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nter 엔터] 걸작은 속편도 팬심을 잠식한다…20년 시차에도 관객 열광

[헤럴드경제=이혜미 기자] 추억의 명작들이 새로운 시리즈로 속속 돌아오고 있다. 올해 개봉한 시리즈물은 오리지날과 20년 이상 시간 차가 있다는 점이 이색적이다. 지난 달 14일 개봉한 ‘매드맥스: 분노의 도로’(이하 ‘매드맥스4’)를 비롯해, 흥행 중인 ‘쥬라기 월드’, 다음 달 2일 개봉을 앞둔 ‘터미네이터 제니시스’까지. 먼저 개봉한 두 작품 모두 흡족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터미네이터 제니시스’는 한 주 뒤 시험대에 오른다.

물론 명작들을 가져다 재구성하는 방식은 차이가 있다. 


‘매드맥스4’와 ‘쥬라기 월드’의 경우 캐릭터와 설정 등이 앞서 시리즈의 연장선 상에 있다는 점에서 일반적인 후속편(시퀄 sequal)으로 볼 수 있다. 물론 엄밀히 구분하자면 이전 시리즈와 같은 주제를 다루지만, 이야기가 완벽하게 이어지진 않는다. ‘매드맥스4’의 경우 1979년 오리지날의 악당 ‘토우카터’가 30여 년이 지나면서 ‘임모탄’으로 바뀌었다. 또 4편에서 맥스가 소녀의 환영에 시달리는데, 이전 시리즈에서 맥스의 아내와 아들이 토우카터 일당에 목숨을 잃는 장면은 등장하지만 소녀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쥬라기 월드’ 역시 1편의 연장선 상에서 쥬라기 테마파크가 22년 만에 재개장하는 설정으로 시작하고 전작과 같은 세계관을 유지하지만 등장 인물이 모두 바뀌었다. 따라서 전작을 알고 보면 더욱 재미있겠지만, 완전히 새로운 영화로 접근해도 무리 없이 즐길 수 있다. 이에 일각에선 두 작품과 같은 속편을 ‘리퀄’(requel, 이전 영화와 같은 주제이지만 이야기가 이어지지 않으면서 리메이크 영화도 아닌 속편 영화)이라는 신조어로 구분하기도 한다. 


‘터미네이터 제니시스’의 경우 리부트(Reboot) 시리즈의 첫 작품이다. 리부트는 앞서 시리즈의 콘셉트와 캐릭터만 가져와서 완전히 새로운 이야기를 하는 속편을 의미한다. 2029년 존 코너가 이끄는 인류 저항군과 로봇 군단 스카이넷의 미래 전쟁, 그리고 1984년 존 코너의 어머니 사라 코너를 구하기 위한 과거 전쟁을 동시에 그린다. 아직 영화가 국내에선 공개되지 않았지만, 일부 공개된 영상을 보면 중장년 관객들의 향수를 자극하는 오마주도 있다. ‘터미네이터’ 시리즈를 대표하는 명대사 “아 윌 비 백(I‘ll be back)”을 아놀드 슈왈제네거는 새 시리즈에서 T-800이 되어 다시 한 번 외친다. “살고 싶으면 따라오라(Come with me if you want to live)”는 대사는 1, 2편에서 사라 코너가 들어왔던 말이었다면, 리부트 시리즈에선 강인한 전사로 거듭난 사라 코너의 입을 통해 들을 수 있을 전망이다. 


할리우드에서 명작의 속편을 이어가는 작업이 계속되는 것엔 여러가지 이유가 있다.

기발한 소재가 늘 넘쳐나는 것은 아니다. 할리우드의 영화 소재 기근은 늘 감지되던 분위기였다. 또, 새로운 창작물을 내놓는 것보다 속편을 시도하는 것이 위험 부담이 적다는 이유도 있다. 브랜드의 인지도와 전작에 대한 고정 팬이 있기 때문에, 신인 감독이나 그리 유명하지 않은 배우들과의 작업도 가능하다. 실제로 ‘쥬라기 월드’가 그렇다. 2012년 ‘안전은 보장할 수 없음’이라는 코미디 영화 한 편이 필모그래피의 전부인 콜린 트레보로우 감독을 부활한 명작 시리즈의 감독으로 기용했으니 말이다. 주연 배우 크리스 프랫과 브라이스 달라스 하워드의 캐스팅도 애초엔 팬들의 기대에 못 미쳤다. 그럼에도 세계적으로 1조 원이 넘는 흥행 수익 신기록을 세우며 전 세계 박스오피스를 휩쓸고 있다.

물론 시리즈의 이름값 만으로 속편의 성공을 장담할 순 없다. 명작이라는 비교 대상이 있다는 점에서, 졸작으로 나올 경우 더 많은 비난의 화살을 맞을 수 밖에 없다. 성공적으로 귀환한 ‘매드맥스4’를 보면 과거 시리즈의 기본 설정과 세기말적 분위기는 가져가면서도, 현대 감각에 맞는 매력적인 캐릭터와 이야기 전개, 쾌감을 극대화하는 신선한 액션 등으로 재미를 더했다. 따라서 개봉이 임박한 ‘터미네이터 제니시스’를 비롯, 올 연말 개봉 예정인 ‘스타워즈: 깨어난 포스’, 내년 여름 개봉을 발표한 ‘인디펜던스 데이 시퀄’ 등이 시리즈의 미덕을 계승하고 현대 관객들의 입맛을 사로잡을 신무기 장착에도 성공할 지 관심이 집중된다.

ham@heraldcorp.com

Print Friend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