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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해 6월 일본 시즈오카현 고텐바에 위치한 후지산 동부 훈련장에서 일본 육상자위대(JGSDF) 대원이 실사격 훈련에 참가하고 있다. [게티이미지] |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가 내년 헌법 개정안 발의를 목표로 내세우며 본격적인 개헌 드라이브를 걸었다. 표면적으로는 자위대의 헌법적 지위 보장을 명분으로 내세우고 있으나, 그 이면에는 ‘평화헌법’ 체제를 허물고 일본을 ‘전쟁 가능한 국가’로 탈바꿈시키려는 보수 우파의 정치적 숙원이 깔려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교도통신과 아사히신문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다카이치 총리는 12일 도쿄 시내 호텔에서 열린 자민당 당대회에서 “헌법 개정이 당의 기본 방침이고 때가 왔다”며 강한 개헌 의지를 천명했다.
그는 “개헌 발의 전망이 선 상태에서 내년 당대회를 맞고 싶다”고 밝히며 구체적인 시간표를 제시했다. 이어 국회의 개헌안 논의에 대해 “논의를 위한 논의여서는 안 되고 국민의 위임에 답하려는 결단을 위한 논의를 해야 한다”며 속도전을 주문했다.
이날 자민당은 개헌 초안의 국회 제출 등을 목표로 담은 ‘2026년 운동방침’을 채택했으며, 창당 70주년을 맞아 발표한 새 비전에는 개헌이 “사활적으로 요구된다”는 강경한 문구를 명시했다.
다카이치 총리는 이날 개헌의 구체적인 내용은 언급하지 않았으나, 자민당이 그동안 주장해온 4대 개헌 항목(자위대 명기, 긴급사태조항 신설, 선거구 합구 해소, 교육 충실) 중 핵심은 단연 ‘자위대 명기’다. 앞서 다카이치 총리는 지난 2월 중의원 선거 유세에서 “그들의 긍지를 지키고 (자위대를) 확실한 실력 조직으로 만들기 위해서라도 당연히 헌법 개정을 해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일본의 현행 헌법 9조(평화헌법)는 전쟁과 무력행사의 영구 포기, 육해공군 전력 보유 및 교전권 부인을 규정하고 있어 실질적 군대인 자위대에 대한 근거가 없다.
그러나 일본 정치권과 시민사회에서는 이를 단순한 ‘조항 추가’가 아닌 ‘전쟁 가능한 국가’로의 전환점으로 보고 있다. 헌법에 자위대가 공식 명기될 경우, 기존의 ‘전력 보유 금지’ 조항이 무력화되어 자위대가 합헌적인 정식 군대로 격상되기 때문이다. 이는 일본이 타국과 전쟁을 하거나 무력을 행사할 수 있는 ‘보통 국가’로 나아가는 법적 족쇄를 푸는 결정적 계기가 될 전망이다.
이번 개헌 추진은 고(故) 아베 신조 전 총리의 뜻을 잇는 다카이치 총리와 자민당 강경 우파의 ‘전후 체제 탈피’ 목표와 맞닿아 있다. 전승국에 의해 쓰인 헌법을 스스로 고쳐 온전한 군사 주권을 회복하겠다는 것이다.
이러한 우경화 행보는 보수층 결집을 위한 고도의 정치적 포석으로도 풀이된다. 실제로 다카이치 총리는 이날 당대회에서 왕실에 남성이 부족해 대가 끊길 수 있다는 우려와 관련해 ‘황실(왕실) 전범’ 개정 방향을 함께 언급했다.
그는 옛 왕가의 남계 남성 양자 결연을 가능하게 하는 안을 최우선으로 국회 논의를 주도하겠다고 밝히며, ‘남계 남성’에 의한 왕위 계승이 “정통성의 근원”이라고 강조했다. 전통과 국수주의적 가치를 전면에 내세워 보수 우파 지지층의 결속을 다지고, 이를 개헌 추진의 강력한 동력으로 삼으려는 전략으로 보인다.
다만 일본을 전쟁 가능 국가로 만들기 위한 이 여정에는 현실적인 의석수 확보라는 큰 장벽이 존재한다.
일본에서 개헌안을 발의하려면 중의원(하원)과 참의원(상원)에서 각각 전체 의원의 3분의 2 이상이 찬성해야 한다. 자민당은 지난 2월 총선 대승으로 중의원 전체 465석 중 개헌 발의선(310석)을 훌쩍 넘긴 316석을 확보했다. 그러나 참의원에서는 연립여당인 공명당과 보수 성향 야당인 일본유신회의 의석을 모두 합쳐도 과반에 못 미치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참의원 선거가 치러지는 2028년 여름 이전까지는 개헌안의 단독 발의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결국 다카이치 총리와 자민당이 내년 발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헌법 개정에 동조하는 일부 야당 세력을 적극적으로 끌어들여야만 하는 과제를 안게 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