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상자 불투명한 휴전…양면전략은 지속

한달 휴전, 15개항 제안, 고위급회담 등
미 적극적 협상제안에도 이란 반응 없어
“그들”이라 언급한 협상대상 불분명
공수부대 언급 협상·압박 양면 전략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4일(현지시간) 백악관 집무실에서 열린 새 국토안보부 장관 취임 선서식에서 신임 마크웨인 멀린 장관 옆에서 연설하고 있다. 오클라호마주 상원의원이었던 멀린 장관은 국토안보부 장관으로서 트럼프 행정부의 이민 단속을 책임지게 된다. [EPA]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이란에 한 달의 휴전을 제안하며 15개의 요구 목록을 전달한 것으로 전해지면서, 기초 협상 진행에 대해 국제 사회의 기대가 높아졌다. 반면, 협상에 합의할 이란 실권자가 누구인지 불확실하고 미국의 지상군 투입도 준비 정황도 속속 드러나고 있다. 이에 협상이 미국의 ‘양면전략’에서 실질적 결과로 이어질지도 불분명하고, 합의에 난항이 따를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24일(현지시간) CNN방송과 뉴욕타임스(NYT) 등 미국 언론에 따르면 미국은 파키스탄을 통해 이란 측에 15개 항으로 이뤄진 요구사항을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란이 이 중 어떤 조건에 동의했는지는 불분명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부터 이란과의 협상에 주력하겠다면서 ‘15개 항’을 언급하고는 양측이 주요 쟁점에 대한 합의를 이뤘다고 주장했다. 이란이 핵무기를 갖지 못할 것이고 미국이 이란의 고농축 우라늄을 확보할 것이라는 언급도 했다.

복수의 소식통은 CNN에 이란의 방어 능력 제한, 친(親)이란 대리 세력 지원 중단, 이스라엘 인정 등이 미국의 요구 목록에 포함돼 있다고 전했다. 목록의 상당수는 전쟁 이전에 미국이 요구하던 사항과 유사하고, 일부는 이란이 수용할 수 없는 사항이라고 소식통들은 평가했다.

이란이 이런 조건을 수용한다면 미국은 국제사회가 그간 부과했던 제재를 전면 해제하고 부셰르 원자력발전소의 전력 생산을 포함한 민간 원자력 프로그램을 지원하는 한편, 이란이 합의를 위반하면 제재를 자동으로 복원하도록 해온 ‘스냅백’ 조항을 폐기하겠다는 약속도 넣었다. 미국은 이와 관련한 협상안을 다듬기 위해 이란에 한 달의 휴전도 제안했다고 전해진다.

미국이 이란과 기초 협상을 진행중이라는 전언은 다수의 매체에서 확인된다. 인터넷 매체 악시오스는 이날 미국과 이란이 이르면 오는 26일 고위급 회담을 개최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미국과 이란의 협상이 진전되고 있다는 기대가 커지는 한편, 이란 내에서 협상 전권을 가진 인물이 불분명해 협상 진전 여부가 불투명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를 포함한 핵심 권력층이 연이어 제거되면서, 미국과 중재국이 접촉할 수 있는 이란 고위 인사 자체가 크게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WP는 “이란 내부 권력 구조의 불확실성도 협상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며 “외교 채널과 군부 간 의사결정이 일치하지 않을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설령 협상이 시작되더라도 실질적인 합의 이행까지 이어질지는 미지수”라고 분석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이란과의 협상을 언급하면서 “우리는 그들의 지도부를 모두 죽였다. 이제 우리는 (이란에서) 새로운 집단을 갖게 됐다”며 “우리는 (이란의) 한 집단의 사람들과 상대하고 있으며, 그들은 곧 드러날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칭한 ‘그들’은 맥락상 이란 정부 또는 지도부로 해석될 수 있지만, 자신이 협상 중이라고 밝힌 모종의 다른 세력을 의미하는 것일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트럼프 행정부가 협상 대상을 명확히 지칭하지 않고 있는 점도 협상이 실제 결실로 이어질 것이란 전망을 어둡게 하고 있다.

대외적으로는 협상을 언급하는 와중에 전장에서는 군사 충돌이 지속되며 ‘전쟁과 협상 병행 국면’이 이어지는 모습이다. 협상이 불발될 것을 대비해서 이란에 지상전을 감행하기 위해 미군 병력을 중동에 추가 배치하는 정황도 속속 드러나고 있다.

이날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국 국방부(전쟁부)가 대(對)이란 군사작전을 지원하기 위해 약 3000명 규모의 육군 제82공수사단 병력의 중동 투입과 관련한 서면 명령이 수시간 내 내려질 예정이라고 미 당국자 두 명을 인용해 전했다. 이를 두고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과의 협상과 동시에 군사 압박 수위를 높이는 ‘강온 병행’ 전략을 펼친다는 해석이 나온다.

제82공수사단이 중동에 배치되면 트럼프 대통령이 원할 경우 무력으로 호르무즈 해협 개방, 이란의 전략적 요충지인 섬 및 해안선 점령, 이란 정권의 고농축 우라늄 탈취를 할 수 있는 길이 열린다고 WSJ는 설명했다. 김영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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