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작에서 어느 정도 흥행의 쓴맛을 봤기 때문일까. 아니면 모든 배우와 스태프들이 한 마음으로 ‘용의자’를 만들기 위해 온갖 고생을 했기 때문일까. 박희순은 이 작품에 대한 애정이 상당한 듯했다.
박희순이 ‘용의자’와 인연을 맺을 수 있던 건 원신연 감독의 영향이 컸다. 전작 ‘세븐데이즈’에서 환상적인 앙상블을 자랑한 이들의 친분은 상당히 두터웠다. 그러면서도 박희순은 단지 의리를 지키기 위해서 출연한 건 아니라고 했다.

“원신연 감독의 행보에 대해서도 잘 알고 있었죠. 평소에도 종종 만나서 대화하곤 했거든요. 이 작품을 한다는 것도 진작에 알고 있었는데 워낙 신중한 사람이다 보니 대본 나오기 전까지는 같이 하자는 말을 안 하더라고요. 모든 게 다 준비된 다음에 출연을 수락했어요. 영화에서 우리가 만들었던 액션들이 지문으로 다 설명돼 있더군요. 만약 다른 감독이 이런 대본을 보내줬으면 ‘이 사람이 할 수 있을까?’하는 의심이 컸겠지만, 원신연 이기 때문에 전혀 망설이지 않았어요.”
박희순이 분한 민세훈은 그야말로 매력적이다. 사납게 지동철(공유 분)을 물어뜯는 듯 싶다가도, 막상 그의 사정을 안 뒤에는 은근슬쩍 도움의 손길을 내민다. 감정의 기폭이 큰 인물이기도 하다.
“맨 처음에 원 감독이 대본을 주면서 ‘라이언 킹’의 무파사 같은 역할이면 좋겠다고 얘기했어요. 거칠고 사나워 보이지만 따뜻함을 간직한 사람이었으면 했죠. 용맹스럽고 한 곳만을 향해 뛰어가지만 그 안에 따뜻함이 숨어 있는 사람이요. 말투도 툭툭대고, 군인처럼 각이 잡힌 모습이지만 들여다보면 그렇지도 않거든요.”
영화의 압권은 단연 민세훈과 지동철의 카체이싱 장면이다. 이들의 숨막히는 추격전은 관객들의 손발을 찌릿하게 만든다.

“롤러코스터를 타듯이 한 번 가보라고 원 감독이 말했죠. 유다인의 표정이 연기가 아니고 실제 모습이에요.(웃음) 정말 겁에 많이 질렸죠. 사실 저도 딱지 한 번 안 떼고 안전운전을 하는 사람이기 때문에 난폭한 운전을 많이 연습해야 했어요. 공터 같은 데 가서 드리프트 연습을 했고, 속력도 많이 내보고 했죠. 막상 해보니까 재밌더라고요. 속도광들이 왜 그렇게 속도에 집착하는지 조금은 이해도 갔고요. 하하. 다양한 액션을 많이 보여준 공유가 부럽냐고요? 카체이싱 장면 말고는 많이 몸을 쓰는 장면이 없어서 개인적으로 아쉽긴 하죠. 2편 한 번 기대해 주세요.”
민세훈이 처음부터 끝까지 대립각을 형성하는 인물은 바로 김석호(조성하 분)다. 하지만 어려울 건 없었다. 학교 선배로, 오래 전부터 알고 있는 사이란다.
“성하 형의 에너지는 익히 알고 있었죠. 그 에너지에 어떻게 맞서서 어떤 연기를 보여줄지가 중요했어요. 에너지 대 에너지로 강하게 맞설 것인지, 아니면 조금 더 풀어진 모습으로 갈 것인지 고민했어요. 그래도 남자 대 남자의 기가 부딪히는 긴장감 넘치는 장면에서 호흡이 참 좋았죠.”

꾸준히, 긴 시간 동안 배우의 길을 걸어왔다. 연극단 출신으로 오랜 무명 생활을 거쳤고, 발군의 연기력으로 대중에게 인기를 받기 시작했다. 이제는 ‘믿고 보는 배우’이기도 하다. 그런 박희순도 어느 덧 불혹의 나이를 훌쩍 넘겼다.
“할리우드 배우들을 보면 참 멋있게 늙는 사람들이 많잖아요. 제가 뭐 조지 클루니처럼 늙을 수는 없겠지만, 정말 멋있게 늙는 배우의 모습으로 스크린에 간직됐으면 해요. 한국에서도 이제 한 명씩 나오는 것 같아요. (최)민식이 형님이나 이경영 형님 같은 경우도, 백발인데도 너무 멋있잖아요. 동시간에 그 분들과 연기를 한다는 것만으로도 영광이고요. 저도 그 형님들처럼 주름이 아름다워 보일 수 있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양지원 이슈팀기자 /jwon0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