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11월 물가 예상밖 둔화…트럼프 ‘반색’·시장은 ‘경계’

CPI 2.7%↑…전문가 예상 3.1% 밑돌아
셧다운 여파 데이터 불충분 신뢰 의문
외신 “구멍 숭숭뚫린 치즈” 한계점 지적
백악관은 “인플레 둔화” 트럼프 띄우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8일(현지시간) 백악관 집무실에서 마리화나(대마초)를 통제물질법(CSA)상 ‘1급’(Schedulel Ⅰ)에서 ‘3급’(Schedule Ⅲ)으로 통제를 완화하도록 지시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한 뒤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EPA]

 

미국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지난 11월 2.7%를 기록하면서 예상을 크게 밑돌았다. 트럼프 행정부는 반색했지만 시장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연방정부 셧다운(일시 업무정지) 영향을 받은 데이터로 신뢰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미 노동부 노동통계국(BLS)은 18일(현지시간) 11월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전년 동월 대비 2.7% 올랐다고 밝혔다. 이는 다우존스에서 집계한 전문가 예상치(3.1%)를 크게 밑도는 수치다. 지난 9월(3.0%)보다도 낮다.

변동성이 큰 에너지·식품을 제외한 근원 CPI는 전년 동월 대비 2.6% 올라, 9월(3.0%)과 비교해 낮은 상승률을 보였다. 이는 2021년 초 이후 가장 낮은 속도로, 수개월간 지속된 고질적인 물가 압박에서 잠시 숨을 돌리는 지표로 해석될 여지가 있다고 블룸버그통신은 전했다.

특히 전체 CPI 가중치의 3분의 1 이상을 차지하는 주거비 지수는 3.0% 상승했다. 4년여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10월 CPI는 집계도 못해…구멍숭숭 뚫린 ‘스위스 치즈’ 비판도=이번 발표는 10월 1일부터 11월 12일까지 이어진 43일간의 미 연방정부 셧다운 사태 여파로 예정(12월 10일)보다 8일 늦게 나왔다.

이번 발표에 반영된 각종 자료들이 이전만큼 충분하지 못한 것도 지표 신뢰도에 의문을 키우고 있다. BLS는 홈페이지를 통해 “10월 CPI의 경우에는 관련 예산 편성 중단으로 데이터를 수집하지 못해 별도로 집계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그간 일반적으로 CPI 발표 때 담겼던 데이터가 일부 빠지거나 지수 계산에 “비조사 데이터”가 쓰이기도 했다는 설명이다.

BLS가 월간 CPI 수치를 발표하지 않은 건 이번이 처음이라고 로이터통신은 보도했다. 실제 9월 발표 자료와 대조해 보면 주요 품목별 월간 변동률 산출에 제약이 있었다.

이에 현지에선 부실한 데이터에 근거한 보고서의 신뢰성에 강한 의문을 제기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 CNN 방송은 “새로운 2.7% 인플레이션 데이터는 7월 이후 최저치이지만, 경제학자들은 급격히 둔화한 수치가 셧다운과 관련된 데이터 수집 과정의 차질 때문일 수 있다고 경고한다”고 전했다.

CPI에서 비중이 큰 주거비 관련 핵심 항목의 변화가 제대로 반영되지 않은 점도 이번 발표 결과에 의문을 더한다.

블룸버그통신은 “수년간 인플레이션의 주요 동력이었던 핵심 주거 관련 항목에서 최근 추세와 비교해 가장 큰 불일치가 나타났다”며 “10월 지수 값을 전달과 동일하게 유지했을 때에나 가능한 수치라고 일부 경제학자들은 지적했다. 이는 9월 대비 상승이 없었다는 뜻이 된다”고 짚었다.

글로벌컨설팅업체 EY-파르테논의 그레고리 다코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이번 CPI 대해 “‘구멍이 숭숭 뚫린 스위스 치즈 같은 보고서(Swiss Cheese CPI report)’”라고 꼬집었다. 이번 지표에서 드러난 한계점을 치즈 발효 과정에서 생기는 크고 작은 구멍에 빗댄 것이다. 그는 “단순히 잡음 많고 공백 가득한 수준을 넘어 인플레이션에 대해 하향 편향된 시각을 제공했다”고 지적했다.

미 CNBC방송은 인플레이션 압력 완화로 미국 통화 정책이 완화할 수 있다는 투자자 기대감을 확산할 수 있는 수치이지만, 분석용 데이터가 상대적으로 부족할 수 있음을 고려할 때 11월 CPI를 인플레이션 하락 추세의 시작이라고 말하기에는 무리라는 ‘확대해석 경계론’이 있을 수 있다고 짚었다. 이 때문에 내년 금리 경로에 대해 미국 내 의견이 분분한 가운데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정책 입안자들이 11월 CPI 보고서에 영향을 받을지 불분명할 것으로 관측된다.

앞서 연준은 올해 마지막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거쳐 기준금리를 3.50∼3.75%로 0.25%포인트 인하했다.

▶백악관 ‘인플레 둔화’ 지표에 또 자화자찬…“바이든 위기, 트럼프가 해결했다”=하지만 트럼프 행정부는 이번 CPI 발표에서 물가 상승률이 둔화된 점을 강조하며, 조 바이든 전 정부 때의 위기를 트럼프 대통령이 해결한 것이라고 반색했다.

연준 차기 의장 후보로 거론되는 케빈 해싯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은 이번 CPI 보고서를 환영하며 미국 경제가 높은 성장률과 낮은 인플레이션을 동시에 달성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해싯 위원장은 이날 폭스 비즈니스 네트워크와의 인터뷰에서 “물가 문제에 대해 아직 승리를 선언할 단계는 아니지만 이번 CPI 보고서는 놀라울 정도로 좋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연준이 금리를 인하할 여지가 많다”고 덧붙였다.

캐롤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성명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전날 밤 대국민 연설에서 말했듯 인플레이션은 계속 하락하고 임금은 상승하고 있으며, 미국은 역사적인 경제 호황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오늘 발표된 보고서는 인플레이션이 시장 예상보다 훨씬 낮게 나타났음을 보여준다”며 “바이든이 초래한 사상 최고치인 9%의 인플레이션 위기와는 극명한 대비”라고 주장했다. 레빗 대변인이 거론한 바이든 정부 때의 인플레이션 위기는 2022년 6월 약 40년 만에 최고치였던 9.1%를 지칭하는 것으로 보인다. 다만, 바이든이 퇴임할 때 인플레이션은 3.0%였다. 김영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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