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아까워 죽겠는데” 버리는 것도 ‘분통’…우산 좀 제대로 만들면 안 돼? [지구, 뭐래?]

길거리에 부서진 우산이 버려져 있다.[123rf]


[헤럴드경제=김광우 기자] “우산은 왜 이렇게 만드는 거야?”

약 4000만개. 국내에서 1년 동안 버려지는 우산의 개수다. 상당수 사람들이 1년에 한 번 이상 우산을 버리고 있다는 것.

문제는 우산을 버리는 과정. 금속, 플라스틱, 비닐 등 재질이 복잡하게 연결돼 있어, 분리수거가 쉽지 않다. 그렇다고 일반쓰레기로 버리자니 환경오염을 유발하는 기분.

그나마 제대로 된 처리 방법은 ‘대형폐기물’ 신고다. 다만 최적의 방법은 아니다. 우산을 사는 것도 돈 아까운데, 버리는 데까지 돈을 내기는 꺼려진다.

누구나 하는 골칫덩이 ‘우산’에 대한 고민. 그 불편함을 극복하고자 하는 노력은 좀처럼 진행되지 않고 있다.

에이트린의 친환경 우산.[에이트린 제공]


그러던 중 처음으로 ‘쓰레기’를 만들지 않는 친환경 우산이 등장했다. 100% 재활용되는 폐플라스틱으로 제작된 이 우산은 별도 과정 없이 재활용 쓰레기통에 버릴 수 있는 게 특징이다.

심지어 구조를 단순화해 누구나 쉽게 수리할 수 있도록 제작됐다. 재활용을 쉽게 하면서도, 최대한 하나의 우산을 오래 사용하게끔 만든 것.

기존 우산의 관념을 뒤집은 주인공은 갓 30대에 들어선 청년. 그의 꿈은 불필요하게 우산을 버리고 다시 사는 ‘낭비’가 없는 세상을 만드는 것이다.

친환경 우산 스타트업 에이트린의 정우재(31) 대표가 우산을 조립하고 있다.[에이트린 제공]


친환경 우산 스타트업 에이트린의 정우재(31) 대표는 헤럴드경제와 인터뷰에서 “우산은 일회용이 아닌데, 유독 쉽게 버려지는 데다 재활용도 되지 않고 있다”며 “우산을 파는 입장에서 조금 모순될 수 있지만, 더 이상 불필요한 구매가 없게 하는 게 최종 목표”라고 말했다.

우산에 대한 관심은, 버려진 우산을 직접 분리 배출한 경험으로부터 출발했다. 대학생 시절, 정 대표는 환경에 관심이 큰 학생이었다. 하루는 비 오는 날 길거리에 버려진 우산들을 주워 재활용 재질을 분리하려고 시도했다. 하지만 결과는 실패로 끝났다. 1시간을 매달렸지만, 손에 상처만 남았다.

길거리에 부서진 우산이 버려져 있다.[123rf]


특별한 경험은 아니다. 우산은 유독 재활용이 힘든 품목 중 하나다. 비닐, 플라스틱, 금속 등 복합 재질로 구성돼 있기 때문. 많은 우산이 부서진 채 일반쓰레기로 버려진다. 이 또한 종량제 제도를 준수한 경우에 한정된다. 적지 않은 경우, 별도의 처리 과정을 거치지 않고 길거리에 버려진다.

정 대표는 “1년에 4000만개가 버려지는데, 대부분은 그대로 태워지거나 매립되며 오염을 일으킨다는 사실이 너무 아깝게 느껴졌다”며 “우산의 재질이 하나로 통일되기만 해도 재활용이 쉬울 것이라는 생각이 사업의 시작점이었다”고 설명했다.

친환경 우산 스타트업 에이트린의 정우재(31) 대표가 우산을 쓰고 있다. 김광우 기자.


당시에 바로 사업을 시작했던 것은 아니다. 고등학생 때부터 주식 등 경제 분야에 관심이 많았던 정 대표는 첫 직장으로 대형은행을 택했다. 성실한 대학 생활을 한 덕택에, 남들보다 취업도 빠른 편이었다. 하지만 정 대표는 채 1년을 채우지 못하고 안정적인 직장을 제 발로 나왔다.

그는 “자연스럽게 취업이 당연한 선택이라고 생각하고 금융계를 선택했지만, 점점 후회가 밀려왔다”며 “주도적으로 세상을 한번 바꿔보고 싶다는 생각이 머리를 떠나지 않던 차, 대학생 때 품었던 ‘친환경’에 대한 사업 아이디어가 떠올라 고심 끝에 사직서를 제출했다”고 말했다.

친환경 우산 제작을 위해 모은 플라스틱 쓰레기.[에이트린 제공]


곧바로 친환경 우산을 만들지는 못했다. 초창기에 품은 아이디어는 ‘쓰레기’로 무언가를 만들어보자는 것. 첫 대상은 ‘해파리’였다. 기후변화로 인해 우리나라 해안가에 해파리가 창궐하기 시작하자, 이를 원료로 제품을 만들겠다는 아이디어를 떠올렸다. 이에 직접 해파리를 구해, 연구를 시작하기도 했다.

정 대표는 “아무런 기술도 없는 평범한 문과 대학생이었기 때문에, 사실상 할 수 있는 게 많지 않았다”면서도 “우산은 전문 기술이 없어도 생산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아이템을 잡고 원료가 되는 ‘폐플라스틱’을 구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에이트린의 친환경 우산.[에이트린 제공]


퇴사 후 1년이 흐른 2022년. 첫 제품이 나왔다. 아이디어 펀딩을 받아 1000개의 우산을 제작한 것. 하지만 제품은 대부분 폐기됐다. 판매를 시작했지만, 쉽게 부러지는 문제가 발생했다. 갖가지 시행착오 끝에 제대로 제품이 만들어진 것은 2023년부터다.

이때부터 에이트린은 차근차근 성장하고 있다. 처음에는 대학교 내 작은 공간에서 혼자 제품을 조립하고 포장해 판매했지만, 어느덧 조립 담당 직원까지 두고 있다. 최근에는 소비자가 직접 우산을 제작해 볼 수 있도록 하는 체험 프로그램도 진행하는 등 사업 영역을 넓히고 있다.

에이트린의 친환경 우산을 조립하고 있다.[에이트린 제공]


정 대표는 “향후에는 부품들을 따로 판매해서, 우산이 고장 날 때마다 직접 수리할 수 있도록 하는 시스템을 구축할 예정”이라며 “우산도 쉽게 고쳐 쓸 수 있다는 사실을 알리고, 소비자들의 인식을 강화하기 위해 각종 체험 프로그램 등을 직접 운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직 일반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한 소매 판매는 미약한 수준. 하지만 기업이나 공공기관 판촉물 등으로 판매되는 물량이 적지 않다. 지난해 말부터는 기관과 함께 ESG 캠페인 형태의 사업도 진행하고 있다. 각 기관 구성원이 플라스틱 쓰레기를 모아 주면, 이를 수거해 친환경 우산을 제작해 제공하는 것.

정 대표는 “SK이노베이션과 처음 ESG 캠페인을 진행한 후로, 만족도가 높아 각종 기업과 공공기관 등의 관심이 적지 않은 상황”이라며 “올해부터는 흑자를 기대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친환경 우산 스타트업 에이트린의 정우재(31) 대표가 우산 제작 체험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에이트린 제공]


향후 정 대표의 목표는 사업 경쟁력이 굳건한 스타트업으로 자리 잡는 것. 단순 ‘친환경’이라는 타이틀에 기대 사업을 영위하지 않고, 실질적으로 수요가 있는 제품들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좋은 취지와 의미를 가진 기업이라 하더라도, 자생하지 못하면 뜻하는 바를 이뤄낼 수 없다는 게 정 대표의 생각이다.

정 대표는 “흔히 사회적 기업이라고 하는 곳들을 살펴보면, 실질적인 지속성이 떨어지는 경우가 많다”며 “세상에 도움이 되는 일을 하면서도, 좋은 제품을 통해 이익을 거두는 성공 사례를 만들고 싶다”고 설명했다. 이어 “친환경 기업이나 사회적 경제 분야에서 선두 주자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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