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할배’나 ‘꽃누나’에서 이서진과 이승기는 할배와 누나들와의 관계에서 특수하고 재밌는 지점을 예상하고 인위적으로 투입시킨 캐릭터다. 예능을 모르는 할아버지와 누나들만으로 여행을 떠나면 너무 심심해질 것 같아서다.
하지만 지난 1일 시작된 tvN ‘꽃보다 청춘’의 세 뮤지션이 함께 여행하면서 나눈 대화나 상황에 따른 각각의 행동양식 등을 보면서 짐꾼이 없어도 충분히 재미를 느낄 수 있었다. 1회부터 ‘리더‘ 유희열, ‘총무’ 이적, ‘징징‘ 윤상 등 각자의 캐릭터가 만들어졌다.

40대 꽃청춘의 여행기가 터진 것은 1화 말미 이적의 표정에서다. 이적은 배변활동에 민감한 윤상을 배려해 화장실이 달린 방을 찾아 헤매다 겨우 숙소를 잡았다. 하지만 윤상은 묵묵히 형들을 배려했던 막내 이적의 마음을 상하게 하는 말을 해버리고 말았다. 표정관리가 되지 않는 이적의 표정은 일반인들도 여행을 떠나면 충분히 닥칠 수 있는 공감 100%의 상황이었다.
윤상은 뮤지션으로 활동한 27년동안 거의 매일 술을 먹었다고 했다. 고교때부터 작곡한 이 천재뮤지션은 불면증을 치료하기 위해 술의 힘을 빌었다. 음악은 즐거움도 주었지만 슬픔도 주었던 감정노동이었다. 불면증 약의 부작용으로 변비와 비뇨기 계통의 약화가 동반됐다.

아무리 친한 사이라도 쉽게 털어놓을 수 없었던 윤상의 진심 어린 고백에 이적은 어린아이처럼 엉엉 울었다. 누구나 친하게 지내는 사람은 1~2명쯤 있겠지만 내 자신이 친구(의 고충)를 얼마나 알고 있는지, 또 상대가 자신을 얼마나 파악하고 있는지를 알아볼 기회는 많지않다.
20년간 음악으로 친해진 이들도 서로 그런 점까지는 모르고 있었다. 유희열과 이적은 윤상이 아무리 징징거리고, 궁시렁 거려도 ‘이별의 그늘’ ‘보랏빛 향기’ ‘입영열차 안에서’를 작곡한 천재 형의 음악적 능력에 대해서만은 무한존경을 보내고 있다. 이번 기회에 이들은 서로를 더 잘 이해하게 됐을 것이다.

윤상은 단순히 징징거리는 형이 아니었다. 나는 솔직이 윤상이 부러웠다. 동생들이 자신을 인정해준다고 생각하면 한결 마음이 가벼워졌을 것이다. 여행내내 동생들에게 폐를 끼친다고 생각하지말고 마음껏 동생들에게 기대라고 말해주고 싶다. 결과적으로 이번 ‘40대 꽃청춘’의 여행은 가장 힐링에 어울리는 여행이 됐다.
유희열이 이렇게 적응력이 좋은 사람인지도 처음 알았다. 여자들에게 인기좋은 입답 강한 ‘감성변태’ 정도로만 알았다. 낯선 리마에서 7천원짜리 10인실 혼성 도미토리에 적응하는 수준을 너머 즐기는 걸 보고 보통 내공을 넘어섰음을 알았다. 여행 프그램을 만드는 방송PD라면 무조건 유희열을 캐스팅해야 할 것 같았다.

해외배낭여행을 하면서 밤에 남녀가 자고 있는 유스호스텔에 들어갈 때 덜컥 겁이 났던 경험을 지닌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유희열은 공동 샤워장에서 카메라가 비추는데도 옷을 벗고 자연스럽게 샤워를 했다. 숙소 예약과 목표지 찾아가기 등도 유희열이 한발 빨랐다. 스튜디오 내의 입담으로는 도저히 알 수 없는 유희열의 새로운 모습을 볼 수 있어 좋았다.
세 뮤지션들이 약간의 오해와 서움함이 있었지만 이를 떨쳐내고 취침전 ‘19금’ 토크를 자연스럽게 풀어놓는 것 또한 자연스러웠다. 판도라 상자 같은 이들의 농익은 대화 때문에 세 사람은 제작진에게 수차례 “제발 잘 편집해줘”라고 신신당부하기까지 했다.

어른도 아니고 청년도 아닌 불안한 40대 청춘의 내면을 잘 이야기한 유희열의 인터뷰, 이해심 많고 상대방의 말을 잘 들어주는 이적, 동생들에게 미안함을 느끼면서도 “이렇게 살았다”고 솔직하게 털어놓은 윤상. 20년 우정이 페루에서 더욱 견고해지고 있는 이들의 여행기가 조금 더 보고싶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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