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AI교과서 피해 업체들, 국가 상대 첫 손배소…도입 발표 3년만에

AIDT 발행사와 에듀테크 기업 등 임직원 5000여명이 지난 2025년 7월 21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AIDT 교과서 지위 유지 궐기대회’를 열고 교과서 지위 강등을 멈출 것을 호소했다. [한국교과서협회]


YBM·동아출판 등 23일 중앙지법에 민사소송
김앤장·태평양 법률대리인…교육부 장관 상대
손해배상 첫 제기…천재교육·미래엔 별도 소송


[헤럴드경제=홍석희 기자] 인공지능 디지털교과서(AIDT) 도입 정책 변경으로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해온 교과서 발행사들이 정부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 들어간 것으로 확인됐다. 정부가 2023년 6월 AIDT 추진방안을 발표한 지 3년 만이다. AIDT의 교과서 지위를 둘러싼 헌법소원과는 별개로, 발행사들이 손해배상을 요구하는 민사소송을 실제 제기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25일 교육업계와 법조계에 따르면 YBM, 동아출판 등 AIDT 개발에 참여했던 여러 교과서·교육업체들은 지난 23일 서울중앙지법에 국가를 상대로 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냈다. 이번 소송에는 김앤장 법률사무소와 법무법인 태평양이 법률대리인으로 참여한 것으로 확인됐다.

원고 측은 정부를 신뢰해 AIDT 개발과 검정, 플랫폼 구축 등에 대규모 비용을 투입했지만, 이후 AIDT의 법적 지위와 학교 도입 방식이 바뀌면서 손해가 발생했다는 취지로 소송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소송가액은 수천억 규모로 알려졌다.

교육부는 지난 2023년 6월 ‘AI 디지털교과서 추진방안’을 발표했다. 당시 교육부는 2025년부터 수학·영어·정보·국어 특수교육 과목에 AIDT를 우선 도입해 국어·사회·역사·과학·기술·가정 등으로 적용 과목을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이후 AIDT는 교과서 지위를 전제로 개발과 검정 절차가 진행됐으나, 2024년 12월 3일 계엄령 선포와 탄핵정국 그리고 2025년 교과서 지위 불인정 등 때문에 현재는 참고자료로만 사용되고 있다.

발행사들은 그간 헌법소원과 행정소송 등을 통해 AIDT 정책 변경의 부당성을 주장해왔다. 발행사와 교사·학부모·학생 등은 지난해 11월 AIDT의 법적 지위를 교육자료로 변경한 초·중등교육법 개정에 대해 헌법소원 심판을 청구했다. 다만 헌법소원은 결론까지 최장 2년 이상 걸릴 수 있어, 손실 보전의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업계 내부에서 제기돼 왔다.

이번 민사소송은 헌법소원과 별도로 금전 배상을 직접 요구하는 절차다. 법적 쟁점도 다르다. 헌법소원이 AIDT 지위 변경에 대해 국회의 행위에 대해 위헌 여부를 따지는 절차라면, 손해배상 소송은 정부 정책을 신뢰한 민간업체들이 실제 손해를 입었는지, 국가가 이를 배상할 책임이 있는지를 다투는 구조다.

업계가 주장해온 AIDT 관련 민간 투자 규모는 8000억원에 이른다. 발행사들은 교과서 개발비뿐 아니라 플랫폼 구축, 학습 데이터 설계, 콘텐츠 제작, 검정 대응, 영업·운영 인력 확충 등에 비용을 투입했다는 입장이다. 다만 이번 소송의 구체적인 청구액은 업체별 투자 규모와 피해 산정 방식에 따라 달라질 전망이다.

피해 규모가 큰 것으로 알려진 천재교육은 이번 공동 소송과 별도로 민사소송을 준비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천재교육 관계자는 “민사소송을 준비 중”이라며 “구체적인 사항은 밝히기 어렵다”고 말했다.

발행사들이 이번 손배소 제기 사실을 공개적으로 알리지 않기로 한 배경에도 관심이 쏠린다. 소송 주체 회사들은 비공개 소송을 원칙으로 한 것으로 전해진다. 업계에선 교육업체들이 결국 교육부·시도교육청·학교 현장과 여전히 사업 관계를 이어가야 하는 만큼, 공개적인 대립 구도를 키우는 데 부담을 느낀 것 아니겠냐는 관측이 나온다.

교육업계 관계자는 “AIDT 사업은 정부가 추진한 정책을 믿고 민간이 대규모 투자를 한 사안이라는 게 발행사들의 기본 인식”이라며 “헌법소원만으로는 실제 손실을 보전받기 어렵기 때문에 손해배상 소송은 예정된 수순이었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소송으로 AIDT를 둘러싼 갈등은 교과서 발행업체들과 국가 사이의 법적 배상 책임 공방으로 번지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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