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지우가 tvN ‘꽃보다 할배 in 그리스’ 1~2화에서 분위기를 유쾌하게 바꾼 것까지는 좋았지만, 그녀의 분량이 너무 많아 최지우가 중심이 되고 주인공인 꽃할배들이 약화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됐다. 여행이 시작되고 두바이에서의 여정에서도 그런 우려가 조금씩 나왔다.
하지만 그런 우려는 10일 방송된 3화에서는 완전히 기우임이 증명됐다. 최지우가 활발하게 나서도 여행과 관련된 꽃할배들의 시선과 관점이 축소되거나 수동적으로 변하지 않았다.

오히려 꽃할배들에게서 전에 볼 수 없는 모습을 엿볼 수 있어 좋았다. 직진만을 외치던 이순재가 신구와 팔짱까지 끼고 같이 의지하며 걷는 모습이라든가, 늘 뒤처졌던 백일섭이 형님들과 보조를 맞추기 위해 앞서 출발했고, 또 혼자 지하철과 도보로 운동화를 사러 가는 모습은 완전히 새로운 광경이었다. 이 모든 것들이 최지우가 일으킨 변화라고는 할 수 없지만, 최지우는 적어도 이서진만으로는 할 수 없는 차별화된 역할을 해내고 분위기 메이커로서 모습을 보여준 것은 사실이다. 최지우는 영어 구사나 음식 만들기를 아주 잘 하는 것은 아니지만,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성실과 배려가 몸에 밴 사람이었다.
최지우가 할배들을 챙기는 모습과 이서진이 할배들을 챙기는 모습과 양상은 다르다. 3화에서 최지우가 타국에서 설날을 맞은 할배들을 위해 떡국 만들기에 도전한 것은 압권이었다. 지단이 뭔지도 모르는 ‘보조 셰프’ 이서진과 떡국의 완성을 위해 지단 하나까지도 완벽한 규격으로 만들려는 ‘메인 셰프’ 최지우와의 좌충우돌은 큰 재미를 선사했다. 3화에서는 아크로폴리스부터 근대 올림픽 경기장까지 아테네 유적에 빠진 할배들의 정겨운 여행기가 펼쳐졌다. 이순재가 신비로운 파르테논 신전을 보면서 “존재들은 다 각자 의미가 있다. 같은 사람은 없잖아”라고 말했고, 이순재와 팔짱을 끼고 이야기를 나누던 신구는 “황혼녘에서 마무리해야 될 때”라며 인생의 동반자로서 한마디했다.
연극에 심취했던 박근형은 2000년전 연극 무대를 올리던 디오니소스 극장 객석에 앉아 벅찬 감정으로 “(고향에) 돌아온 것 같은 기분이 든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번 여행의 감정이 남달랐던지, 술을 전혀 마시지 않던 이순재는 동생들의 분위기에 맞추기 위해 소주를 마시기도 했다. 여행속의 작은 변화이지만, 소소하고 잔잔한 감성과 감동을 주는 장면들이었다.
서병기 선임기자/wp@heraldcorp.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