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분간 배럴당 90달러 이상 전망
유가 하락 반영 2~3주 시차…환율도 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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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서초구 만남의광장 주유소를 찾은 운전자들이 주유하고 있다. [연합] |
[헤럴드경제=배문숙 기자]미국과 이란의 종전협상 타결로 정부가 석 달 넘게 시행 중인 석유제품 최고가격제의 종료 논의가 본격화할 전망이다. 정부가 제시했던 종전, 호르무즈 해협 정상화, 국제유가 배럴당 90달러 이하 등 최고가격제 종료 요건이 충족되면서 시장 개입을 거둬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다만 유가 변화가 국내 물가에 시차를 두고 반영되는 데다 환율 불안도 여전해 정부는 종료 시점을 종합적으로 판단하겠다는 입장이다.
미국과 이란이 종전 양해각서(MOU) 서명 계획을 밝힌 15일 국제유가 시장에서 브렌트유는 배럴당 83.8달러 안팎,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배럴당 81달러 선까지 떨어졌다. 국내 수입 원유의 기준이 되는 두바이유 가격은 전주보다 배럴당 4.5달러 하락한 89.7달러를 기록했다.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시스템 오피넷에 따르면 6월 둘째 주(7∼11일) 전국 주유소 휘발유 평균 판매가는 지난주보다 리터(ℓ)당 0.5원 내린 2009.9원이었다. 경유 평균 판매 가격은 전주 대비 0.3원 하락한 2004.8원을 기록했다.
정부가 석유제품 최고가격제 종료 조건으로 제시했던 세 가지 요건도 사실상 충족됐다.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은 지난달 27일 출입기자단 간담회에서 “전쟁이 종료되고 호르무즈 해협이 정상화되며 국제유가가 적정 수준인 90달러 정도가 되면 석유 최고가격제 종료를 검토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산업통상부는 오는 19일(현지시간) 예정된 종전 서명식을 지켜본 뒤 최고가격제 유지 여부를 종합적으로 판단할 계획이다. 다만 18일 발표 예정인 제7차 석유최고가격제는 종전 서명 이전에 결정되는 만큼 예정대로 시행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산업부 관계자는 “18일 제7차 석유최고가격제 발표시점은 종전서명식 이전으로 중동전쟁 종전과 호르무즈 해협 완전 개방이 이뤄졌다고 할 수 없다”면서 “예정대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석유 최고가격제는 중동전쟁 발발 직후인 지난 3월 13일 도입된 이후 약 3개월째 시행 중이다. 정부는 현재까지 여섯 차례에 걸쳐 국내 석유 판매가격 상한을 원유 도입가격보다 낮게 설정했다. 휘발유 최고가격은 3~6차에 걸쳐 네 차례 연속 리터 당 1934원으로 유지됐고, 경유는 1923원으로 고정된 상태다.
석유 최고가격제가 석 달 넘게 유지되면서 시장 가격 기능이 왜곡되고 정부의 재정부담이 커지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앞서 정부는 추가경정예산안을 편성하면서 ‘최고가격제 6개월 유지’를 전제로 4조2000억원 규모의 예비비를 짰다. 정유업계에서는 누적 손실 규모가 약 4조원을 넘어섰다는 분석도 내놓고 있다.
하지만 중동전쟁 종전에도 물가를 고려할 때 석유 최고가격제 중단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크다.
에너지경제연구원이 지난달 발표한 ‘국제 유가 및 천연가스 도입 가격 전망’ 보고서도 휴전 또는 종전 합의가 이뤄지더라도 당분간 배럴당 90달러 이상의 고유가 흐름이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봤다.
실제 국내 물가에도 유가 상승 여파가 이어지고 있다. 올해 4월 생산자물가지수는 128.43으로 전월보다 2.5% 상승했다. 이는 외환위기 당시인 1998년 2월 이후 가장 높은 상승률이다. 수입품까지 포함한 국내공급물가지수도 전월 대비 5.2% 급등했다.
유가 하락이 석유제품 가격에 반영되는 데는 통상 2~3주가 걸린다. 중동 전쟁 이전 배럴당 60달러에 비해 국제유가는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최고가격제에도 지난달 국내 석유류 물가는 24.2% 급등하며 전체 물가를 0.92% 포인트 끌어올렸다. 최고가격제 종결 이후에 누적됐던 가격 인상 요인이 일시에 반영되면 물가 충격은 더 커질 수 있다.
환율도 변수다. 원·달러 환율이 1500원대로 치솟으면서 유가 안정에 따른 수입단가 하락 효과가 상당 부분 상쇄되고 있다. 중동전쟁 리스크가 줄어들면 외환시장이 안정을 찾을 수 있다는 기대가 있지만, 최근 원화 약세의 주요 원인으로 외국인 주식 순매도가 꼽히는 만큼 효과가 제한적일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원화 약세가 이어지면 에너지와 원자재 가격 부담은 다시 소비자물가로 전이될 가능성이 크다. 유가가 내려도 환율이 높으면 국내 소비자가 체감하는 수입물가 하락 폭은 작아질 수밖에 없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