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조선업, 미국 해군 재건의 핵심 파트너 될 것”

■부산상의 주최 BNK 후원 ‘제282차 부산경제포럼’
권효재 COR Energy Insight 대표, 포럼 강연서 밝혀
“미국이 원하는 것, 협상상대·주체 등 분명히 알아야”
“부산, 한미조선 협력 전진기지와 협력체계 중심으로”


제282차 부산경제포럼이 27일 아침 롯데호텔부산에서 ‘MASGA 필승전략과 부산이 가야할 길’ 주제로 열렸다. [부산상공회의소 제공]


[헤럴드경제(부산)=정형기 기자] 부산상공회의소가 주최하고 BNK부산은행이 후원한 제282차 부산경제포럼에서 권효재 COR Energy Insight 대표는 “한국 조선업이 미국 해군 재건의 핵심 파트너가 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27일 아침 롯데호텔부산에서 열린 ‘MASGA 필승전략과 부산이 가야할 길’ 강연에서 그는 “미국이 원하는 것을 정확히 이해하고, 무엇을 누구와 어떻게 만들지 우선순위를 분명히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우선, 그는 용어부터 정리해야 한다고 했다. 미국은 MASGA란 표현을 거의 쓰지 않으며, 정권 교체와 무관하게 10년 이상 이어질 사업인 만큼 정치색이 강한 용어보다 ‘한미 조선협력’이라는 보다 중립적이고 지속가능한 표현이 적절하다는 설명이다. 그는 이번 협력이 단기 수주전이 아니라 미국 조선·해군력 재건이라는 장기 프로젝트라는 점을 분명히 짚었다.

그가 꼽은 두번째 원칙은 미국이 원하는 바를 정확히 파악하는 일이다. 권 대표는 미국이 가장 절실하게 필요로 하는 전력은 핵잠수함이라고 밝혔다. 미국은 연간 2척 수준의 생산능력을 확보해야 하지만 현실은 2년에 1척에 머물고 있어 수요와 공급 격차가 크다는 것이다. 그는 “미국의 군함과 상선 모두 인력과 생산 인프라 모두에서 공급망이 무너져 있다”며 “이 구멍을 메울 수 있는 나라는 사실상 한국이 유일하다”고 했다. 단순한 건조역량이 아니라 부품, 인력, 보안, 인증을 포함한 공급망 전체의 준비가 필요하다는 진단이다.

미국 해군의 구조적 문제도 지적했다. 권 대표는 미 해군이 지난 수십 년간 고도화된 함정 성능을 요구하는 과정에서 오히려 건조지연과 비용상승을 반복해 왔다고 말했다. 설계가 완성되기 전에 발주가 이뤄지고, 이후 사양이 계속 변경되면서 일정과 예산이 모두 흔들리는 악순환이 이어졌다는 설명이다.

세번째 원칙은 어떤 배를 누구와 만들지 우선순위를 명확히 하는 일이다. 권 대표는 “대형 전투함보다 보급함, 상륙함, 지원함처럼 한국 조선업이 강한 분야부터 접근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들 선종은 상선 기술을 응용할 수 있고, 미국 조선소가 어려움을 겪는 선체건조 비중이 높아 한국기업의 강점이 분명하다는 것이다.

반면 핵 관련 군함은 인허가와 보안규제가 매우 까다로워 현실적인 협력범위를 냉정하게 따져야 한다고 봤다. 특히 미국이 원하는 것은 완성품을 해외에서 가져오는 방식이 아니라 미국 현지에서 생산기반을 키우는 구조라고 분석했다. 한국의 역할은 완제품 수출보다 미국 내 조선소와 공급망, 교육훈련 체계, 협력사 단지를 함께 구축하는 데 있다는 것이다. 그는 “거점을 확보하지 않으면 이 시장은 열리지 않는다”고 말했다.

네번째 제시한 원칙은 협상의 상대와 주체를 제대로 파악하는 것이다. 그는 “미국 조선산업의 발주권과 정책결정권을 가진 관장 부처는 미 해군이므로, 개별기업이 직접 미국 측을 두드리는 방식은 안된다”고 지적했다. 민간기업은 계약 한 건을 따는 데 집중하지만, 미 해군은 동맹국의 조선역량 전반과 공급안정성을 보고 협상하기 때문이다. 그는 “협상주체가 국가기관, 공공기관이거나 부산상공회의소 같은 공공성을 띤 민간기업 대표단체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와 함께 그는 부산의 역할도 분명히 제시했다. 부산은 조선·해운·물류 기반과 항만 인프라를 갖춘 만큼 한미 조선 협력의 전진기지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친환경 선박개조, 스마트 MRO(유지·보수·정비), 해양 서비스 등 고부가가치 분야로 확장할 수 있으며, 해양수산부 이전과 HMM 본사이전 논의까지 맞물리면 부산의 해양경제 중심도시 위상은 더 커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그는 “부산이 단순한 수혜지가 아니라 협력체계의 중심이 돼야 한다”고 했다. “한국 조선업이 과거 경기 사이클의 부침을 겪었지만, 지금의 미국 조선·방산 시장은 중국이 사실상 진입하기 어려운 만큼 부산이 이 흐름을 잘 읽으면 새로운 10년을 열 수 있다”고 강조했다.

포럼을 주최한 양재생 부산상의 회장은 인사말에서 “해양수산부 이전과 HMM 본사 부산이전까지 더해지며 부산은 대한민국 해양경제 중심도시로 한 단계 더 도약할 수 있는 중요한 전환점을 맞이하고 있다”며 “한미 조선 협력의 흐름과 미래전략을 함께 고민하고 우리 지역기업들이 새로운 기회를 모색하는 뜻깊은 시간이 될 것”이라 기대했다.

한편, 부산경제포럼은 부산상공회의소와 삼성경제연구소 공동 주관으로 1998년 첫발을 내디딘 부산에서 가장 오래되고 가장 규모가 큰 조찬 강연 모임이다. 매달 또는 정기적으로 회원기업 CEO 등 지역 기업인, 주요기관장, 오피니언 리더들을 대상으로 경제전망, 경영환경 이슈, 인문학, 지정학적 트렌드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 강연을 진행하며 글로벌 정보와 비즈니스 인사이트를 제공하고 참석자간 네트워크를 지원하는 핵심 플랫폼 역할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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