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P모건의 로비로 볼커룰의 규정이 애매해졌다는 지적이 나왔고 관련 규정을 엄격하게 정의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볼커룰은 은행이 자기 자산이나 차입금으로 채권, 주식, 파생상품 등에 투자하는 것을 제한하는 감독 강화 방안으로 시행 시기가 오는 7월에서 2년 뒤로 유예됐다.
뉴욕타임스(NYT)는 지난 12일 JP모건이 의회에서 볼커룰이 만들어진 이후 수개월 동안 워싱턴을 방문해 금융 당국 등을 상대로 은행의 투자에 대한 규제를 완화하려고 로비했다고 보도했다.
JP모건은 지난해 10월 볼커룰에 대한 공식 안이 발표된 이후에도 다른 은행과 규제를 피하기 위한 총력전을 펼쳤고 JP모건 임원들은 지난 2월 초 연방준비제도(연준) 관계자들을 만나 투자 금지 조항에 대한 해석이 완화되지 않으면 위험을 회피하기 위한 은행투자가 어려워진다고 경고했다.
JP모건이 볼커룰에 대한 로비를 한 유일한 은행은 아니지만 JP모건의 상징성 때문에 문제가 될 수 있다고 NYT는 지적했다.
자산 기준으로 미국 최대 은행인 JP모건은 2008년 금융위기 당시 위기를 불러왔던 부채담보부증권(CDO)를 미리 팔아 다른 은행과 달리 대규모 손실을 피하는 등 뛰어난 위험 관리 능력을 보여왔다.
또 JP모건의 최고경영자(CEO)인 제이미 다이먼은 정부 당국을 능숙하게 다뤄 ‘월스트리트의 왕’, ‘월스트리트의 대변인’으로 통한다는 점 때문이다.
칼 레빈 민주당 상원 의원은 JP모건의 로비에 대해 “볼커룰에 대형 트럭이 통과할 정도의 구멍을 만들었다”고 지적했다.
포트폴리오 헤징(portfolio hedging)으로 알려진 볼커룰의 허점은 은행이 전체 포트폴리오에 대한 위험을 상쇄하기 위한 헤징을 할 수 있도록 허용한 부문을 말한다.
이는 통상적인 헤징의 정의와는 상반되는 개념이다. 전통적인 헤징은 전체 투자가 아니라 개별 투자에 대응하는 투자만을 말한다. 특정 투자에서는 하나의 헤징만 가능하다는 의미다.
전체 투자에 대한 헤징이 이뤄지면 개별 투자와 중복돼 헤징이 실패하면 손실이 더 커질 수 있다.
다이먼 CEO는 “포트폴리오를 다시 헤징하면서 실행이 서툴렀고 점검이 제대로 안 돼 대규모 손실이 발생했다”고 말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도 은행의 헤징에 대한 볼커룰의 애매한 규정이 논란이 되고 있다고 전했다.
다이먼 CEO는 투자에서 실수가 있었다는 점은 인정하지만 “볼커룰을 위반하지 않았다”고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볼커룰 입법에 관여했던 레빈 의원은 “JP모건의 행위는 볼커룰이 정의한 헤징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반박하고 있다.
볼커룰은 아직 완벽하게 마무리되지 않아 어느 쪽 주장이 옳은지를 구분할 수 없다고 WSJ는 전했다.
셰일라 베어 전 미 연방예금보험공사(FDIC) 의장은 “연준이 JP모건 사태를 계기로 은행의 헤징에 대한 정의를 축소해야 한다”고 말했다.
뉴욕/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