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업이익은 주주의 몫”…학계, 삼성바이오 노조 ‘성과급 명문화’에 상법 위반 우려

“성과급의 단협 명문화, 주주 잔여청구권 침해하는 위법적 발상”
“미래 투자 재원 축소 우려…주주와 근로자 간 대리인 문제 발생”
“연속 공정 바이오 특성상 파업은 글로벌 신뢰 붕괴와 퇴출 직결”

15일 서울 중구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 대회의실에서 열린 주주행동연구원(SERI) 초청 전문가 좌담회에서 권재열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발언하고 있다. 최은지 기자.

[헤럴드경제=최은지 기자] 영업이익의 일정 비율을 성과급으로 지급하도록 단체협약에 명시하라는 노동조합의 요구가 상법상 주주 자본주의의 근간을 흔들고 이사회의 고유 권한을 침해할 수 있다는 학계의 우려가 제기됐다. 특히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삼성전자 등 국가 전략 산업을 이끄는 기업들의 파업 리스크가 기업가치 훼손을 넘어 글로벌 공급망에서의 신뢰 붕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주주행동연구원(SERI)은 15일 서울 중구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 대회의실에서 ‘주주 관점에서 본 최근의 파업 이슈: 삼성그룹 사례를 중심으로’ 세미나를 개최했다. 이날 발표에 나선 전문가들은 노조의 요구안이 이사회의 경영권과 주주의 잔여청구권을 침해할 소지가 크다고 입을 모았다.

“영업이익 20% 성과급, 상법 제462조 주주 권리와 정면충돌”

권재열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노조가 요구하는 ‘영업이익의 20% 성과급 배분’ 요구가 회사법적으로 결함이 있다고 지적했다. 권 교수는 “상법의 시각에서 영업이익은 원칙적으로 주주의 몫이며, 이익의 처분은 주주총회의 고유 권한(상법 제462조)”이라며 “이익 분배 공식을 단체협약에 명시해 강제하는 것은 이사가 주주의 이익을 위해 행동해야 한다는 충실의무(상법 제382조의3)를 저버리는 행위”라고 분석했다.

특히 권 교수는 노조의 요구가 근로자의 지위를 사실상 ‘잔여청구권자’인 주주와 유사하게 변경하려는 시도라고 비판했다. 그는 “주주는 기업 실적 악화 시 주가 하락과 자본 손실이라는 위험을 최종적으로 부담하지만, 근로자는 고용 안정성과 기본급을 보장받는다”며 “손실 리스크는 주주가 지고 이익만 공유하겠다는 논리는 비대칭적 위험 구조를 형성해 기존 회사법 패러다임과 정면으로 배치된다”고 강조했다.

자사주 지급 요구에 대해서도 법적 불확실성을 경고했다. 권 교수는 “자사주 배정은 상법상 ‘배당가능이익’이 전제되어야 하며, 개정 상법에 따라 매년 주주총회에서 승인을 받아야 한다”며 “주주들이 반대할 경우 단체협약상의 약속을 이행하지 못하는 법적 불능 상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경영권 침해와 대리인 문제…“이사회의 경영판단권 형해화”

노조가 요구한 인사제도 및 M&A, 새로운 기계·기술 도입에 대한 ‘사전 합의권’ 역시 이사회의 고유 권한을 침해할 소지가 있다는 지적이다. 권 교수는 “합병·분할·양도는 상법상 이사회 결의 후 주주총회 특별결의를 요하는 사항(상법 제522조 등)으로, 노조의 사전 합의 요구는 상법이 정한 의사결정 구조를 왜곡시키는 결과를 낳는다”고 강조했다.

정무권 국민대 교수는 이를 ‘주주와 근로자 간의 대리인 문제(Agency Problem)’로 정의했다. 정 교수는 “삼성바이오로직스처럼 대규모 설비투자와 R&D가 필수적인 기업은 영업이익의 상당 부분이 미래 가치를 위해 재투자되어야 한다”며 “단기 성과급으로 재원이 이전될수록 미래 경쟁력이 약화되어 결국 장기 투자자인 주주의 부가 훼손된다”고 분석했다.

“바이오 연속 공정 특수성 무시한 파업, 시장 퇴출 사유”

기술적 관점에서는 파업이 기업의 존속 자체를 위협한다는 분석도 제기됐다. 강승훈 인하대 바이오제약공학과 교수는 “살아있는 세포를 다루는 바이오의약품은 배양부터 정제까지 24시간 실시간 모니터링이 필요한 ‘연속 공정’이 필수적”이라며 “파업으로 인한 가동 중단은 저품질 의약품 생산과 배치(Batch) 폐기로 이어져 환자의 생명을 위협한다”고 경고했다.

강 교수는 특히 CDMO(위탁개발생산) 사업의 핵심인 ‘대외 신뢰도’를 강조했다. 그는 “해외 고객사가 한국에 위탁하는 이유는 품질 보증과 납기 준수에 대한 신뢰 때문”이라며 “노사분규로 공급 중단이 일상화된 업체는 글로벌 시장에서 퇴출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지적했다.

국가 전략 자산 보호 위해 ‘필수유지업무’ 지정 필요성↑

정책적 대안으로는 반도체와 바이오 산업의 ‘필수유지업무’ 지정이 제안됐다. 이승길 한국ILO협회 회장은 “현행법상 반도체와 바이오는 필수공익사업에 해당하지 않아 파업 시 대체인력 투입이 불가능하다”며 “국가 전략 자산 보호를 위해 이들 산업의 라인이 멈추지 않도록 법제도적 보완이 시급하다”고 제언했다.

이 회장은 또한 “우리나라의 대체근로 금지 규정은 ILO 기준이나 주요 선진국에 비해 과도하게 엄격한 측면이 있다”며 “사용자의 재산권과 경영권을 방어하기 위해, 최소한 국가 전략 산업이나 파급효과가 큰 대규모 파업의 경우에는 대체근로를 허용해 노사 간 힘의 균형을 맞춰야 한다”고 조언했다.

전문가들은 성과보상체계를 영업이익 규모보다 잉여현금흐름(FCF) 증가분에 연계하거나 주식기반 보상(RSU)을 병행하는 등 주주가치와 조화를 이루는 대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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