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원이 그린 ‘안정형 연하남’…“과하지 않게, 진심으로 사랑하려 했다” [인터뷰]

티빙 오리지널 ‘유미의 세포들3’ 순록역 원칙주의자지만 사랑 앞에선 ‘직진남’ “있는 그대로 김고은 사랑하려 노력” “작품 참여 행운…열정 잃지 않을 것”

 

배우 김재원 [티빙 제공]

[헤럴드경제=손미정 기자] 서른 후반, 무미건조함이 익숙해지던 때 한 남자를 만났다. 마음에 안 드는 것 투성인 이 남자는, 멀어지려 노력해도 자꾸만 우연처럼 곁으로 돌아왔다. 감정이라곤 눈곱만큼도 찾아볼 수 없는 그에게 빠져든 그때, 역시나 자신의 마음을 깨달은 남자도 자신의 모든 원칙을 깨고 내게 달려왔다.

“저 작가님 좋아하는 것 같아요.” 함께 웃고, 설레고, 상처받고, 답답해하며 보냈던 ‘유미의 세포들’의 지난 5년은, 알고 보니 직진 그 자체였던 ‘순록’과의 꽉 찬 해피엔딩으로 막을 내렸다.

‘설렘’이 유죄라면 무기징역이 아깝지 않다. 공사 구분이 확실한 집돌이면서 철저한 원칙주의자이지만, 불이 붙으면 직진밖에 모르는 천상 연하남. 티빙 오리지널 ‘유미의 세포들’의 마지막 챕터를 함께한 김재원은 모두가 기다리고 기다렸던 ‘순록’ 그 자체를 분하며, 대한민국 ‘누나’들의 마음에 제대로 불을 지폈다.

“저런 연하남을 만나고 싶다는 반응이 가장 좋았어요.”

지난 7일 서울 종로구 모처에서 김재원을 만났다. 그가 주연한 ‘유미의 세포들’ 시즌 3은 3주 연속 티빙 주간 유료가입기여자수 1위를 기록, 시청자들의 뜨거운 관심 속에 지난 5일 막을 내렸다. 최선을 다해서 연기한 작품이 큰 사랑을 받았으니 연기자로서는 더할 나위 없는 결과다. 무엇보다 그에겐 ‘순록’의 일거수일투족을 두 눈 부릅뜨고 지켜보고 있는 원작과 시리즈의 팬들이 있었다.

배우 김재원 [티빙 제공]

“흡사 대가족에서 귀하게 자란 딸의 남자 친구가 되어, 명절에 인사를 드리러 가는 기분이었어요. 게다가 원작에서도 ‘순록’이 결함 없는 연하남이잖아요. 완벽한 인물에 대한 부담감도 있었지만, 판타지 같은 캐릭터를 연기하는 것도 기회라고 생각했어요. 100%, 200% 더 열심히 준비한 것 같아요.”

순록에겐 없는 것이 있다. 계산이다. 자신만의 원칙대로 행동하는 탓에 ‘오해’를 사기도 하지만, 자신의 마음을 깨닫고 실행하는 데에는 망설임이 없다. 김재원은 순록의 매력에 대해 “유니콘 같은 큰 키와 ‘직진’만이 전부인 그의 ‘테토’(남자다움)스러운 모습”이라고 답했다.

그런 순록은 ‘유미’와 교제한 지 한 달 만에 그에게 프로포즈 반지를 건넨다. 그리고 과거의 연애를 떠올리며, 나아가길 주저하는 여자 친구의 마음을 읽고선 ‘부담이 되면 환불해도 괜찮다’며 오히려 마음을 달랜다. 서운함보다 여전히 여자 친구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가득 찬 순록을 보며 유미는 생각한다. ‘사랑이 늘 놀라운 이유는 어떤 사랑도 같은 모양이 없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순록이는 다른 사람이다.’

“유미를 사랑하고, 지킬 것이라고 마음먹는 순간, 순록이는 계산 없이 가다 보니 그대로 ‘결혼’ 이야기까지 달려간 것 같아요. 꼬인 것이 없이, 명확한 성격을 가진 인물인 것이 가장 잘 드러나는 장면이라고 생각해요. 얼마나 사랑했으면 그랬을까 생각해 보면 정말 멋있는 인물 아닌가요?”(웃음)

‘유미의 세포들’의 또 다른 주인공은 세포들이다. 이해하기 어렵거나, 눈치채기 어려운 주인공의 감정과 심리를 눈에 보이게 만드는 핵심 장치다. 김재원은 ‘세포의 힘’을 믿었다. “느끼함과 설렘은 한 끗 차이니까요. 느끼해지면 안 되는 것이 첫 번째 목표였어요.” 감정들은 세포들이 설명해 줄 테니, 최대한 담백하게 연기하는 것이 그의 전략이었다.

티빙 오리지널 ‘유미의 세포들’ 시즌 3 [티빙 제공]

“연하인데도 남자로 보이면서 동시에 설렘을 안겨줘야 하잖아요. 그 과정에서 느끼해지지 말자는 생각으로 연기했어요. 세포들이 나오기 때문에 제가 가만히 있어도 세포들이 마음을 대변해 주잖아요. 그래서 굳이 감정과 표정을 과하지 않게 담으려고 노력했어요.”

하지만 사랑하는 연인이 서로를 바라보며 함께하는 순간의 공기만큼은 ‘세포’가 대체할 수 없는, 온전히 배우의 몫이다. 특히나 ‘유미의 세포들’ 시즌 3은 유미와 순록이 서로의 마음을 확인한 후의 이야기를 2화라는 짧은 분량으로 소화한다. 그 안에서 유미를 너무나 사랑하는 순록의 마음을 담아내는 것이 숙제였다. 그래서 그는 유미를 연기한 김고은을 “실제로 사랑해 보자”고 마음먹었다.

“제가 연하이고, 후배이지만 누나를 있는 그대로, 평소에도 정말 사랑스러운 눈빛으로 바라보려고 했어요. 그러면서 보기만 해도 귀엽다는 생각이 들 정도의 존재로 제 안에 각인시켰죠. 누나가 워낙 러블리해서 큰 어려움은 없었던 것 같아요.”

2001년생인 그는 데뷔 5년을 향해 가는 신인 배우다. 하지만 굵직한 작품에서 얼굴을 알리며 빠르게 ‘배우’로서 자리를 잡았다. ‘우리들의 블루스’(2022), ‘킹더랜드’(2023), ‘하이라키’(2024), ‘옥씨부인전’(2025), 그리고 최근 ‘레이디 두아’까지. 일찍이 큰물을 경험한 덕에 배우 선배들의 연기 노하우를 어깨너머로 배운 것이, 배우로서 한 걸음씩 밟아 올라가고 있는 그의 가장 큰 자산이 됐다. 이제 그는 선배들의 가르침을 발판으로 ‘주연’이라는 높은 계단을 부지런히 오르고 있다.

배우 김재원 [티빙 제공]

“지금까지 저는 작품에서 치고 빠지는 역할을 주로 해왔기 때문에 그 순간에 매력적으로 보이는 것이 중요했어요. 하지만 주연이 되면 작품의 톤 앤드 매너를 끌고 나가는 책임을 끝까지 져야 한다는 것을 조금씩 깨닫고 있어요. 작품을 하며 베테랑 선배들과 호흡을 맞춰본 것이 행운이었다고 생각해요. 선배들로부터 주연 배우가 현장에서 가져야 할 태도들을 많이 배웠어요.”

인터뷰 후반 10분여는, 다시 전속력으로 달릴 준비가 끝난 그의 다짐들로 채워졌다. 열정과 패기, 도전, 노력. 듣기만 해도 심장이 뛰어오는 단어들이 수없이 반복됐다. “책임감이 얼마나 소중하고 무거운지 아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그래야 겸손한 태도를 잃지 않을 수 있잖아요.” 겸손함을 품은 김재원의 약속과 다짐들에서 그가 얼마나 진심으로 ‘연기자’로서의 길을 걷고 있는지 느껴졌다.

“제가 갖고 있는 신인으로서의 열정과 패기, 열심히 하는 마음가짐을 많은 분들이 좋아해 주시는 거라고 생각해요. 이것들이 모두 앞으로도 제가 잃지 말아야 하는 태도죠. 연기적인 면에서는 아직 갈 길이 머니까요. 정점에 가까워지는 날까지 계속해서 노력해 나가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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