠재성장률 전망과 정책적 시사점’ 보고서 내 비관 시나리오에 따르면 우리나라 잠재성장률은 2031∼2040년 0.4%로 떨어지고, 2041∼2050년에는 -0.3%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됐다. 20년 이내에 역성장이 ‘상수’가 될 수 있다는 의미다.

잠재성장률은 경제가 인플레이션 없이 지속 가능하게 성장할 수 있는 최대 성장률을 의미한다. 쉽게 말해 한 나라 경제의 ‘잠재력’이자 사실상의 경제 실력을 뜻하는 지표인데, 그 수준이 빠르게 떨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별다른 변화가 없는 기준 시나리오에서도 잠재성장률은 2031∼2040년 0.7%, 2041∼2050년 0.1%로 예상됐다. 당장 혁신이 없다면 0%대 성장을 막을 수 없다는 뜻이다.

두 시나리오에서 전제한 총요소생산성 증가율은 각각 0.3%(비관), 0.6%(기준)다. 총요소생산성은 얼마나 효율적으로 생산을 하고 있느냐를 나타내는 지표로, 기술혁신 등만 적절히 수반된다면 얼마든지 키울 수 있다.

하지만 저조한 수치로 봤을 때 현재 한국 경제는 기술혁신을 기대하기 어려운 쇠퇴기에 접어들 가능성이 높다. KDI는 낙관 시나리오에서도 총요소생산성을 0%대(0.9%)로 전제하고, 잠재성장률이 2031∼2040년 1.1%, 2041∼2050년 0.5%로 점차 하락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국은행도 비슷한 경고를 했다. 한은의 ‘우리 경제의 잠재성장률과 향후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2000년대 초반 5% 안팎에 이르던 우리나라 잠재성장률은 2010년대 연평균 3% 초중반, 2016∼2020년 2% 중반을 거쳐 최근 2%까지 떨어졌다.

만약 현재 추세가 개선 없이 이어질 경우 잠재성장률은 ▷2025∼2029년 연평균 1.8% ▷2030∼2034년 1.3% ▷2035∼2039년 1.1% ▷2040∼2044년 0.7% ▷2045∼2049년 0.6%까지 낮아진다고 전망했다.

국제기구가 바라보는 시각도 다르지 않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최근 업데이트한 경제전망(Economic outlook)에 따르면 내년 한국의 잠재성장률을 1.98%로 올해(2.02%)보다 0.04%포인트 낮아졌다.

하락하는 속도가 매우 빠르다. 2017∼2026년 10년간 한국의 잠재성장률 낙폭은 1.02%포인트로 잠재성장률이 공개된 37개국 중 7번째로 하락 폭이 컸다.

한국보다 낙폭이 큰 국가들은 튀르키예를 제외하면 체코, 에스토니아 등 경제 규모가 한국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국가들이고, 튀르키예는 잠재성장률이 4%가 넘는 신흥국이다. 선진국에 속하는 우리나라의 잠재성장률이 중소국이나 신흥국처럼 가파르게 하락하고 있는 셈이다.

반면, 같은 기간 프랑스(0.92→1.04%), 이탈리아(0.03→1.22%), 스페인(1.03→1.74%) 등은 잠재성장률이 오히려 상승했고, 세계 1위 경제 대국인 미국도 잠재성장률 2%대를 지키고 있다.

한때 잠재성장률이 5%를 웃돌며 고속 성장을 해온 우리나라 경제가 이 정도로 추락한 이유는 기술 혁신의 부재와 저출산·고령화 때문으로 분석됐다. 특히 2019년 정점(3763만명)을 찍은 생산연령인구(15∼64세)가 빠르게 감소하면서 경제 성장의 연료인 노동력이 빠르게 고갈되고 있다.

한은 관계자는 “우리 경제의 혁신 부족, 자원 배분 비효율성 등으로 총요소생산성의 기여도가 낮아지는 가운데, 인구구조 변화와 경제 성숙기 진입에 따른 투자 둔화 등으로 노동·자본 투입 기여도까지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KDI는 “잠재성장률 하락으로 세입 기반이 약화하고 국가채무는 장기적으로 국내총생산(GDP)을 초과할 것”이라며 “공적연금 등 고령화 관련 지출 구조를 재설계하고 인위적으로 반복되는 경기부양을 지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홍태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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