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쉬는 방학’에서 ‘준비하는 방학’ 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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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1일 서울 시내 한 대학교 일자리플러스센터 채용 관련 게시판 [연합] |
[헤럴드경제=전새날 기자·이우중 수습기자] 방학이면 친구들과 해외여행부터 계획했다는 이모(21) 씨의 올 여름 방학은 과거와 다르다. 그는 “지금은 항공권 가격부터 부담스럽다. 여행 한 번 다녀올 돈이면 자격증 응시료나 토익 학원비를 낼 수 있다” 며 “취업하기 어렵다는 말을 많이 들어 방학도 스펙 쌓기에 집중할 것”이라고 털어놨다.
지난 22일 오후 서울 동작구 중앙대학교 서울 캠퍼스의 분위기는 과거와 사뭇 달랐다. 종강을 앞둔 학생들에게 여름방학 계획을 묻자 이씨처럼 여행 대신 자격증과 인턴, 아르바이트를 꼽는 답변이 주를 이뤘다.
이 학교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신입생 유소빈(20) 씨는 이번 방학 동안 전산회계 자격증을 준비할 계획이다. 그는 “전공만으로는 취업이 쉽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세무사를 준비하고 있는데 나중에도 도움이 될 것 같아 방학 동안 미리 공부하려 한다”고 말했다.
기록적인 고환율, 청년들의 낮은 취업률도 올해 여름 방학은 해외 여행 등 휴식 보다 취업 준비를 위한 시간으로 자리매김하는 모습이다. 취업과 물리적 시간이 먼 1~2학년 저학년생들 마저도 일찌감치 취업 준비를 겨냥한 방학 계획을 세우는 분위기가 확산하고 있다.
실제 청년들의 취업 여건은 녹록지 않다. 국가데이터처에 따르면 지난달 청년층(15~29세) 취업자는 전년 동월 대비 25만5000명 감소했다. 같은 기간 청년 고용률은 43.8%로 2.4%포인트 하락했다. 청년 고용률은 25개월 연속 내림세다.
대학생들이 방학 계획을 바꾸게 된 데에는 취업난뿐 아니라 커진 경제적 부담도 영향을 미쳤다. 원·달러 환율이 1540원 선까지 오르며 해외여행 비용 부담이 한층 커졌다. 전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11.0원 오른 1538.0원에 마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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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일 영남대학교 경산캠퍼스 천마아트센터에서 열린 2026년 상반기 취업박람회에서 취업준비생들이 각 기업담당자와 취업 상담을 받고 있다. [연합] |
취업에 대한 불안감은 저학년 사이에서도 적지 않았다. 중앙대 신입생 박승혁 씨는 “삼수 끝에 입학해 또래보다 나이가 많다 보니 취업 걱정이 더 크다”며 “궁극적으로는 창업을 하고 싶지만 먼저 기업에서 경력을 쌓아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해외여행 대신 국내 여러 지역을 다녀올 계획이라고 했다.
같은 학교 광고홍보학과 최지석 씨 역시 “삼수생이라 다른 신입생보다 취업 고민이 많다”며 “생활비를 마련하기 위해 과외나 카페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다음 학기 비용도 미리 준비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전기전자공학부의 한 1학년생은 방학 동안 컴퓨터활용능력(컴활) 자격증 취득을 준비한다. 인터뷰 도중 지난주 치른 시험 성적을 확인한 그는 예상보다 낮은 점수에 표정이 굳어졌다. 그는 “어떤 직무를 할지는 아직 정하지 못했지만 컴활은 다들 준비하는 자격증이라 지금부터 따려고 한다”며 “주변에도 컴활을 준비하는 친구들이 많다”고 말했다.
마지막 학기를 앞둔 학생들은 저학년의 달라진 분위기를 체감하고 있었다. 중앙대 사범대에 재학 중인 19학번 박모(27) 씨는 “내가 1학년이던 시절과 비교하면 분위기가 많이 달라졌다”며 “요즘은 2~3학년은 물론 저학년생들도 일찍부터 자격증과 대외 활동을 준비하는 모습을 보면서 위기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한국외대 3학년 한나리 씨는 “최근에는 해외를 가더라도 단순 여행보다 해외 인턴이나 취업 기회를 찾는 목적이 늘었다”며 “3년 전 선배들보다 지금 3학년 동기들이 방학 동안 취업 준비에 훨씬 더 집중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같은 학교 변찬석 씨도 “2년 전에는 저학년 가운데 해외여행을 계획하는 학생이 10명 중 8명 정도였다면 지금은 6명 정도로 줄어든 것 같다”며 “해외에 가더라도 봉사활동이나 학점교류처럼 자기소개서에 활용할 수 있는 경험을 찾는 학생이 많다”고 말했다.
대학생들의 대외 활동 참여 시기도 빨라지고 있다. 대학생 기자단 활동을 하는 손지성 씨는 “이번 공개모집에 지원한 60명 가운데 25~26학번 신입생이 10명이나 있었다”며 “예전에는 신입생 지원이 거의 없던 동아리였는데 최근에는 저학년생들도 스펙을 의식해 적극적으로 지원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김윤태 고려대 사회학과 교수는 “저학년 학생들이 방학 때 여행이나 여가생활보다 자격증, 토익 등 스펙 준비에 나서는 것은 개인의 선택이라기보다 취업난이 만든 사회적 강제력으로 봐야한다”며 “고용 불안이 가장 큰 원인이고 여행이나 여가생활에 필요한 경비를 마련하기 어려운 경제적 부담도 영향을 미친다”고 분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