접으면 20cm, 펴면 1m 길이의 이 막대기는 지난 가을 스마트폰 강국 한국을 접수하더니 중국을 비롯한 동남아, 유럽까지 점령할 기세다. 급기야 지난 20일 타임지가 선정한 ’2014년 최고의 발명품’에도 이름을 올렸다.
미주 한인사회에서도 드디어 셀카봉 판매가 시작됐다. 한국의 지인에게 배송을 부탁하거나 아마존이나 이베이 등를 기웃거리던 셀카족들에게는 단비 같은 소식이다.
과연 2014년 최고의 핫 아이템 셀카봉은 미주에서도 통할까? 셀카봉 구입 시 유의해야 할 점은 무엇일까? 알고 보면 더 재미있는 셀카봉의 모든 것을 공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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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셀카봉, 어느 별에서 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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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여름 한국에서 인기리에 방영되었던 캐이블채널 tvN 프로그램 ‘꽃보다 청춘’에서 가수 유희열과 이적이 꺼내 들었던 셀카봉은 단번에 사람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이후 각종 드라마와 예능프로그램에 셀카봉이 등장했고 인기 연예인들이 SNS를 통해 셀카봉 샷을 선보이면서 셀카봉은 스마트폰 사용자들의 필수품으로 떠올랐다.
셀카봉은 긴 봉 끝에 휴대전화나 디지털카메라를 달 수 있는 모노포드(monopod)의 일종이다. 누구의 도움 없이도 언제 어디서든 다양한 각도로 셀카를 찍을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매력이다.
팔 길이 때문에 배경을 담을 수 없거나 단체사진을 찍을 때의 한계를 완전히 극복했다. 긴 막대기를 붙잡고 함께 포즈를 취하는 모습은 다소 우스꽝스럽지만 이내 즐거움으로 바뀐다.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셀카봉 앞에서는 웃음이 절로 난다. 지난 여름 시작된 한국의 셀카봉 열풍은 현재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오픈마켓에 따르면 셀카봉은 올 8월과 9월 전년대비 42배, 56배를 기록하더니 10월에는 61배까지 치솟았다. G마켓은 11월 한달 간 셀카봉 판매가 전년대비 4900% 늘었다고 발표했다. 신촌, 홍대 ,명동 등지의 노점상이나 액세서리 상점에는 셀카봉이 효자상품이 됐다.
외국인 관광객들은 한국서 느낀 이색적인 모습으로 ‘셀카봉 촬영’을 뽑았고 ‘셀카봉’은 친구에게 주고 싶은 귀국선물 1위로 꼽혔다.
‘누군지 셀카봉을 발명한 사람은 돈방석에 올랐겠다’하겠지만 아쉽게도 한국인은 아닌 듯 하다. 더욱 미스터리 한 것은 셀카봉을 누가 발명했는지는 아직까지 밝혀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다이애나 헤마스 사리라는 인도네시아의 21세 여성이 발명자라는 소문도 있고 호주의 한 유통업체가 지난해 11월 마크 주커버그 페이스북 창시자에게 시제품을 보낸 것이 원조라는 이야기도 있다. 1983년 일본인 우에다 히로시와 미마 유지로가 발명하고 1985년 미국에서 특허를 받았지만 이미 특허권을 주장할 수 있는 기간(20년)이 지나 누구든 제조할 수 있다는 것이 가장 일반적인 설이다.
●셀카봉, 진화는 계속된다!
그저 기다란 봉에 매달아 스마트폰에 있는 타이머기능으로 사진을 찍던 초기 셀카봉에서 케이블과 연결시켜 셀카봉 손잡이에 셔터를 누를 수 있게 만든 보급형, 더 나아가 셔터, 줌 등 스마트 촬영기능을 리모콘으로 원격 제어할 수 있도록 와이파이나 블루투스 기능을 추가하는데 까지 발전했다.
가격도 천차만별인데 현재 이베이에서 구입할 수 있는 셀카봉은 10달러에서 20달러 선이다. 보다 최신형을 구입하고 싶다면 한인 인터넷 쇼핑몰을 찾아보는 것이 좋다. 30~40달러 선이면 블루투스 기능을 갖추고 리모콘으로 조정하는 신상을 구입할 수 있다.
셀카봉 구입 시 가장 주의해야 할 점은 스마트폰을 잡아주는 접합 부분이 얼마나 튼튼한 지 살펴보는 일이다. 초기 중국에서 생산 된 불량품이 대량 유통되면서 셀카봉에서 휴대폰이 이탈되어 파손되는 사례가 이어지기도 했다. 사용할 때에도 항상 접합부분을 확인해 휴대폰이 셀카봉에 단단히 고정되었는지 확인하여야 한다.당분간 셀카봉의 인기는 쉽게 꺾이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남녀노소 할 것 없이 휴대폰으로 사진을 찍어 각종 SNS를 통해 공유하는 것이 문화현상의 하나로 자리잡았고 셀카봉은 바로 이 ‘셀카놀이의 끝왕판’으로도 불릴 정도다.
단순한 유행으로 지나기에는 아까울 정도로 휴대와 사용이 편리하며 그 기능 또한 쏠쏠하다. 인터넷에는 수십 가지가 넘는 셀카봉 찍기 매뉴얼이 등장했다.
확실히 셀카봉은 기존의 디지털카메라나 휴대폰이 담기 어려웠던 놀라운 화면을 제공한다.
온 가족이 셀카봉을 바라보며 한 바퀴를 돌면 가족을 중심으로 세상이 빙글빙글 도는 TV 속 한 장면 같은 동영상을 찍을 수 있다. 바닥에 놓고 뛰어오르면 마치 하늘을 나는 듯한 사진이 나온다.
연말연시 선물을 모조리 셀카봉으로 돌리겠다는 사람도 있다. 내년쯤에는 미주 한인 셀카봉 사진 콘테스트가 열릴지도 모를 일이다.
하혜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