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날, 파크랜드 메모리얼 병원의 2년차 레지던트 찰스 짐 캐리코(잭 애프론 분)는 당직실에서 모자란 잠을 자던 중 전화를 한 통 받았다. 당장, 무조건 응급실로 오라는 전갈이었다. 그를 기다리던 것은 총상으로 머리가 깨져버린 대통령의 시신이었다.

평범한 직장인 로버트 오스왈드는 마침 라디오를 듣고 있었다. 대통령 저격 암살 사건을 보도하는 앵커의 목소리에 얼핏 동생의 이름이 들렸다. 그는 어머니에게 말했다. “어머니의 아들이자 제 동생이 지구상에서 가장 중요한 사람을 죽였어요.”

이들에게 케네디 대통령 암살 후 사흘간은 어떤 시간이었을까? 영화 ‘더 파크랜드’(감독 피터 랜즈먼)는 케네디 대통령의 암살 직전과 이후 3일간을 다큐멘터리스타일로 재구성한 드라마다. 올리버 스톤 감독의 ‘JFK’를 비롯해 케네디 대통령 암살 사건을 다룬 수많은 영화와 다큐멘터리와는 달리, 케네디와 저격범 오스왈드를 둘러싼 음모론이나 진범논란에는 전혀 손을 대지 않았다. 다만, 긴박했던 3일간을 케네디의 시신에 가장 가까이에 있었던 사람들을 통해 보여준다. 3일은 케네디가 암살당하고 저격범이었던 오스왈드마저 총격에 사망하기까지의 시간이다.
26초짜리 필름을 가지고 있던 자프루더와 암살 직후 응급처치 및 사망확인현장에 있었던 레지던트, 저격범 오스왈드의 형과 어머니, 대통령 비밀경호팀 댈러스 담당(빌리 밥 손튼 분), 오스왈드의 행적 수사를 했던 댈러스의 FBI 요원 등을 중심으로 긴박했던 3일간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주인공은 케네디나 오스왈드가 아니라, 그들의 죽음 현장에 있었던 이들의 표정과 반응이다. 두 인물의 죽음을 다만 뉴스가 아닌 삶으로 감당해야 했던 이들의 이야기다.
그래서 대단한 드라마나 음모론 혹은 새로운 폭로를 기대했다면 실망스러운 작품이 틀림없다. 역사의 바깥에 있던 인물들에게 초점을 맞춰, ‘역사적 사건’이 이들의 인생에 일으킨 미묘한 파장들을 보여주는 것으로 그치기 때문이다. 영화는 긴박하게 흘러가지만, 결국 ‘그래서 뭐?’라는 질문이 남는 이유다.
하지만 영화의 의도대로 등장인물들의 면면과 표정에 초점을 맞춘다면 흥미진진하다. 케네디와 오스왈드의 죽음이 다양한 등장인물의 얼굴에 일으키는 파장과 감정의 진폭은 미묘하지만 매우 드라마틱하다. 영화는 자칫 ‘주제 없는 재현’으로 평가될 수 있지만, 다양한 등장인물들의 표정과 반응 속에 관통하는 정서가 있다. 시대적인 비애와 상실감이다. 케네디를 지지한 자나 반대한 자,죽음을 찍은 자나 죽음을 목격한 자, 죽은 자거나 죽인 자의 가족, 그리고 그 죽음의 증인이었던 동시대인 모두에게 드리운 그늘. 등장인물들의 클로즈업으로 표현한 상실감이야말로 바로 이 영화의 메시지일 것이다. 20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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