母의 10억 헌금에 파탄난 가정…아베 살해범 판결에 분노한 ‘종교 2세들’ [나우, 어스]

아베 살해범 야마가미 모친 통일교에 1억엔 헌금, 형은 극단 선택
통일교가 자민당 후원하자 아베 총리 저격해 복수
법원 “종교에 분노했더라도 40대 사회인이면 합법적 해결 모색했어야”
일본 종교 2세들 “교리세뇌 환경, 어른돼도 정상생활 힘들어…현실 모르는 판결” 비판


지난 2022년 일본 도쿄의 한 상점 TV에 아베 신조 당시 총리가 총격을 받고 쓰러진 모습이 비춰지고 있다. 당시 아베 총리를 살해한 야마가미 테츠야는 통일교에 심취한 어머니에 대한 분노로 통일교에서 정치자금을 수수한 아베 총리를 살해했다고 밝혔다.[게티이미지]


[헤럴드경제=도현정 기자] 아베 신조 전(前) 총리 사망을 계기로 일본 내에서 ‘종교 2세’가 사회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종교 2세는 특정 종교를 맹목적으로 믿는 부모 밑에서 태어나, 자신의 의사와 상관없이 해당 종교의 교리나 집단의 영향을 받으며 자란 자녀 세대를 뜻한다. ‘종교 2세’에 ‘문제’라는 단어가 따라오는 이유는 과도한 헌금이나 상식에 반하는 교리로 인해 아동학대라 할만한 상황에 놓이는 경우가 잦기 때문이다. 인권 침해로 고통받은 종교 2세들은 지난 2월 아베 총리 살해범인 야마가미 테츠야(45)에게 내려진 판결이 종교 2세가 처한 현실을 전혀 반영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야마가미는 익히 알려졌다시피 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옛 통일교)에 심취한 어머니 밑에서 힘들게 자라면서 어머니에 대한 반감과 통일교에 대한 분노가 쌓였다. 어머니는 통일교에 1억엔(약 9억5000만원) 이상의 헌금을 냈고, 이로 인해 가정의 불화가 끊이지 않았다. 교단의 가르침에 반발했던 형은 끝내 스스로 생을 마감했다. 분노한 야마가미는 통일교에서 정치자금을 후원받는 자민당 세력으로 눈길을 돌려, 아베 전 총리를 습격해 사망케했다.

아사히 신문에 따르면 지난 2월 1심 판결에서 재판장은 “성장 과정에서 불우한 면은 있으나, 범행 당시 40대의 자립한 사회인으로 통일교에 대한 분노가 있더라도 합법적인 해결을 모색했어야 한다”며 “아베 전 총리에게는 잘못이 없고, (통일교에 대한 분노가 범행으로 이어진 것에는) 큰 비약이 있다”고 판시했다.

이에 대해 야마가미와 비슷한 환경에서 자란 종교 2세들은 충격을 받았다고 전했다. 아사히 신문이 살펴본 종교 2세들의 성장 환경은 해당 종교의 교리만 세뇌에 가까운 수준으로 접하게 돼, 정상적인 사고나 인간관계 형성이 어려웠다. 40대라고 해서 합리적인 사고를 하고, 해법을 모색할 수 있는 단계가 되지 못한다는 것이다.

시코쿠에 사는 종교 2세인 20대 남성은 아사히에 “어릴 때부터 ‘신자 이외에는 사탄’이라는 말을 들으며 자라 친구도 없고, 집단에 융화되지 못해 직장에서도 오래 있지 못했다”며 “결국 우울증을 앓게 됐고, 지금은 장애연금으로 생활한다”고 전했다. 그는 “범행 자체에는 공감하지 않지만, 야마가미 피고인이 걸어온 삶은 상상할 수 있다”고 공감했다.

종교 2세인 30대 여성도 “‘40대나 되는데 어떻게든 할 수 있지 않았겠느냐’라는 것은 자유를 억압받아 보지 않은 사람이 하는 말”이라 지적했다. 그는 아베 전 총리 살해 사건으로 종교 2세의 처지에 대해 사회가 이해하기 시작했다고 생각했지만, 이번 판결을 통해 사회의 이해 수준이 현실을 전혀 따라가지 못한다고 판단하게 됐다고 전했다.

아이치현에 사는 40대의 종교 2세 여성도 “40대 사회인이라면 생각을 돌릴 수 있었을 것이라는 언급에 가슴이 미어졌다”고 말했다. 그는 5세때부터 부모가 통일교를 믿기 시작하면서 대출까지 받아가며 교단에 고액의 헌금을 했고, 이 때문에 가족들은 정작 끼니도 제대로 잇지 못할 정도로 어렵게 살았다고 토로했다. 교단 활동에 참여하느라 자녀의 학교 참관 수업에는 한 번도 오지 않았던 부모는 종교의 교리를 따르지 않는다는 이유로 아이들에게 폭력을 휘두르기도 했다. 성인이 된 후에도 어머니는 헌금을 위해 돈을 빌려달라고 요구했고, 선거 때마다 “자민당에 투표하라”고 종용했다고 한다.

이 여성은 “아무도 교단을 심판해주지 않는다면 내가 하겠다는 감정이 넘쳐흐를 것 같았다”며 “‘40대니까 (범죄로부터) 생각을 돌릴 수 있었을 것’이 아니라, 오히려 반대다”라고 말했다. 40대니까 비로소 행동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일본에서는 법원이 2심 판결에서까지 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에 해산을 명령했다. 그러나 통일교는 명칭만 영어명 약칭을 딴 ‘FFWPU’로 바꿔 활동을 계속하겠다는 계획이다.

통일교로부터 전폭적인 후원을 받아왔던 자민당도 통일교와의 연계를 부정하고 있다.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는 지난 3월 자민당이나 정부 내 통일교와의 연계에 대해 더 조사할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아사히 신문이 같은 달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자민당이 통일교와의 관계를 단절할 수 없을 것이란 응답이 61%나 나왔다. 국민들의 의구심은 여전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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