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는 장외거래·브로커리지로 시장 안정
국내는 디지털자산기본법 하반기로 미뤄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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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3rf] |
[헤럴드경제=유동현 기자] 상장법인의 가상자산 매매 허용을 앞두고 금융당국은 매매 상한 및 범주를 설정하고 거래소는 시간가중평균가격(TWAP) 방식을 통해 리테일 시장에 미칠 가격 변동성을 최소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업계에서는 법인 매매에 따른 시장 충격을 막기 위해 보다 근본적인 제도 마련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법인의 대규모 물량을 장외거래(OTC)에서 소화하고 브로커리지 중개 서비스를 통해 안전하고 효율적인 거래가 뒷받침돼야 한다는 것이다. 해외에서는 기관의 블록딜 등 대규모 주문을 이 같은 방식으로 처리하고 있다. 그러나 국내에선 이를 규정하는 디지털자산기본법 논의가 사실상 ‘올스톱’되면서 법인시장을 대비할 제도 마련이 늦어지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25일 디지털자산업계에 따르면 국내 거래소는 법인시장 개화를 앞두고 TWAP 주문 기능을 도입 및 강화하고 있다. TWAP 주문은 거래 금액이나 수량을 투자자가 설정한 시간에 따라 나눠 주문하는 방식이다. 가령 업비트 TWAP 주문 가능 금액은 100만원~500억원 사이며, 주문 기간은 1분~10일까지 설정 가능하다. 업비트·빗썸·코빗은 TWAP를 적용했고 코인원도 이를 준비하고 있다.
거래소가 TWAP를 준비하는 이유는 법인 물량이 시장에 풀릴 시 미칠 가격 변동성 리스크를 완화하기 위해서다. 국내 가상자산 시장은 법인의 거래 계좌 개설이 막혀 있어 개인투자자 중심 거래가 이뤄지고 있다. 개인에 비해 규모가 큰 기관 자금이 유입되면 거래소 내 물량 상황에 따라서 일시적으로 가격이 출렁일 수 있다. 업계에선 10억~20억원 수준이라면 장내 소화가 가능하지만 이보다 클 경우 가격 변동성을 초래할 수 있다고 예상한다. 한 거래소 관계자는 “법인 거래를 하려면 TWAP를 필수적으로 갖춰야 한다”고 설명했다.
금융당국은 상장법인과 전문투자자로 등록한 법인에게 투자·재무 목적의 거래를 허용하기 위한 가이드라인을 마련하면서 시장 충격을 최소화할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법인의 자기자본 5% 이내 시가총액 20위 내 코인을 대상으로 제한하는 방안에 무게를 두고 있다. 투자 규모에 상한을 두고 유동성이 비교적 풍부한 코인으로 범위를 좁혀 리스크를 낮추기 위해서다.
매매를 분산하고 투자 규모를 제한하는 이 같은 방식은 시장 상황 및 거래소별 유동성 차이에 따라 효과가 제한적일 수 있다. 국내 거래소의 하루 평균 총 거래대금은 지난해 4분기 45억8897만달러(약 6조8000억원)이었지만 올 1분기 24억1453만달러(약 3조5800억원)로 47% 감소했다. 즉 시장 내 대규모 물량을 소화할 여건이 악화됐다는 의미다. 이마저도 거래소별 격차가 크다. 지난 3월 기준 거래대금 평균 비중은 업비트와 빗썸이 각각 62.74%, 26.54%로 90%에 육박한다. 법인은 시장 내 유동성이 메마른 시기에 그나마 물량 여건이 양호한 상위 거래소로 쏠릴 수밖에 없다. 조재우 한성대 교수는 “중소형 거래소 입장에서는 이쪽(법인 시장) 기회를 잃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디지털자산 업계에서는 법인 물량을 안정적으로 소화하기 위한 장외거래 활성화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장외에서 법인 매매 수요를 처리해 리테일 시장에 가격 변동 압력을 주지 않으면서 대규모 물량을 소화하는 방식이다. 코인베이스, 팔콘엑스, 크라켄 등 해외거래소에서는 일반적인 기관용 거래 플랫폼으로 자리잡았다. 그러나 국내에서는 장외거래와 이를 뒷받침할 브로커리지 서비스 등을 규정할 디지털자산기본법 논의가 정체되면서 여건 마련이 지체되고 있다.
기본법 내 핵심 쟁점(대주주 지분제한·스테이블코인 발행 주체)에 밀려 법안 체계도 개선되지 못한 실정이다. 여당 디지털자산 태스크포스(TF)가 지난 2월 마련한 디지털자산기본법 초안에는 장외거래를 규정하는 명시적인 조문이 부재하다. 한 금융권 변호사는 “다자간 경쟁매매외 시세 형성 기능이 없는 블록딜 등은 법상 구분이 돼야한다”며 “현행 (기본법) 초안은 논의가 미흡한 상태”라고 짚었다. 아울러 사업자 유형 분류 체계 역시 거래소와 매매·중개·교환업자를 분리하지 않고 있다. 거래소와 브로커리지 서비스업자 간 구분이 없어 체계상 불명확성을 안고 있는 것이다. 또 다른 변호사는 “자본시장법상 거래소(매매업자)와 증권회사(중개업자)가 나눠져있지만 (디지털자산)기본법에는 명확하지 않다”며 “이를 구분한 뒤 프라임브로커러지 서비스를 매매중개교환업자로 분류하는 방향이 바람직하다”고 했다.
정작 기본법 논의는 진전되지 못하고 있다. 여당 TF는 기본법을 발의한 뒤 정무위원회에서 논의하자는 입장이지만 발의 시점은 하반기로 예상된다. 이달 말 열릴 예정이었던 국회 정무위 법안심사소위원회가 다음달로 연기되면서 향후 지방선거, 전당대회 등 정치권 일정을 소화한 뒤일 거란 전망이 굳어지고 있다. 한 디지털자산업계 관계자는 “(당국은)법인 시장을 열어주면서 장외거래, 브로커리지, 마켓메이커도 들여 리스크를 완화하는 고민을 하고 있을 것”이라면서 “기본법과 함께 지체되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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