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액션 키드’ 류승완, 대한민국 대표 감독으로 우뚝=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류승완을 ‘흥행 감독’으로 부르기엔 어색함이 있었다. 흥행작이 없어서가 아니다. 전작 ‘부당거래’는 200만 관객을, ‘베를린’은 무려 700만 관객을 넘겼다. 그보다는 액션영화에 특화된 개성파 감독의 이미지가 강했던 탓이 크다. 괴짜 같은 패기가 넘쳤던 초기작(‘죽거나 혹은 나쁘거나’, ‘아라한 장풍 대작전’ 등), 조금은 묵직했던 최근작을 거쳐 류승완은 한층 경쾌하고 직설적인 화법의 영화로 돌아왔다. 그는 대중영화를 찍는 사람에겐 ‘어려운 문제를 친절하면서도 쉽게 풀어주는, 좋은 선생님 같은 태도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그 소신을 담은 ‘베테랑’을 통해 류승완은 ‘액션 키드’에서 ‘액션 장인’, 더 나아가 관객들이 믿고 찾는 감독들 중 하나로 자리 잡을 수 있었다.

▶배우의 재발견, 유아인에게서 ‘악마를 보았다’=‘베테랑’은 소위 연기 구멍이 없는 영화다. 주·조연은 물론 단역 배우들까지 적재적소에서 제 몫 이상을 해내며 영화의 재미는 더욱 풍성해졌다. 극장을 나서는 관객들에게 유독 많이 거론되는 배우는 단연 유아인. 소위 ‘메소드’ 연기로 악역을 완성하는 연기파 배우들은 많았다. 유아인은 악역의 전형성에서 벗어나, 소년같은 자신의 얼굴과 조태오 캐릭터에 대한 독창적인 해석에 기반해 새로운 악인을 창조했다. 조태오가 스스럼 없이 폭언과 폭력을 행사할 때, 그 무심한 얼굴은 살기어린 눈빛이나 표정보다 섬뜩하다. 충무로와 관객들은 ‘베테랑’을 통해 재능의 한계를 가늠할 수 없는 유아인이란 배우를 선물 받았다.
▶사회 부조리에 대한 환기&소시민 영웅이 주는 카타르시스=‘베테랑’에 대한 감상을 한 단어로 표현한다면 ‘쾌감’이 될 것이다. ‘베테랑’은 여름 극장가에 어울리는 오락액션영화라는 점에서, 어느 정도 흥행은 점칠 수 있었다. 지난해 여름, ‘해적: 바다로 간 산적’이 800만 관객을 모은 것에도 경쟁작들과는 차별화된 유쾌함이 주효했다. 다만, 마냥 치고박고 때려부수기만 했다면 1000만 흥행까지 이르진 못했을 터. ‘베테랑’은 소시민 영웅의 승리담을 견고한 현실 인식 위에 펼쳐낸다. 이 점이 결말이 주는 대리만족의 즐거움을 배가시킨다. 아울러 영화는 각자의 위치에서 소임을 다하는 개인들이 모여, 사회가 변화할 수 있다는 희망을 품게 한다.
▶이게 애드리브야? 감칠맛 나는 명대사들=관객들 사이에서 회자되는 명대사들은 ‘베테랑’다운 배우들의 애드리브가 상당수다. 바닥에 널브러진 황정민이 내뱉는 “이 새끼, 싸움 XX 잘해”부터, 관객석을 웃음바다로 만들었던 마동석의 “나 아트박스 사장인데…”, 지구대 순경 역의 고규필이 총소리에 놀라 기절하는 것 모두 애드리브다. 즉흥적으로 나온 대사는 아니지만 ‘죄짓고 살지 말랬지?’, ‘우리가 돈이 없지 가오가 없냐’(서도철), ‘나한테 이러고 뒷감당할 수 있겠어요?’(조태오) 등도 인상적인 대사로 꼽힌다. 심지어 ‘내가 지금 그래. 어이가 없네?’라는 조태오의 대사는, 포털 사이트에서 ‘조태오 어이가 없네’를 자동완성 기능으로 지원할 만큼 최고의 유행어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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