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바이오 파업에 웃는 中·日…“K-바이오 ‘무결점 신뢰’ 깨졌다”

美 전문지 “손실 1억弗 육박…공급망 불안 가중”
中 경제지 “주문 이전 창 열려…우시 등 반사이익”
日 후지필름, 생산 캐파 3위로 삼성바이오 ‘턱밑’


지난 4일 인천 연수구 삼성바이오로직스 본사 입구의 모습. 인천=임세준 기자


[헤럴드경제=최은지 기자] 글로벌 바이오의약품 위탁개발생산(CDMO) 시장의 ‘절대 강자’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창사 이래 최대 운영 위기에 직면했다. 창사 이래 첫 노동조합의 파업을 두고 외신들은 이를 단순한 노사 갈등이 아닌 ‘글로벌 공급망 리스크’로 규정하고 있다.

경쟁국 매체들은 삼성의 ‘공급 안정성’에 균열이 생긴 현 상황을 자국 기업들이 시장 점유율을 확대할 수 있는 결정적 기회로 분석하며 예의주시하는 모습이다. 그 사이 일본 CDMO 기업 후지필름은 생산 캐파를 대폭 확대하며 1위인 삼성바이오로직스를 바짝 추격하고 있다.

美 전문지 “파업 손실 1500억…글로벌 신뢰도 타격”


미국 제약 전문지 피어스파마는 삼성바이오로직스의 파업이 이미 상당한 경제적 타격을 입히고 있다고 보도했다. 파업으로 인한 선제적 생산 조정 비용 등 직접적인 재무 영향이 약 1억200만달러(약 1500억원)로 추산되며, 이는 생산 라인 전반에 걸친 잠재적 영향을 완화하기 위한 조치가 포함된 수치라고 전했다.

매체는 노조 측이 14% 내외의 임금 인상을 요구하는 반면, 사측은 경영 환경 등을 이유로 6.2%안을 고수하며 팽팽히 맞서고 있는 상황을 구체적으로 기술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숙련 인력을 긴급 투입해 공급 연속성을 유지하려 노력 중이나, 글로벌 고객사들과 잠재적 영향을 관리하기 위해 긴밀히 소통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하며 향후 수주 경쟁력 약화를 우려했다.

中 매체 “CDMO 본질은 확실성”…‘신뢰 붕괴’ 노린다


중국 경제 전문지 21세기경제보도는 이번 파업을 더욱 공격적으로 해석했다. 매체는 삼성바이오로직스의 파업을 글로벌 바이오 공급망의 ‘블랙스완’으로 규정하고, 이로 인해 항암제와 HIV 치료제 등 23개 핵심 의약품 생산이 중단되거나 차질을 빚은 상황을 보도했다.

매체는 이를 자국 CDMO 기업들에 ‘주문 이전의 창(口期)’이 열린 호재로 분석했다. 이는 기존 선두 주자가 공고해 뚫기 어려운 진입 장벽이 특정 돌발 변수로 인해 틈이 벌어진 전략적 기회를 뜻한다. 삼성바이오로직스 파업이 이 진입 장벽을 여는 결정적인 변곡점이 됐다고 본 것이다.

매체는 업계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CDMO의 본질은 ‘확정성(Certainty)’을 파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삼성바이오로직스의 파업이 이 신뢰를 붕괴했다며 글로벌 고객사들이 공급망 다변화를 위해 우시바이오로직스나 케이라이인 등 중국 기업들과 접촉을 시작했을 가능성을 시사했다. 그간 생물보안법 등 지정학적 리스크로 주춤했던 중국 기업들이 이번 사태를 계기로 글로벌 공급망에서의 입지를 다시 강화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日 후지필름 ‘수직상승’…공세 속 삼성은 ‘내우외환’


삼성바이오로직스의 파업 여파로 K-바이오가 휘청일 때 경쟁국인 일본은 턱밑까지 바짝 추격하고 있다. 바이오의약품 시장분석기관 바이오플랜의 ‘글로벌 바이오의약품 시설 인덱스’에 따르면, 일본 후지필름 바이오테크놀로지스의 덴마크 시설이 글로벌 생산 캐파(CAPA) 순위 3위에 이름을 올렸다. 불과 올해 3월까지만 해도 10위권 밖에 머물렀던 시설이 단 두 달 만에 수직 상승한 것이다.

이로 인해 기존 3위였던 스위스 론자의 미국 바카빌 시설은 4위로 밀려났다. 1위인 삼성바이오로직스와 2위인 중국 CL바이오로직스(선전 시설)를 일본 기업이 바짝 추격한 형국이다.

후지필름의 이 같은 질주는 공격적인 투자의 결과다. 2019년 8월 미국 바이오젠으로부터 덴마크 공장을 인수한 후지필름은 수조 원 규모의 자금을 지속적으로 투입해 왔다. 최근 16만리터 규모의 시설이 추가로 확장되어 총 40만리터 바이오리액터를 보유하게 된 후지필름 덴마크 공장은 현재 유럽 내 최대 규모의 CDMO 생산시설로 등극했다. 후지필름은 2028년까지 전체 생산 캐파를 75만리터 이상으로 끌어올리겠다는 계획이다.

이처럼 글로벌 경쟁사들이 가공할 속도로 설비를 늘리며 ‘무결점 공급망’을 마케팅 포인트로 삼는 시점에 발생한 파업은 삼성바이오로직스에 치명적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지난해 가동을 시작한 5공장(18만리터)에 이어, 최근 미국 메릴랜드주 록빌의 생산시설을 인수하며 글로벌 영토 확장에 나선 상태다. ‘초격차’ 유지를 위해 조 단위 재원이 필요한 상황에서 노조 측이 주장하는 14% 내외의 임금 인상은 수용하기 어렵다는 것이 사측 입장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현재 제2바이오캠퍼스 후속 투자(7조5000억원), 제3바이오캠퍼스 건립(7조원) 등 대규모 투자를 집행 중이다. 조 단위 투자를 앞둔 상황에서 노사 갈등이 길어질수록 글로벌 CDMO 패권이 일본이나 중국으로 넘어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중국 매체는 “글로벌 빅파마들이 ‘이중 공급원(Dual-vendor)’ 전략을 강화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삼성의 독주 체제가 흔들릴 수 있음을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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