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촬영 끝날 때까지 시나리오 고쳤어요”…‘감독’ 하정우의 열정

[헤럴드경제=이혜미 기자] 영화 ‘허삼관’의 하정우가 처음으로 연출과 주연을 함께 맡아 작업한 소회를 털어놨다. 누군가는 ‘하정우는 재능이 많아 좋겠다’고 심드렁하게 말할 수도 있지만, 부단한 노력 없이 나오는 결과물이란 없는 법이다. 이날 하정우의 한 마디 한 마디엔 연출자로서의 고민과 고충이 묻어났다.9일 서울시 성동구 행당동 CGV왕십리에서 영화 ‘허삼관’(감독 하정우ㆍ제작 ㈜두타연ㆍ공동제작 ㈜판타지오픽쳐스)의 언론배급 시사회 및 기자 간담회가 열렸다. 이날 자리한 하정우는 익숙한 ‘배우’ 타이틀 보단, ‘감독’으로서의 존재감이 더 컸다.

하정우는 앞서 ‘롤러코스터’로 감독 데뷔를 했으나 연출과 함께 주연 배우로도 활약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는 “소설책을 처음 받았을 때 ‘허삼관’이 참 영화적인 캐릭터라고 생각했고, 영화로 풀면 상당히 재미있겠다고 생각했다”고 연출 계기를 밝혔다. 이어 “전작들에서 함께 연기했던 배우들을 ‘감독 대 배우’로 만나니까 쑥스러웠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적응이 됐다”고 털어놨다.

‘허삼관’은 준비 과정부터 하정우에게 많은 고민을 던져줬다. 원작 소설 ‘허삼관 매혈기’가 워낙 탄탄하고 밀도 있었기 때문에 ‘이걸 두 시간 안에 어떻게 만들까’라는 고민이 클 수 밖에 없었다. 처음엔 최대한 원작을 훼손하지 않고 시나리오 작업을 해야겠다고 생각했지만 녹록치 않았다고. 그러다 위화의 다른 소설 중 영화화 된 ‘인생’이라는 작품을 봤고, 영화가 원작의 10% 정도만 녹여냈다는 사실을 접했다. ‘원작에 발목 잡힐 이유가 없다’는 생각이 들면서 그 다음부터는 과감하게 곁가지를 쳐낼 수 있었다.

“‘문화혁명’이라는 이슈가 소설에선 심장과도 같은 것인데 그걸 어떻게 한국의 이슈로 대체해서 믹스할 수 있을까 고민했었죠. ‘인생’이란 작품을 보면서 좀 가볍게 마음을 먹었고, 끝까지 시나리오 작업을 할 수 있었어요. 특히 소설의 문체적인 재미를 영화에서 어떻게 대사와 상황으로 만들 수 있을까를 많이 고민했어요.”

시나리오에 대한 고민은 촬영이 끝날 때까지 이어졌다. 그는 “대개 (촬영)현장에서 길을 잃어버리고 흔들리는 문제가 발생하는 건 시나리오의 부족함 때문이라고 생각한다”며 “주위 많은 분들에게 의견을 구했고, 촬영이 끝날 때까지 시나리오의 완성도에 대한 고민을 하며 수정해나갔다”고 털어놨다. 또 “소설의 문체가 영화의 대사와 연기로 표현될 때 어떨까 고민하며 리딩도 아주 많이 했다”고 덧붙였다.

하정우는 ‘허삼관’이라는 영화가 스스로에게 ‘초심’을 떠올릴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고 털어놨다. 그는 “영화를 찍으면서 잃어버린 것들, 무감각했던 것들, 마비되어 가는 것들이 살아났다”며 “어렸을 때 영화를 만들고 참여하는 일을 꿈꿨는데, 당시의 감각이나 자세 등이 생겨나는 작업이었다. 영화인으로서 배우로서 살아가는 부분에 있어서 환기가 되고 좋은 경험이 되는 시간이었다”고 평가했다.

한편 ‘허삼관’은 세계적인 소설가 위화의 ‘허삼관 매혈기’를 원작으로 한 작품이다. 가진 건 없지만 가족들만 보면 행복한 남자 ‘허삼관’이 11년 동안 남의 자식을 키우고 있었다는 기막힌 사실을 알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았다. 주연 하정우와 하지원을 비롯해 전혜진, 장광, 주진모, 성동일, 이경영, 김영애, 정만식, 조진웅, 김성균 등 탄탄한 연기력의 배우들이 영화의 맛을 더했다. ‘허삼관’의 세 아들 ‘일락’, ‘이락’, ‘삼락’을 연기한 아역 배우들도 발군의 연기력을 선보인다.

ham@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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