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적 긴장감·몰입도 극대화
미드·영드에 길들여진 시청자
스릴러 코드는 시청률 일등공신
요즘 드라마에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흥행 코드가 하나 있다. 바로 ‘스릴러’다. ‘사각관계’ ‘불륜’의 뻔한 스토리는 스릴러를 입고 시청자와 ‘밀당(밀고 당기기)’을 한다. 당연히 시청률 견인의 일등공신이다.
지난 2일 인터넷 포털사이트 게시판에는 난데없는 검색어가 하나 올라왔다. ‘소시오패스’였다. ‘잘못된 행동을 인지하면서도 범죄를 일삼는 반사회적 인격장애의 일종’인 소시오패스가 검색어로 등장한 것은 현재 수목 안방의 ‘최강자’로 연일 자체 최고시청률을 경신하고 있는 ‘별에서 온 그대’(SBS) 때문이었다. 드라마는 전지현 김수현을 타이틀롤로 앞세운 ‘판타지 로맨틱코미디’물이지만, 여기엔 신성록을 중심으로 한 중요한 이야기 코드 하나가 등장한다. 극중 재벌그룹의 후계자인 신성록은 자신의 이익을 가로막거나 해가 되는 인물을 하나씩 제거해 나간다. 흔들림 없는 눈빛과 범행을 암시하는 대사 한 줄(건강 잘 챙겨)은 연일 시청자의 간담을 서늘하게 한다.
시청자가 빠져든 건 이 지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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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러 개의 장르를 혼합한 복합장르 드라마가 인기를 모으며‘ 스릴러’가 빠지지 않는 흥행 코드로 등장했다. 인기 드라마에 양념으로 자리한 스릴러 코드는 극적 긴장감을 높여 시청자를 TV 앞으로 끌어당기고 있다. 사진은 SBS‘ 별에서 온 그대’의 신성록. |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로맨틱코미디와 스릴러를 엮는 것은 모험일 수 있지만, 워낙에 장르적인 극성이 큰 스릴러 코드는 극적 긴장감과 흡인력을 높여 드라마 안에서 확실한 효과를 낸다”고 했다.
‘별에서 온 그대’에서의 스릴러 코드는 무식한 ‘허당 톱스타’ 전지현을 신성록이 ‘제거명단’에 올려놓으며 향후 전개과정에 눈을 뗄 수 없게 만들고 있다.
드라마 평론가인 윤석진 충남대 교수는 “로맨틱코미디나 멜로의 경우 ‘달콤한 이야기’를 장르적 특성으로 삼는데, 이는 시청자의 입장에서 비현실적 구성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여기에 미스터리나 스릴러를 결합하면 드라마 안에서 리얼리티를 확보할 수 있게 된다”는 효과도 설명했다.
애초에 ‘감성 스릴러’를 표방하고 등장한 SBS 월화 드라마 ‘따뜻한 말 한마디’도 이 경우다. 드라마는 불륜녀 한혜진이 자신의 불륜 사실이 발각될까 노심초사하게 만드는 장치로 스릴러를 활용하며 현실의 밑바닥 감정까지 보여주는 심리전을 폈고, 그러자 시청자의 집중도는 높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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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BS ‘따뜻한 말 한마디’의 한혜진. |
스릴러 코드의 등장은 달라진 드라마 경향에서 찾아볼 수 있다. 영화에선 진작에 개척해 왔던 스릴러물이 안방으로 침투한 건 그리 오래된 일은 아니다. 과거 ‘싸인’(SBSㆍ2011), ‘유령’(SBSㆍ2012) 등의 드라마가 사이코패스를 포함한 스릴러 장치로 눈길을 끌었지만, 전 연령대의 시청자를 아우르기엔 역부족이었다. 앞서 갔던 영화계의 흥행 코드를 이어받은 안방극장은 지난해가 돼서야 변화가 시작됐다. ‘나인’(tvN)으로 시작, 여러 개의 장르를 혼합한 복합장르 드라마에 삽입된 스릴러 코드는 SBS ‘너의 목소리가 들려’를 통해 날개를 달았다. 연쇄살인마 민준국이 연발했던 “죽일거야”는 이 드라마가 남긴 인기 유행어가 됐고, 그를 연기한 정웅인은 제2의 전성기를 맞았다.
시청률로 스릴러 효과가 나타난 사례도 있다. 1인 가구의 가장 큰 고민인 안전문제를 스릴러 장치(묻지마 범죄의 연쇄살인범)로 치환한 ‘식샤를 합시다’(tvN)에서 묻지마 범죄에 떨던 여주인공 이수경이 연쇄살인범으로 윤두준을 지목한 장면은 드라마 속 최고의 1분(2.1%ㆍ닐슨코리아 집계ㆍ2일 방송분)을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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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vN ‘식샤를 합시다’의 윤두준 |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복합장르의 등장과 함께 찾아온 스릴러 코드가 인기를 모으게 된 것을 시청자의 달라진 눈높이로 해석했다.
“최근의 시청자는 수준이 높아져 다양한 장르를 이해할 수 있게 됐다. 미드(미국드라마), 영드(영국드라마)에 길들여진 시청자는 여러 개의 장르가 혼재된다 해도 각각의 특성을 이해하고 즐길 수 있는 틀을 갖게 됐다”는 정 평론가는 “대중의 변화는 다양한 장르를 허용하게 했고, 사회적인 문제까지 담고 있는 스릴러 코드는 드라마 안에서 흥행력을 가지게 됐다”고 풀이했다.
고승희 기자/shee@heraldcorp.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