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리뷰]‘더 파크랜드’, 케네디 죽던 ‘그때 그 사람들’

[헤럴드경제=이형석 기자]1963년 11월 22일 정오를 지난 미국 텍사스주 댈러스. 긍정적이고 여유로운 성격의 섬유공장 사장 ‘자프루더’(폴 지아매티 분)는 새로 산 8㎜ 필름 카메라를 들고 시가지가 잘 보이는 곳에 자리를 잡고 설레는 마음으로 뷰파인더를 보고 있었다. 재선을 앞둔 존 F. 케네디 대통령 부부가 무개차를 타고 지나기로 한 날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대통령 부부의 등장과 함께 울린 세 발의 총성은 그의 인생을 바꾸어놓았다. 그의 새 카메라에 담긴 26초간의 필름 때문이었다.

같은 날, 파크랜드 메모리얼 병원의 2년차 레지던트 찰스 짐 캐리코(잭 애프론 분)는 당직실에서 모자란 잠을 자던 중 전화를 한 통 받았다. 당장, 무조건 응급실로 오라는 전갈이었다. 그를 기다리던 것은 총상으로 머리가 깨져버린 대통령의 시신이었다. 


평범한 직장인 로버트 오스왈드는 마침 라디오를 듣고 있었다. 대통령 저격 암살 사건을 보도하는 앵커의 목소리에 얼핏 동생의 이름이 들렸다. 그는 어머니에게 말했다. “어머니의 아들이자 제 동생이 지구상에서 가장 중요한 사람을 죽였어요.”

대통령 저격범 ‘리 하비 오스왈드’의 이름을 듣는 순간 상황을 믿을 수 없었던 또 다른 이가 있었다. FBI 댈러스 지부의 요원 제임스 호스티(론 리빙스턴 역)였다. 낯선 이름이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리 하비 오스왈드는 러시아를 넘나드는 수상한 행적 때문에 주시하다가 큰 이상 기미가 없자 제임스 호스티가 추적과 수사를 종결했던 인물이었다. FBI의 감시망 속에 들어있었던 인물이 대통령을 죽인 것이다. 


이들에게 케네디 대통령 암살 후 사흘간은 어떤 시간이었을까? 영화 ‘더 파크랜드’(감독 피터 랜즈먼)는 케네디 대통령의 암살 직전과 이후 3일간을 다큐멘터리스타일로 재구성한 드라마다. 올리버 스톤 감독의 ‘JFK’를 비롯해 케네디 대통령 암살 사건을 다룬 수많은 영화와 다큐멘터리와는 달리, 케네디와 저격범 오스왈드를 둘러싼 음모론이나 진범논란에는 전혀 손을 대지 않았다. 다만, 긴박했던 3일간을 케네디의 시신에 가장 가까이에 있었던 사람들을 통해 보여준다. 3일은 케네디가 암살당하고 저격범이었던 오스왈드마저 총격에 사망하기까지의 시간이다.

26초짜리 필름을 가지고 있던 자프루더와 암살 직후 응급처치 및 사망확인현장에 있었던 레지던트, 저격범 오스왈드의 형과 어머니, 대통령 비밀경호팀 댈러스 담당(빌리 밥 손튼 분), 오스왈드의 행적 수사를 했던 댈러스의 FBI 요원 등을 중심으로 긴박했던 3일간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주인공은 케네디나 오스왈드가 아니라, 그들의 죽음 현장에 있었던 이들의 표정과 반응이다. 두 인물의 죽음을 다만 뉴스가 아닌 삶으로 감당해야 했던 이들의 이야기다.

그래서 대단한 드라마나 음모론 혹은 새로운 폭로를 기대했다면 실망스러운 작품이 틀림없다. 역사의 바깥에 있던 인물들에게 초점을 맞춰, ‘역사적 사건’이 이들의 인생에 일으킨 미묘한 파장들을 보여주는 것으로 그치기 때문이다. 영화는 긴박하게 흘러가지만, 결국 ‘그래서 뭐?’라는 질문이 남는 이유다.

하지만 영화의 의도대로 등장인물들의 면면과 표정에 초점을 맞춘다면 흥미진진하다. 케네디와 오스왈드의 죽음이 다양한 등장인물의 얼굴에 일으키는 파장과 감정의 진폭은 미묘하지만 매우 드라마틱하다. 영화는 자칫 ‘주제 없는 재현’으로 평가될 수 있지만, 다양한 등장인물들의 표정과 반응 속에 관통하는 정서가 있다. 시대적인 비애와 상실감이다. 케네디를 지지한 자나 반대한 자,죽음을 찍은 자나 죽음을 목격한 자, 죽은 자거나 죽인 자의 가족, 그리고 그 죽음의 증인이었던 동시대인 모두에게 드리운 그늘. 등장인물들의 클로즈업으로 표현한 상실감이야말로 바로 이 영화의 메시지일 것이다. 20일 개봉.

su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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