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선악의 발명 하노 자우어 지음 김태한 옮김 민음사 |
오늘날 세계는 분열과 갈등의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국가들은 각자의 이해관계에 따라 대립하고, 온라인 공간은 가짜 뉴스와 극단적인 주장이 충돌하는 전장이 됐다.
모두가 동의할 만한 보편적 가치가 희미해진 오늘의 지구촌은 과연 첨예한 갈등의 시대를 헤쳐나갈 수 있을까. 갈등의 골을 메우고 인류를 하나로 묶는 가치와 원칙은 남아 있는 것일까.
독일 철학자인 하노 자우어 네덜란드 위트레흐트대 윤리학 교수는 저서 ‘선악의 발명’에서 도덕의 기원과 발전 과정을 통해 이 질문에 답한다. 저자는 “도덕의 역사는 우리의 공존을 이루는 가치와 감정, 규범, 제도에 관한 것”이라면서 “도덕의 소임은 항상 공존의 규칙을 확립해 소규모 집단 내의 사회적 협력이라는 시급한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었다”고 말한다.
저자는 철학뿐 아니라 진화생물학, 문화인류학, 사회심리학, 인지과학 등의 연구 성과를 바탕으로 협력 능력의 진화, 처벌 제도의 형성, 불평등의 출현, 근대적 도덕관념의 발전 그리고 오늘날의 가치양극화와 극단주의에 이르기까지 도덕의 역사를 폭넓게 다룬다.
저자에 따르면 도덕의 본질은 함께 살아가기 위한 협력에 있다. 초기 인류는 척박한 환경에서 생존하기 위해 협력해야 했다. 저자는 “개인의 생존이 무리의 성공에 좌우될수록 무리를 위한 이타적 행위는 가치 있는 것이 된다”며 “협력은 인간 도덕의 핵심 토대”라고 설명한다. 협력은 인간이 살아남기 위해 선택한 전략이었으며, 도덕의 출발점이 됐다.
협력을 유지하기 위해 인간은 규범과 처벌을 만들었다. 규칙을 어긴 사람을 제재함으로써 집단의 결속을 강화한 것이다. 이후 인간은 더 큰 집단을 이루고 문화를 발전시켰으며, 타인의 지식과 경험을 배우는 사회적 학습에 의존하게 됐다. 저자는 “효과적 학습은 기본적으로 누구를 믿을까에 달렸고, 이는 누가 자신과 같은 가치를 갖고 있냐에 달렸기 때문에 우리의 집단 지향성은 더욱 강화됐다”고 짚는다.
사회 규모가 확대되면서 새로운 문제도 나타났다. 인구 증가와 함께 평등주의적 공동체는 점차 위계적인 사회로 변했다. 농업혁명 이후 생산량은 증가했지만, 부와 권력은 고르게 분배되지 않으면서 불평등이 등장했다. 이는 오늘날까지 이어지고 있는 인류의 주요 해결과제가 됐다.
하지만 20세기에 들어 인류는 중요한 도덕적 진보를 이뤘다. 경제성장과 물질적 풍요 속에서 평등과 인권에 대한 요구가 확대된 것이다. 저자는 “핵심 주제는 (평등이) 만인에게 부여되고, 내재하는 보편적 존엄은 종교, 피부색, 출신을 초월해 불가침이라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인종, 성별, 계급에 따른 차별을 부당하게 여기는 인식은 다양한 법과 제도로 이어졌다. 그러나 자유와 평등이라는 이상이 기대만큼 빠르게 실현되지 않아 다시 ‘우리’와 ‘저들’을 구분하기 시작했다. 정치적 양극화와 적대감이 심화하면서 서로 다른 가치와 신념을 가진 사람들을 악으로 규정하는 현상도 나타났다. 그럼에도 저자는 희망을 얘기한다. 그는 정치적 분열이 본질적인 것이 아니라 일시적인 현상이며, 인간은 문화와 사회가 달라도 안전, 자유, 행복, 관용과 같은 가치를 중요하게 여기며 여전히 ‘보편적 도덕 가치’를 공유하고 있다고 말한다. 결국 ‘선악의 발명’은 도덕의 역사를 통해 인간이 갈등을 넘어 공존할 수 있는 존재임을 보여준다. 저자는 “어쩌면 불화와 증오가 가득한 성대한 축제도 언젠가 끝나고, 이성으로 해방되고 강제되는 평온한 공동체의 축제가 될 것”이라고 말한다.
손미정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