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심은 이사회 기능” 자율적 지배구조 강조
평균임기 5~7년…주주 목소리 등으로 자정해야
금융지주 “투자자 이해관계 반영구조 합리적”
사외이사 다양화 등 이사회 견제·감시 요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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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금융당국이 금융지주 최고경영자의 연임을 법으로 제한하는 방안을 추진하는 가운데, 세계 최대 의결권 자문사인 ISS가 이사회의 독립성을 이유로 사실상 반대 입장을 밝혔다. 사진은 KB금융지주, 신한금융지주, 하나금융그룹, 우리금융그룹 본사 건물. [각 사 제공] |
글로벌 의결권 자문사 ISS가 금융당국이 유력하게 검토 중인 금융지주 최고경영자(CEO) 임기 제한 지배구조 개선안을 반대한 핵심 근거는 ‘이사회의 독립성 침해’로 요약된다. CEO의 장기 재임이 참호 구축이나 이사회 견제 악화를 낳을 우려가 있다고 하더라도, 임기 자체를 법적으로 제한하기보다는 지배구조 메커니즘을 통해 해결해야 한다는 게 ISS 측 의견이다.
글렌 맥과이어 ISS 아시아·태평양 리서치 부문 부대표는 헤럴드경제 질의 답변서에서 CEO 임기 제한에 대해 “성과나 상황을 고려하지 않고 적용되는 경직된 캡(상한선)은 이사회의 재량권이라는 중요한 요소를 제거하는 부작용을 낳는다”고 밝혔다.
그는 특히 “시스템적으로 중요한 금융기관(SIFI)에서 매우 중요한 고려 사항은 내부 수탁자 책임 기능의 효과성”이라며 “고정 임기 제한과 같이 외부에서 부과된 제약에만 의존하기보다는, 강력한 지배구조 프레임워크(틀)를 통해 이사회가 지속적인 리더십 쇄신과 책임 확보를 보장하도록 명확한 책임을 부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ISS는 금융업계의 CEO 임기가 대개 5~7년 사이에 집중되는 경향이 있는데 이는 전략의 연속성과 주기적인 인적 쇄신의 필요성 사이에서 균형을 맞춘 결과라고 분석했다.
이는 6년을 최장 임기로 제시하는 정부의 검토안과 기간상 크게 다르지 않다. 정부가 금융지주 CEO의 연임을 한 차례만 허용해 임기를 최대 6년으로 묶는 방안을 검토한 배경에도 지배구조 개선 필요성에 공감하되 경영의 연속성은 어느 정도 보장해야 한다는 판단이 깔려 있다.
다만 ISS는 경영 성과·감독에 대해 이사회와 주주의 신뢰를 받을 경우 장기 재임하는 CEO가 존재한다는 데 더욱 주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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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글로벌 시장에서 리더십 주기는 획일적인 하드웨어식 임기 제한이 아닌 지배구조 관행과 시장 규율, 규제당국의 감독에 의해 자연스럽게 형성된다고 풀이했다.
이는 국내 금융권이 강조하는 자율성 보장과도 연결되는 대목이다. 금융권은 기업마다 처한 경영환경과 전략적 상황이 다른데 임기를 일괄 통제하는 것은 과도한 개입이라고 지적해 왔다. 특히 디지털 전환이나 글로벌 사업 확장, 대형 인수·합병(M&A)처럼 5~10년 이상 걸리는 장기 프로젝트 추진에 있어서는 경영 연속성이 심각하게 훼손될 수 있다는 주장이다.
한 금융지주 관계자는 “공공성을 강조하지만 금융사는 기본적으로 주식회사다. 투자자의 이해관계를 반영하는 지배구조가 가장 합리적”이라며 “회장 연임으로 실제로 참호를 구축했는지, 그에 따라 수익성이 저해되고 경쟁이 떨어진 요인이 있는지, 주주권 행사를 방해받았는지를 확인하고 그에 따라 처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맥과이어 부대표는 우리 정부의 CEO 임기 제한 검토에 대해 “고착화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위험을 구조적 보완책을 통해 해결하려는 노력으로 이해할 수 있다”면서도 “핵심 쟁점은 임기 그 자체가 아니라, 이사회가 시간이 지나도 독립적이고 효과적이며 기민하게 작동하는가 여부”라고 꼬집었다. 말하자면 CEO 임기는 처음부터 묶어둬야 할 전제 조건이 아니라 이사회가 제대로 기능했을 때 자연스럽게 도출되는 결과물이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그는 “이사회 감독, 주주의 목소리, 내부 리스크 통제가 함께 작동하는 다층적인 책임 시스템이 구축돼 조화를 이룰 때 규제적이고 지시적인 외부 개입의 필요성이 줄어들게 된다”면서 금융사가 스스로 지배구조 시스템상 자정 작용을 할 수 있어야 한다고 역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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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S가 금융권의 자정적 역할을 강조한 만큼, 금융지주를 향한 ‘건강한 지배구조 확립’에 대한 요구는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금융권 CEO와 그 측근을 ‘부패한 이너서클’로 지적한 가운데, 기존 사외이사에 대한 평가를 강화하거나 사외이사 후보군을 보다 확대하는 등 경영진 선임에 대한 절차적 투명성을 제고하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재 각 금융지주들은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경영 기조를 내세우고 있는데, 이에 맞춰 법조인·금융인 일색인 현 이사회 구성도 보다 다양하게 꾸려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이사회가 각자의 전문성과 책임감을 발휘해 감시 역량을 키워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 달 한국금융연수원이 주관하는 신임 사외이사 프로그램에 연사로 참여해 “투명한 지배구조는 주주와 경영진 간의 본인·대리인 문제를 최소화해, 주주가치를 제고하고 궁극적으로 산업의 신뢰를 구축하는 데 기여한다”며 “사외이사가 투명하고 공정한 지배구조의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클로백과 세이온페이 역시 국내 각계에서 도입 필요성을 강조해 온 사안이다. 각종 횡령, 전산 사고, 펀드 불완전 판매 사태에도 금융지주 임직원이 거액의 성과급과 보수를 받는 사례가 이어지면서 ‘신상필벌’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되지 않는다는 지적이 잇달았다. CEO의 입김이 강력하게 작용하는 국내 금융지주 특성상 주주들이 문제를 제기하거나 의사를 표할 마땅한 장치가 부재했다는 취지에서다.
주주 환원 정책에 대한 요구도 지속될 전망이다. 현재 각 금융지주들은 분기배당에 나서고 있는데 이에 더해 정기적인 자사주 소각이나 매입 등 주주 환원 정책을 늘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다만 금융권에서는 클로백을 비롯한 일련의 규제가 도입될 경우 행동주의 펀드의 개입 등으로 경영 안정성이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신사업 발굴 차원에서 적극적인 경영 활동이 필요한 때에 사후적인 리스크를 의식해 지나치게 보수적인 경영이 이뤄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김은희·서상혁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