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4회 남은 ‘개과천선‘의 시청포인트에 대해서도 관심이 좀 더 많이 생겨났다. 중소기업에게 천문학적인 손실을 입게 한 7개 은행의 환율 사건과 수많은 서민들을 피해자로 만든 유림그룹 CP 발행 등 극중 등장하는 에피소드는 모르고 당하는 것도 ‘죄’가 될 수 있다며 주의를 환기시킨다. 태안반도 기름 유출 사고, 키코 사태, 동양 사태 등이 연상되는 이런 에피소드는 힘든 현실을 살아가는 시청자들에게 모처럼 생각할 거리를 제공했다.

‘개과천선’은 기억상실 전의 김석주(김명민)가 기억상실 후의 김석주와 싸우는 이야기다. 김석주는 앞으로 차영우펌을 나와 활동하게 된다. 차영우펌은 김석주가 만들어놓은 회사나 다름없다. 작금의 차영우펌의 위상과 규모는 에이스 변호사인 김석주 없이는 불가능했다.
따라서 김석주는 차영우펌과 대결을 해야 한다. 차영우펌에는 차영우 대표(김상중)와 판사로 일하다 김석주 자리에 들어온 전지원 변호사(진이한)가 있다. ‘김석주‘와 ‘차영우 전지원’의 대결이다. 시스템이라는 건 아무리 뛰어난 사람이 빠져도 공고히 굴러갈 수 있음을 보여준다.
그런데 김석주가 갑자기 ‘개과천선’해 서민을 위해 싸우는 인권변호사로 돌변한다면 우스운 드라마가 되버릴 것이다. 갑자기 서민을 위한 영웅이 되버린다면 생뚱맞을 수 있다.
김석주가 기억상실후 달라지는 것은 인간이 스스로 자신의 삶을 돌아보게 하는 기제라고 봐야한다. 바쁘게 살다보면, 그래서 ‘앞’만 보고 달리다 보면 놓치는 것들이 많다. 시간을 가지고 ‘옆‘과 ‘뒤’를 둘러보면 새롭게 보이는 것들이 생기기 마련이다. 그것을 생각해봐라는 뜻이다. 180도 변신하라는 얘기가 아니다.
하지만 ‘개과천선‘에는 김석주가 지극히 자연스럽게 인권변호사가 될 수 있도록 하는 장치가 들어 있다. 아버지와의 관계를 통해서다. 석주의 부친(최일화)은 판사로 재직중 권위주의 정권 하에서 정권에 반하는 판결을 내려다 옷을 벗고, 인권 변호사가 되었고 타인과 대의를 위해 살다보니 병든 아내의 곁을 지키지 못했고 그로 인해 아들 석주와 사이가 멀어졌다.
그런 아버지에게는 과거 알게 된 사람들이 찾아온다. 김석주는 그 사람들의 처지를 봐주다 분쟁을 해결하는 데 가담하게 된다. 이런 작업의 상당 부분은 차영우펌과의 대결을 의미한다. 이 사람들은 과거 김석주가 차영우펌에서 소송을 대리하며 일할 때 생긴 피해자들일 수 있다. 이를 통해 김석주는 아버지와의 딱딱한 관계도 풀어낼 수 있지 않을까.
김석주가 차영우펌과 소송에서 이기는 이야기건, 지는 이야기건, 그것보다는 이를 통해 무슨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는지를 봐야 할 것 같다. 조금 추상적으로 표현하면, 인생을 점검해보라는 말이겠지만, ‘개과천선‘은 이를 좀 더 극적으로, 현명하게 보여주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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