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동성 장세, ‘저점 맞추기’보다 산업 구조를 보라[머니 인사이트]

전쟁·환율·유가가 뒤흔든 주식 시장
우량주·구조적 성장주 선별이 해법
ETF 400조·반도체 호황 구조 변화
에프앤가이드, ETF 자산 증가 수혜
반도체 수율 소부장 CMTX 기대 ‘업’


최근 국내 증시는 한치 앞을 예상하기 어려운 장세가 계속되고 있다. 3월 이후 중동발 지정학 리스크에 크게 출렁였으며 국제유가와 원/달러 환율 등락에 따라 변동성이 확대되고 있다. 사진은 서울 여의도 KB국민은행 딜링룸에서 한 직원이 원/달러 환율, 국제유가 등 각종 그래프를 살펴보고 있는 모습. 윤창빈 기자



연초의 주식시장과 지금의 시장은 완전히 다른 얼굴을 하고 있다. 불과 몇 달 전만 해도 국내 증시는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며 완전한 낙관론이 지배했다. 개인 자금은 공격적으로 유입됐고,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대형주 랠리가 시장을 견인했다.

이후 중동사태로 급격히 위축됐던 투자심리는 최근 들어 다시 반등 조짐을 보이고 있다. 코스피는 16일 미국과 이란 간 종전 협상 기대감에 힘입어 3거래일 연속 상승하며 6200선을 재돌파했다. 전쟁 리스크 완화 기대가 유입되며 시장 전반에 안도 랠리가 형성되는 모습이다.

3월 들어 촉발된 급격한 조정 국면은 중동발 지정학 리스크에서 시작됐다. 국제유가가 급등하고 원/달러 환율이 1500원대에 진입하면서 외국인 수급이 흔들렸고, 국내 증시는 빠르게 하락 압력을 받았다.

이번 조정은 단순한 가격 하락을 넘어 구조적인 취약성을 드러냈다는 점에서 의미가 컸다. 지난 상승장에서 누적된 레버리지 구조가 한꺼번에 노출되며 변동성을 키웠기 때문이다. 신용융자 잔고가 약 30조원 수준까지 불어난 상황에서 주가 하락은 반대매매 물량으로 이어졌고, 이는 다시 낙폭을 확대하는 악순환을 낳았다.

최근 반등 국면에서도 이런 구조적 부담은 완전히 해소되지는 않았지만, 전쟁 장기화 우려가 완화되고 환율과 유가 상승세가 진정될 경우 투자심리는 추가로 개선될 여지가 있다.

고액 자산가들의 자금 흐름에서도 변화가 감지된다. 조정 국면에서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기존 주도주 비중을 일부 줄이고 현금 및 대안 자산으로 이동하는 움직임이 나타났지만, 최근에는 낙폭 과대 구간에서 다시 분할 매수에 나서는 흐름도 포착된다.

시장에서는 여전히 방향성을 단정하기는 이르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다만 지정학적 리스크 완화라는 변수가 추가되면서, 단기적으로는 변동성 장세 속 반등 시도가 이어질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지금이 바닥인가”라는 질문의 함정=이런 국면에서 프라이빗뱅커(PB)들이 가장 많이 받는 질문은 단연 “지금이 저점인가”다. 그러나 이 질문에 명확히 답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시장 저점을 맞추는 것은 투자 영역이 아니라 ‘예측의 영역’이다. 수많은 기관과 전문가, 그리고 글로벌 자금이 경쟁하는 시장에서 특정 시점을 정확히 짚어내는 것은 확률적으로 극히 낮은 일이다. 업계에서 오랜 경험을 쌓은 전문가들조차도 “저점은 지나고 나서야 확인된다”고 말하는 이유다.

지금과 같은 변동성 장세에서 중요한 것은 지수를 맞추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시장이 흔들릴수록 ‘기업의 본질’은 더 또렷하게 드러난다.

시장이 급락할 때는 모든 종목이 함께 하락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 차별화가 시작된다. 실적과 경쟁력을 갖춘 기업은 빠르게 회복하는 반면, 그렇지 못한 기업은 반등에 실패한다. 결국 변동성은 우량주를 싸게 살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동시에, 기업 간 격차를 확대하는 역할을 한다.

반도체 사이클은 여전히 유효하다. 현재 시장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반도체 산업을 빼놓을 수 없다. 지난 2년간 국내 증시를 이끈 핵심 동력은 단연 반도체였다. 그리고 이 사이클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이번 반도체 호황은 과거와 성격이 다르다. 이전 사이클이 설비 증설 중심의 공급 확대였다면, 이번 사이클은 인공지능(AI)과 데이터센터 수요 급증에 따른 구조적 공급 부족에서 비롯됐다. 즉, 기업들이 설비를 늘려서 만든 호황이 아니라,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만들어진 시장이다.

이런 구조에서는 가격 결정력이 공급자에게 집중된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강력한 수익성을 유지할 수 있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다만 문제는 ‘이미 시장이 이를 상당 부분 반영했다’는 점이다. 주도주가 여전히 유효하다는 것과 그 주도주에서 초과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는 것은 다른 이야기다.


▶ETF 시대, 보이지 않는 승자=이런 맥락에서 첫 번째로 주목할 기업은 에프앤가이드다. 최근 국내 주식시장은 변동성이 확대됐음에도 투자자 유입은 지속되고 있다. 특히 상장지수펀드(ETF) 시장은 구조적으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국내 상장지수펀드(ETF) 순자산은 400조원을 돌파했으며, 전체 증시 대비 비중도 과거 8% 수준에서 13~16%까지 상승했다.

이 변화는 단순한 규모 확대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투자 방식 자체가 바뀌고 있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개별 종목 선택이 중심이었다면, 이제는 ETF를 통한 분산 투자, 특히 액티브 ETF를 활용한 전략적 투자 비중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에프앤가이드는 이 흐름의 핵심에 있다. 이 회사는 ETF의 기초가 되는 지수를 개발하고 제공하는 인덱스 사업을 영위한다. 자산운용사가 새로운 ETF를 출시할 때, 해당 ETF가 추종할 지수를 설계하고 관리하는 역할을 한다.

이 비즈니스의 핵심은 ‘규모의 경제’와 ‘고마진 구조’다. 한 번 개발된 지수는 추가 비용 없이 반복적으로 사용되며, ETF 자산이 증가할수록 수익이 자동으로 늘어나는 구조다. 글로벌 인덱스 기업인 모건스탠리 캐피털 인터내셔널(MSCI)나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글로벌이 높은 밸류에이션을 받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국내 ETF 시장이 아직 선진국 대비 낮은 비중에 머물러 있다는 점까지 고려하면, 에프앤가이드는 장기적으로 구조적 성장의 수혜를 받을 가능성이 높다. 변동성 장세에서도 안정적인 현금흐름을 창출할 수 있는 사업 구조 역시 투자 매력도를 높이는 요소다.

두 번째로 주목할 기업은 씨엠티엑스다. 반도체 산업의 경쟁력은 결국 ‘수율’에서 결정된다. 미세공정이 고도화할수록 불량률을 낮추는 기술은 더욱 중요해지고, 수율 1% 개선이 수조원의 이익으로 이어진다. 이 때문에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은 단순한 장비 공급업체가 아니라, 수율 개선에 이바지할 수 있는 파트너를 적극적으로 찾고 있다.

씨엠티엑스는 이런 흐름 속에서 주목받는 소재·부품·장비 기업이다. 삼성전자, TSMC, 마이크론 등 글로벌 고객사의 기준을 통과하며 기술력을 입증했고, 반도체 생산 효율 개선에 직접적으로 기여하는 사업 구조를 갖추고 있다.

특히 이번 사이클이 공급 부족 기반의 구조적 호황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생산 효율을 높이는 기술 기업의 중요성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단순히 ‘반도체가 좋다’는 접근이 아니라, 반도체 산업 내에서 가장 핵심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기업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 지금의 시장은 불확실성이 크다. 전쟁의 종료 시점도, 금리의 방향도, 시장의 저점도 누구도 확신할 수 없다.

그러나 투자에서 반드시 알아야 할 사실이 하나 있다. 시장은 예측의 대상이 아니라, 대응의 대상이라는 점이다. 변동성은 투자자에게 두 가지 선택지를 준다. 두려움 속에서 시장을 떠날 것인가, 아니면 그 변동성을 기회로 활용할 것인가.

저점을 맞추려 하기보다, 시장의 충격 속에서도 살아남고 다시 성장할 수 있는 기업을 찾는 것. 그리고 구조적 변화의 흐름 위에 올라탄 기업에 집중하는 것. 그것이 지금과 같은 장세에서 유효한 전략이다. 결국 시장은 회복한다. 다만 그 과정에서 모든 기업이 같은 속도로 회복하지는 않는다. 지금 필요한 것은 방향을 맞추는 능력이 아니라, 차이를 구별하는 안목이다.

홍태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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