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개막 CES 2026,참가사 줄고 고환율·베네수엘라 사태…‘흥행 실패 막아라’ 절치부심

한국 참가기업 수 작년 1031개→올해 853개로
비자심사 강화·고환율 여파에 전시규모 축소
한국 기업 떠난 자리 중국 TCL·드리미가 꿰차
흥행 고심…젠슨 황 CEO 스피치 대대적 홍보

 

미국 라스베이거스 일대 대형 전광판에 현지시간 5일로 예정된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의 CES 2026 특별연설 일정을 알리고 있다. 김현일 기자

 

[헤럴드경제(라스베이거스)=김현일 기자] 세계 최대 가전·IT 전시회 CES 2026 개막을 이틀 앞둔 4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 도심으로 통하는 해리 리드 국제공항 주변은 방문객들을 맞이하는 대형 버스와 우버 택시들로 붐볐다.

미국 델타항공은 이번 CES 기간에 한정해 인천과 라스베이거스를 오가는 직항편을 특별 편성했다. CES 주관사 미국소비자가전협회(CTA)는 방문객들이 공항에서 곧바로 배지를 수령하고 호텔로 이동할 수 있도록 했다.

전 세계 기업인과 취재진, 일반 관람객들이 속속 라스베이거스로 모여들고 있는 가운데 각 기업들은 도심 곳곳 대형 전광판을 통해 CES 참가를 알리며 분위기를 고조시키고 있다. 그러나 전날 미국 행정부의 베네수엘라 공습과 고환율 등의 여파로 뒤숭숭한 분위기도 감지된다.

CES 개막을 앞두고 있는 라스베이거스 컨벤션센터[김현일 기자]

이번 CES 2026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비자심사 강화와 고환율 여파로 일부 기업들이 불참하거나 부스 규모를 축소해 흥행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참가기업은 전년보다 500개 줄어든 4300여개로 집계됐다.

국내 한 기업 관계자는 “작년 11월 이후 불과 두 달 만에 원·달러 환율이 급등하는 바람에 내부적으로도 출장 계획을 부라부랴 수정하고 예상 경비가 더 이상 늘어나지 않도록 막느라 정신 없었다”고 말했다.

한국 참가기업은 지난해 1031개사에서 올해 853개사로 감소했다. 작년까지 계열사들이 모여 통합 전시관을 꾸렸던 SK그룹이 불참을 선언했다. SK하이닉스만 베네시안 호텔에 고객사 대상 프라이빗 부스를 운영한다.

2022년부터 롯데그룹 중 유일하게 CES에 참가했던 롯데이노베이트도 이번에 빠졌다. CES 2023 당시 정기선 회장이 프레스 콘퍼런스를 했던 HD현대도 2년 연속 참가하지 않는다. 삼성전자는 아예 LVCC를 떠나 인근에 있는 윈 호텔에 따로 단독 전시관을 마련했다.

오는 6일(현지시간) 왕 위안칭 레노버 최고경영자(CEO)의 CES 2026 기조연설이 열리는 미국 라스베이거스 공연장 ‘스피어’. 김현일 기자

고환율 쇼크는 대기업보다 중소 스타트업들에게 더 크게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한국정보통신기술산업협회(KICTA)에 따르면 이번 CES 2026에 참가하는 국내 스타트업은 458개사에 그쳤다. 지난해 641개사 대비 183개사가 빠졌다.

작년에 이어 이번 CES 참가를 어렵게 결정한 한 스타트업 관계자는 “스타트업이 홀로 부스를 차리기에는 부담이 더 커진 것이 사실”이라면서도 “중요한 행사인 만큼 참가를 결정했다. 비용을 아끼고 아껴서 치를 예정”이라고 말했다.

중국은 올해 942개사가 참가한다. 지난해(1339개사)보다 397개사가 감소했다. 비자 승인에 어려움을 겪은 중국 기업들이 부스 설치를 하지 않아 LVCC 사우스홀의 일부 공간은 텅 빈 채 폐쇄됐다.

그럼에도 참가기업 수는 여전히 미국(1476개사) 다음으로 많다. 중국 하이센스는 LVCC 사우스홀 입구에 ‘RGB 미니 LED TV의 원조’라고 적힌 대형 간판을 달아 삼성·LG RGB TV와의 경쟁의식을 드러냈다.

TCL은 삼성전자가 빠지면서 비어 있던 센트럴홀 내 3368㎡ 규모의 전시공간을 꿰찼다. SK그룹 통합 전시관이 있던 공간은 중국 로봇청소기 업체 드리미가 가져갔다.

미국 라스베이거스 컨벤션센터 사우스홀 입구에 걸린 중국 하이센스의 ‘RGB 미니 LED TV’ 광고. 김현일 기자

주관사 CTA 측은 CES의 위상이 예년만 못하다는 평가 속에 흥행 실패를 막기 위해 절치부심하고 있다. 그 일환으로 AI 반도체 시장의 최고 스타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를 2년 연속 스피커로 세웠다.

황 CEO는 오는 5일 90분짜리 특별연설을 계획하고 있다. 이미 라스베이거스 일대 대형 전광판이 그의 연설 일정을 대대적으로 광고하고 있다.

라스베이거스의 명물인 반구(半球) 형태의 대형 공연장 ‘스피어’에선 왕 위안칭 레노버 CEO가 6일 기조연설에 나선다. CTA 측은 이를 ‘놓치면 안 되는 일정’으로 홍보하고 있다. 특별 게스트도 화려하다. 황 CEO를 비롯해 크리스티아노 아몬 퀄컴 CEO, 립부탄 인텔 CEO, 리사 수 AMD CEO가 등장을 예고했다.

CES 기간 관람객들의 발이 되어 줄 교통수단도 화제를 모으고 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가 라스베이거스의 교통 체증을 해결하기 위해 만든 ‘베이거스 루프’는 예년처럼 LVCC 전시장 지하 터널을 오가며 승객을 실어 나른다. 올해 공항과 주요 호텔까지 연결하며 구간을 더 확장했다.

아마존의 자율주행 무인 로보택시 ‘죽스(ZOOX)’도 지난해 9월 라스베이거스에서 운행을 시작했다. 덕분에 이번 CES 관람객들은 운전자 없이 라스베이거스 도심을 주행하는 경험을 할 수 있게 됐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라스베이거스의 교통 체증을 해결하기 위해 만든 미래형 터널 교통 시스템 ‘베이거스 루프’. CES 2025 당시 도보로 20분 걸리는 거리를 1분20초만에 이동했다. 김현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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