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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서열 4위 투자은행인 리먼브러더스의 파산보호 신청 소식이 알려진 다음날인 지난 15일 중국은 기민한 대응을 보였다. 대출금리와 지급준비율을 동시에 인하한 것이다.중국은 베이징 올림픽이후 경제 경착륙 우려에도 불구하고 긴축기조에는 변화가 없을 것임을 공언해왔지만 리먼 사태 이후 상황은 급변했고 중국 지도부는 이를 빠르게 간파했다.
6년 만의 금리인하는 상징하는 바가 적지 않다. 지난 5년 간의 두자릿수 성장을 지속해온 중국이 과열을 방지하기 위한 긴축기조를 접었다는 것이다. 그만큼 미국발 금융위기는 충격이었다. 중국은 올해를 기점으로 고도성장기를 마무리할 것으로 보인다. 중국 경제가 연착륙한다면 지속가능한 8~10%의 성장구간에 진입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지속가능한 성장구간에 접어들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베이징 올림픽 이후 곳곳에서 파열음을 내고 있는 데 더해 미국발 금융위기가 앞으로 실물경제에 얼마 만한 영향을 미칠지 지금으로서는 가늠조차 어렵기 때문이다. 미국의 서브프라임모기지 부실로 미국과 유럽 경제가 침체되면서 세계 경제의 성장축으로 부각되고 있는 아시아 경제가 새로운 도전에 직면하고 있다.
중국은 지난 2분기 성장률이 10.1%로 4분기째 연속 감소세를 보이면서 경기둔화에 대한 우려감이 증폭되고 있고 일본은 4분기 만에 마이너스 성장을 하면서 경기가 사실상 후퇴 국면에 들어갔다.일본의 마이너스 성장도 미국의 경기침체로 인한 수출감소가 주요인이다. 여기에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소비자의 지갑을 닫고 있고 기업들은 투자를 줄이고 있다.
지난 2분기 일본의 성장률은 전 분기에 비해 0.7%(연율 기준 3.0%) 감소하면서 7년 만에 최대 감소폭을 기록하는 등 일본 경제의 후퇴 현상은 여러 지표로도 분명하게 드러나고 있다. 중국에 이어 세계에서 두번째로 빠른 성장률을 보이고 있는 인도 경제도 미국발 금융위기에서 허덕이고 있다. 인도 금융시스템이 미 금융시스템을 그대로 가져온 것이어서 불안감이 증폭되고 있고 실물경제에 빠르게 전가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인도는 2008~2009 회계연도(4~6월) 성장률이 4년 만에 최저인 7.9%로 떨어졌다.
중국 증시는 지난해 10월 고점 대비해 70%에 가까운 폭락 양상을 보이고 있다. 여기에 부동산시장에 부는 찬바람이 선전에서 상하이, 난징 등 창장 삼각주까지 닥치면서 중국발 서브프라임모기지 사태에 대한 불안감이 팽배해 있다.중국 정부는 더이상 증시를 방치할 경우 수출 감소에 소비 위축까지 더해 경제가 경착륙 상황으로 치달을 것으로 우려했다. 부동산 시장이 본격적인 하락 국면에 진입할 경우 감춰진 금융기관의 부실 대출이 상처를 드러내고 이는 경제 전반에 타격을 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 정부의 잇딴 부양조치가 미국발 금융위기를 실효적으로 차단할 수 있을지는 아직 의문이다. 중국 경제의 대외의존도가 60%에 달하는 상황에서 미국과 유럽이라는 양대 경제축의 침체로 인한 수출 감소를 내수로 보완하기에는 좀더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일본은 마땅한 수단이 없어 고민하고 있다. 재정 형편이 열악해 대규모 재정 지출을 통한 내수 확대도 쉽지 않고 여기에 외국과는 달리 0.5%의 초저금리를 유지하고 있어 금리정책도 어려운 상태다.
인도도 미국 금융위기의 충격을 차단하는 데 안간 힘을 쓰고 있다. 인도는 그동안 물가 억제를 위한 고강도 긴축정책을 펴왔으나 미국발 금융위기가 실물경제로 전이될 경우 물가와 성장을 두고 고민해야 하는 상황이다.군부 쿠데타가 발생한 지 19일로 꼭 2년이 되는 태국은 정국불안으로 더욱 어렵다. 푸껫, 핫야이, 크라비 등 유명관광지의 국제공항을 반정부 시위대가 점거하는 등 정치혼란으로 경제가 ‘설상가상’이다.
아시아 경제가 일본에 이어 중국, 인도의 성장으로 미국, 유럽 경제의 침체를 대신할 새로운 성장축으로 부상하고 있지만 미국발 금융위기의 파고를 넘기에는 역부족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