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곡 어디에도 ‘피겨여왕’ 김연아를 언급하는 부분은 없습니다. 그러나 가사에 담긴 ‘깊이파인 옷’과 ‘반짝이는 장식’ 그리고 김연아의 별자리 ‘처녀자리’는 이 곡이 ‘피겨여왕’의 모습을 소리로 그려낸 곡임을 명백하게 드러내고 있습니다. 댄서블한 록 사운드를 타고 노는 밴드 롤러코스터의 보컬 조원선의 몽환적인 목소리는 김연아의 춤사위를 정말 매력적으로 시각화합니다. 마치 우주적이랄까요? 여기에 박현준(기타), 신석철(드럼), 김정욱(베이스) 등 정상급 연주자들의 연주가 더해지니 금상첨화죠. 조용히 발매된 것이 이상하게 느껴질 정도로 멋진 싱글입니다.
“쏟아지는 관심은 뒤로 하고/깊어가는 눈으로 얘기해봐/두근거리는 마음은 리듬에 맞춰/불나비처럼 너에게 타오른다오”

▶ 이영훈 ‘안녕 삐 #2’= 조동진, 어떤날 등으로 이어지는 서정적이면서도 감성적인 포크는 폭발적이진 않아도 늘 충성도 높은 고정 팬들을 확보해 온 음악입니다. 아이돌을 중심으로 돌아가는 메이저 음악 시장에서 포크는 철저히 비주류이지만, 인디 신에선 다양한 형태로 분화하며 그 맥을 잇고 있죠. 이영훈은 그 대표 주자 중 하나입니다.
이영훈은 지난 2006년부터 홍대 인디 신에서 활동해오다 감성적인 포크 음악을 담은 2012년 첫 정규 앨범 ‘내가 부른 그림’을 발매하며 본격으로 이름을 알린 싱어송라이터입니다. 그는 오는 2월 5일 정규 2집 ‘내가 부른 그림 2’를 발매할 예정입니다. ‘안녕 삐 #2’는 1집의 수록곡을 새롭게 편곡해 2집에 담아낸 곡이죠.
원곡은 독백을 닮은 담담한 보컬과 기타와 피아노를 중심으로 한 간결한 편곡으로 절제미를 보여줬다면, 2집의 프로듀서로 참여한 싱어송라이터 선우정아의 손길이 닿은 ‘안녕 삐 #2’는 다채로운 편곡으로 극적인 이영훈의 새로운 변신을 보여줍니다.
▶ 쿠바(Cuba) ‘트레이스(Trace)’= 쿠바는 올해로 결성 18년차를 맞은 관록의 밴드이지만, 워낙 과작(寡作)인 터라 여전히 대중에겐 생소한 이름입니다. 그러나 현재 한국 대중음악계에서 가장 각광을 받고 있는 재즈 베이시스트 서영도와 정상급 드러머 강수호가 원년 멤버였다는 사실을 떠올리면, 쿠바란 이름이 결코 가볍진 않습니다. 그런 쿠바가 달라졌습니다. 올해에는 매달 싱글을 발표하기로 계획했거든요. 이번 싱글은 그 시작입니다.
이번 싱글은 쿠바가 그동안 들려줬던 블루지하면서도 선 굵은 연주가 돋보이는 미디엄 템포의 곡입니다. 특히 이번 싱글은 멤버들이 스튜디오에서 ‘원 테이크(한 번에 끊임없이 녹음하는 방식)’로 녹음해 눈길을 끕니다. 이는 멤버들이 오랜 합주를 통해 합을 맞추지 않으면 시도조차 불가능한 방식이죠. 경험은 결코 어디로 가지 않습니다.
▶ 활 ‘미워도 다시 한 번’= 휘성, 옥주현, 거미, 엠씨더맥스의 이수, 시크릿 송지은, 노라조 이혁, 브라운 아이드걸스의 손가인, 블락비……. 이들의 공통점은 모두 같은 스승으로부터 노래를 배웠다는 점입니다. 밴드 활의 보컬 김명기는 아티스트보다는 정상급 가수들의 보컬 트레이너로 더 큰 명성을 얻어왔죠. 특히 활의 정규 1집 ‘비(飛)’의 수록곡 ‘세이 예스(Say Yes)’ 스튜디오 라이브 영상은 김명기의 탁월한 가창력으로 많은 이들의 관심을 받았고요.
‘미워도 다시 한 번’은 록발라드 특유의 극적인(혹은 진부한?) 구성과 멜로디를 가진 평범한 곡이지만, 이를 비범하게 들리도록 만드는 것은 김명기의 탄탄한 보컬입니다. 가끔은 이렇게 시원시원한 보컬이 목 마른 여름의 콜라 한잔처럼 상쾌할 때가 있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