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철이 선배가수로서 느끼는 책임감

[헤럴드경제=서병기 선임기자]가수가 계속해서 공연을 할 수 있다는 건 행복한 일이다. 가수가 계속 공연할 수 있다는 건 시인이 시를 계속 쓸 수 있고, 소설가가 계속 소설을 쓸 수 있다는 것과 마찬가지다.

발라드 가수중 계속해서 공연을 할 수 있는 가수는 이문세, 이승철, 신승훈, 김동률, 성시경, 박효신 등 몇 명 되지 않는다. 특히 30년간 노래를 불러온 이문세와 이승철의 지속가능한 공연 개최는 대단하다는 말이 절로 나온다.

30년간 공연을 해도 항상 관객이 온다는 것은 가수 입장에서는 생각만 해도 흐뭇한 일이다. 하지만 이건 가창력만으로는 안된다. 끊임없이 동시대와 호흡할 수 있도록 새롭고 다양한 노래가 실린 음반을 계속해서 발매하고, 대중의 감수성을 읽고 시대의 트렌드를 따라갈 수 있는 센스와 동시대인들과 함께 호흡할 수 있는 자세를 지녀야 한다. 

가수 이승철이 탈북청년합창단과 함께 독도에 입도해 통일송 ‘그날에’를 힘차게 부르고 있다.


이승철은 2천회가 넘는 공연을 개최하면서 약간의 매너리즘 같은 게 왔다고 했다. 그런 자신을 다잡아준 계기가 아프리카에서 치료를 제대로 받지 못해 시력을 잃어간 소녀를 만난 것이라고 했다. 가난한 것이 그 원인이지만 교육을 받지 못한 탓도 크다고 판단했다. 그는 요즘도 아프리카 차드에 학교와 보건소를 짓는 사업에 기부하고 있다. 희망이 잘 안보이는 김천교도소에 있는 청소년들과 탈북청년합창단원에게 음악을 가르치는 일에도 앞장서고 있다.

이승철은 지난 11월 9일 일본 하네다 공항에서 4시간 억류됐다가 입국이 거부되는 상황이 벌어졌다. 일본측은 명확한 이유를 대지 않았지만, 얼마전 언론에 나온 것(이승철이 탈북청년합창단과 함께 독도에서 통일송을 부른 것)과 과거 대마초 전력 등을 은근히 내비쳤다. 일본은 이승철에게 대마초 전력을 끄집어내면 수치스럽게 생각해 그냥 넘어갈 수 있을 것으로 판단했는지도 모른다. 오히려 이승철은 독도에서 부른 통일송 ‘그날에’를 무료 공개하면서 일본의 부당한 억류와 입국거부 조치에 당당하게 대처해나갔다. 한국에 의식있는 가수가 있다는 걸 일본에게 보여준 셈이다. 이승철이 그냥 넘어갔다면 다음에도 그런 식의 불합리한 짓을 계속 할지도 모른다.

이승철은 기자에게 가수로서의 새로운 기를 느꼈다고 했다. 국민적 자존심을 건드린 것에 대해 그냥 넘어갈 수 없다고 했다. 이번 일을 계기로 일본이 한국을 바라보는 시선이 바뀌었으면 한다는 말도 했다. 그는 “국민적으로 책임감을 부여받았다”면서 “‘그날에‘는 콘서트 엔딩곡으로 부를 것이며 내년 데뷔 30주년 월드투어 개최지로 예정돼 있는 도쿄와 오사카에 반드시 공연신청을 할 것이다”고 말했다.

요즘 이승철에 관련된 인터넷상 댓글은 30년 가수생활동안 가장 좋다. “이승철을 대통령으로 만들고 그의 모든 전과를 없애라”라며 응원댓글을 보내고 있을 정도다. 그는 영웅심리나 인기 차원이 아닌, 좀 더 공적인 이유로 이번 일에 참가하고 있다. 이승철은 “내 나라 내 땅에 대해 정당한 권리를 이런 식으로 문제 삼았다면 이에 굴복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이승철은 이제 보통 중견가수가 아니다. 최고 가창력의 발라드 가수로 인정받고 있으며, ‘슈퍼스타K’에서 6년간 심사위원을 맡았다. 이승철의 모친상에 온 수많은 ‘슈스케’ 참가자들을 보면서, 마치 은사집에 조문온 제자 학생들 같았다. 이승철은 이제 후배들을 가르쳐야 하고, 롤모델로 삼고 있는 후배들이 많은 만큼 존경의 대상이 될 수 있도록 행동을 해야 한다.

이승철은 거침없이 속마음을 털어놓는 스타일이다. 기자의 민감한 질문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답이 나온다. 2006년 발표된 노래 ‘소리쳐’가 표절 논란에 휘말렸을 때도 솔직한 해명으로 상황을 돌파했던 적이 있다. 지나친 솔직함이 간혹 논란을 불러일으킬 때도 있지만, 진실함이 바탕이 돼 있기에 위기에는 오히려 더 큰 힘을 발휘한다.

30년차 가수로의 책임감을 느낀다는 이승철은 ”조용필 선배님이 걸어온 길이 있다. 정치, 외교가 아니고 노래 하나로서 말했다. 그 분은 ‘한오백년’을 불러 우리 민족의 한을 대변했다. 그래서 조용필이다”면서 “나도 국민들의 호응에 보답하겠다. 독도사랑에도 참가하고, 국민에게 통일을 앞장서 전하는 메신저가 되겠다”고 말했다. 

wp@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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