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승희=외모를 바꾸면 부당한 차별을 받지 않는다는 주입식 교육 ★
이혜미=학대하는 남편 대신 살찐 아내를 병원에 보내는 아이러니 ☆
정진영=게임의 승자만 치료를 받을 수 있다면 그게 과연 아름다운 일인가? ☆

메이크오버 프로그램은 케이블 채널의 효자상품이었다. 2003년 채널동아의 ‘도전 신데렐라’가 시작했고, 2011년 12월 첫 방송된 스토리온 ‘렛미인’의 성공으로 유사 프로그램이 수년간 등장했다. JTBC에서도 ‘화이트스완’이 방영 중이다.
성형 프로그램은 표적이 되기 쉽다. 시즌5를 방영 중인 ‘렛미인’에도 ‘성형 조장’, ‘성형외과 홍보’라는 해묵은 논란이 따라다닌다. ‘재건성형’을 목표로 하지만 장애 부위 이외에도 불필요한 수술을 병행하며 극적인 변신을 꾀하기 때문이다. 최근엔 대한성형외과의사회마저 “의료행위를 상품화해 성형수술을 맹신하게 만들어 무분별한 성형수술을 조장하고 있다”는 성명으로 프로그램을 비판했다.
‘렛미인’은 이미 시즌3부터 ‘논란을 넘어 감동으로’라는 타이틀을 세웠다. 단지 얼굴을 고쳐주는 것이 아닌 외모로 고통받아 자존감이 무너진 여성들의 삶을 치유하고, 가치관을 바로 세운다는 ‘힐링성형’을 강조해왔다.
출연자의 폭이 넓다. 선천적 기형을 안은 이들은 물론 갑작스러운 체중 증가나 사고로 외모가 달라진 여성도 주인공이 된다. 출연자들의 사연은 비극적이다. 외모로 인한 사회적 편견에 부딪혀 부당한 차별을 받는다. 이들은 한결같이 “내가 왜 태어났는지 모르겠다”고 말한다. 따가운 사회의 시선을 견디지 못해 집안으로 숨어들었는데, 가족의 외면은 더 매몰차다. 결혼 이후 달라진 ‘외모’에 남편들은 폭언과 외박을 일삼는다.
제작진은 출연자들이 받아온 외모 차별을 극적으로 보여주고, 누가 더 비참한 삶인지를 심사한다. ‘닥터스 군단’은 외모를 바꿔주고, 무너진 자존감을 끌어올리기 위해 총력을 기울인다. 마법처럼 변화가 찾아온다. 생애 전체를 관통한 고통의 흔적은 장시간의 대수술로 지워진다. 출연자들의 밝은 미소에 스튜디오 안팎은 눈물바다가 된다.
프로그램을 향한 의문은 이 지점에서 나온다. 눈물 젖은 감동의 실체에 사회적 편견을 향한 비판은 없다. 외모를 기준으로 차별을 가하는 것이 이 사회의 잘못이라고 지적하는 목소리는 나오지 않는다. 수술로 고쳐야할 것은 출연자의 얼굴이 아니라 외모로 차별하는 이들의 인성과 이 사회의 부끄러운 편견인데, ‘렛미인’은 이 부분을 애써 외면한다.
‘렛미인’은 “당신의 생각이 당신의 아름다움을 결정한다”고 말한다. 외모보다 내면의 변화를 강조하기 위해서다. 그러나 고장난 전자제품을 A/S 받듯 성형수술로 외모를 바꾸고, ‘예뻐졌으니 달라진다’고 설파하는 것은 여전하다. ‘당신의 아름다움이 당신의 생각을 결정한다’는 편견에 암묵적으로 동의하듯이 말이다. ‘치유와 성장’의 강조가 공허한 메아리로 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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