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수한 한인 2세 인재를 발굴 육성하는데 쓰고 싶다”
협회나 단체, 기업들에서 장학기금 마련 행사에 앞서 늘상 읊조리는 문구이다. 최근 LA의 대표적인 한인단체 가운데 한 곳에서 회장이 공금을 유용했다고 해서 술렁거리고 있다. 특히 그 단체장이 유용한 기금이 한인 2세들을 격려하고 후원하기 위해 챙겨놓은 장학기금이었던 것으로 알려져 씁쓸함이 더하다. 새삼 한인사회의 단체들이 너나없이 내세우고 있는 장학사업이 대체 뭔가 싶어진다.
기왕에 협회라는 공적 이름을 걸고 한뜻으로 모였다면 그 지붕 아래서 공적 사업을 펼치는 건 당연하다. 그 가운데서도 장학사업은 협회 활동의 성과물을 우리 2세를 지원하는 자양분으로 쓰겠다는데 어찌 감사한 일이 아니겠는가.
하지만 우리네 장학금 수여식 행사장 풍경은 어떤가. 그 장학금들이 진정으로 간절히 장학금을 필요로 하고 있는 학생들 몫으로 제대로 돌아가고 있는지, 협회원들이 알뜰히 모은 정성을 마음에 깊이 새기고 학업에 매진할 만큼 절실한 학생들이 그 귀한 장학금을 받고 있는지,이런 저런 생각이 적지 않게 든다.
고급 승용차를 타고 특별한 날에 걸맞는 명품계열의 의상을 차려입은 고교생이 스튜디오에서 촬영하듯 카메라 앞에 서서 포즈를 취하고 있는 모습이나 주최측 친인척인 게 분명해보이는 학생이 무표정한 얼굴로 등떠밀리며 수상식장에 들어서는 모습도 더러 본다. 또 때로는 OO협회 또는 OO업체 장학생으로 신문 지면을 장식했던 얼굴이 또 며칠 후 다른 장학금 수여자로 거듭 등장해 실소를 머금게 한다.그런 환경에 젖어서인지 어느 단체장의 장학기금 유용이라는 사건조차도 무감각해지려 한다.
LA 한인사회 규모가 커지면서 단체나 협회의 덩치도 커지고 있다. LA지역에서만 학생들에게 지급되는 연간 장학금 액수도 나날이 불어 100만달러를 넘어섰다고 한다. 그 무수한 단체들 가운데 진정으로 공정하게 장학기금을 운영하는 곳이 몇이나 될까 싶다.
협회들의 덩치가 커진 만큼 내실있는 운영으로 성숙해질 필요가 있다. 특히 장학사업은 매년 교체되는 협회장단이 임기 중 일회성 사업으로 단락지어질 성질의 행사로 치부되기에는 아쉬운 점이 많다.
미국이 한국보다 좋은 점 딱 하나만 꼽으라면 단연 평등한 교육의 기회가 아닌가. 미국의 유수 대학들을 명문교로 키워낸 것도 성공한 동문들의 기부금이 장학금답게 운영된 덕분이다. 한국처럼 적어도 돈이 없어서 진학을 못하는 경우는 없는 나라가 미국이며 그게 미국의 최대 강점이기도 하다. 한인커뮤니티 안에서 모인 한인단체를 통해 우리 2세들을 우수한 인력으로 키워내기에 일조하고 싶다면 더 이상 생생내기식 장학사업이 아닌 검증된 심사기관과 공적 운영시스템을 도입한 장학사업을 펼치길 바랄 뿐이다.
나영순/ 미주본사 취재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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