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우 이례적 전보인사 vs 보직 변경…정유미 검사장 소송전 항소심으로 [세상&]

1심 “인사명령 이례적…소명 기회 줬어야”
법무부 “인사권자 재량권 과도하게 제약”
법무부, 선고 후 항소…2심서 법정공방 계속


정유미 대전고검 검사가 지난 11일 서울 서초구 서울행정법원에서 열린 인사명령처분취소 1심 판결선고기일에 출석한 뒤 밖으로 나서며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최의종 기자] 정유미 대전고검 검사가 제기한 인사명령처분 취소 소송 1심에서 패소한 법무부가 항소장을 제출했다. 1심 법원이 대검찰청 검사급(대검검사급) 검사에 해당하는 검사장급 검사를 고등검찰청 검사급(고검검사급)에 해당하는 고등검찰청 검사로 인사 발령한 것에 제동을 걸었으나 항소장 제출로 2심에서 소송전 2라운드가 펼쳐지게 됐다.

21일 법조계에 따르면 법무부는 지난 16일 정 검사가 법무부 장관을 상대로 낸 인사명령처분 취소 소송 1심 사건을 맡았던 서울행정법원 행정5부(부장 이정원)에 항소장을 제출했다. 재판부는 지난 11일 정 검사에 대해 승소 판결했다.

사건은 지난해 12월 법무부가 단행한 검찰 고위 간부 인사로부터 시작됐다. 해당 인사에서 법무부는 이른바 ‘검찰의 대장동 항소 포기 사태’를 비판했던 정유미 당시 법무연수원 연구위원을 대전고검 검사로 발령냈다.

법무부는 당시 인사발령 후 배포한 보도자료에서 “이번 인사는 업무 수행 표현으로 내부 구성원을 반복적으로 비난해 조직 명예와 신뢰를 실추시킨 대검검사급 검사를 고검검사로 발령한 것을 비롯해 검찰 조직 기강 확립과 분위기 쇄신을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정 검사장은 이재명 정부의 검찰개혁 주요 국면에서 검찰 내부망(이프로스)에 비판적 입장을 적극적으로 밝혀왔다. 검찰의 대장동 개발비리 의혹 사건 항소 포기 사안에 대해서도 검사장 18명이 참여한 항의 성명에 참여했다. 항소 포기를 결단한 노만석 당시 검찰총장 권한대행(대검찰청 차장검사)에 대해 사퇴를 요구하기도 했다. 정 검사장의 이러한 행보가 인사의 원인이 된 것으로 해석됐다.

서울행정법원 [헤럴드DB]


현재 검사 직급은 검찰청법 제6조에 따라 검찰총장과 검사, 2개로만 구분된다. 2004년 1월 개정 전까지는 같은 조항에서 검사 직급을 검찰총장·고등검사장·검사장 및 검사로 구분했으나 개정 이후 검찰총장과 검사로 구분됐다. 상명하복식 구조에 지나치게 종속돼 검찰이 관료화됐다는 비판이 반영된 개정이었다.

다만 직위 체계는 대검검사급 검사와 고검검사급 검사, 일반검사로 나뉜다. 대통령령인 ‘대검찰청 검사급 이상 검사의 보직범위에 관한 규정’에 따르면 대검검사급에는 ▷검찰총장 ▷고등검사장 ▷대검 차장검사 ▷법무연수원장 ▷대검 검사 ▷법무부 검찰국장 등 ▷지검 검사장 ▷사법연수원 부원장 ▷법무연수원 기획부장 ▷고검 차장검사 ▷법무연수원 연구위원 등이 있다. 검찰총장이 포함돼 있긴 하지만 검찰총장을 제외하면 흔히 ‘검사장급 검사’라고 부르는 보직이다.

고검검사급 검사의 경우 ▷고검 부장검사 및 검사 ▷지검 차장검사 및 부장검사 ▷지검 지청장·차장검사 및 부장검사 ▷법무부 또는 대검 기획관 등에 임용된 검사 및 검찰인사위원회 심의를 거쳐 법무부 장관이 지정한 직위 검사 등을 말한다. 검찰 실무 중추를 담당하는 차장·부장이 여기에 포함돼 보통 ‘중간간부급 검사’로도 불린다. 일반검사는 평검사들이다.

정 검사는 윤석열 정부 시절인 2023년 9월 승진해 대검검사급 보직인 대검찰청 공판송무부장에 임명됐다. 이듬해에는 창원지검장으로 부임했다. 당시 창원지검에서 ‘명태균 공천개입 의혹 사건’을 지휘했다.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인 지난해 7월에는 법무· 검찰 내에서 한직으로 꼽히는 법무연수원 연구위원으로 전보됐다.

하지만 지난해 12월 검찰 고위 간부 인사에서 대전고검 검사로 발령되면서 법조계에서는 사실상 ‘강등’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검사장급 검사를 고검검사로 배치하는 일 자체가 이례적이기 때문이다.

정 검사는 인사 이후 곧바로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소송을 제기하면서 ▷검찰청법상 허용되지 않는 ‘강등’ 징계 ▷대검검사급 검사의 보직 범위 일탈 ▷사전 인사원칙 미공개, 검찰인사위 심의·의결 누락 ▷처분 사유 부존재 ▷인사재량권 일탈·남용 등을 주장했고, 인사 효력을 멈춰달라는 집행정지 신청도 냈다.

하지만 법원은 지난 1월 “해당 처분으로 인해 훼손되는 명예와 사회적 평가는 본안 소송에서 승소하면 상당 부분 회복될 수 있다”라며 집행정지 신청을 기각했고, 본안소송 법정다툼이 본격화됐다.

경기 과천 법무부 청사. [법무부 제공]


약 6개월간 심리를 진행한 재판부는 지난 11일 1심 결론을 내놨다.

우선 재판부는 대검검사급에서 고검검사급으로 발령한 것은 강등으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국가공무원법상 징계의 일종인 강등은 1계급 아래로 직급을 내리는 등이 있어야 하는데 검사 직급은 검찰총장과 검사로만 구분돼 있다는 이유에서다. 대검검사급 보직범위를 일탈한 것도 아니라고 봤다.

다만 재판부는 처분 사유가 없다는 정 검사의 주장은 받아들였다. 앞서 ‘명태균 공천개입 의혹 사건’ 부실 수사 의혹으로 김건희 특검팀(민중기 특별검사)이 대검찰청을 압수수색했는데, 이와 관련해 법무부는 당시 영장에 정 검사가 피의자로 적시돼 있다고 주장한 바 있다. 이에 대해 정 검사는 부실 수사한 사실이 없으며 입건만으로 인사상 불이익을 가한 것은 검사 보호 의무를 불이행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인사명령 처분이 불이익을 가하는 처분인데, 부실 수사 의혹이 제기됐다거나 피의자인 점만으로 부실 수사한 사실이 확인됐다고 보기 어렵다며 처분 사유가 존재하지 않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또 ‘대전고검 검사 발령이 보복성 인사이며 동기·목적이 정치적이어서 부당하고 강등시키거나 사직을 유도하기 위해 인사권을 부당하게 행사해 재량권을 일탈·남용했다’는 정 검사의 주장을 받아들였다. 인사 관행상 매우 이례적인 전보인사이며, 자발적 사직을 유도할 정도 침익적(이익을 침해하거나 권리·자유를 제한하고 의무를 부과하는 내용) 처분으로, 미리 통지하고 소명 기회를 줘야 했는데 주지 않았다는 판단이다.

법무부는 1심 판결에 대해 “대전고검 검사 발령이 보직 변경이고 징계 처분이 아니며 인사명령 전 대상자에게 소명 기회를 줘야 했다는 판단은 인사권자 재량권을 과도하게 제약하는 결정”이라며 항소장을 냈다. 그러면서 “항소를 통해 1심 판결을 바로잡을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라고 설명했다.

정 검사 인사를 둘러싼 법정공방은 2심에서 이어지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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