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nter 엔터] 여론 무서운 줄 모르는 대종상, 스스로 ‘대충상’ 자처한 꼴

[헤럴드경제=이혜미 기자] 매해 잡음에 시달리던 대종상 영화제의 권위가 올해는 그야말로 바닥에 떨어졌다. 관계자들 사이에선 곪을 게 터졌다는 반응이다. 후보자들의 불참 사태를 떠나, 영화상 자체의 준비 과정과 심사 공정성은 물론, 영화인과 관객들에 대한 태도를 돌아볼 때다.

대종상 시상식 당일인 20일, 황정민, 유아인, 손현주, 김혜수, 엄정화, 김윤진, 한효주 등 최고 연기상 후보에 오른 배우들이 촬영 스케줄과 해외 체류 일정 등으로 이날 대거 불참할 것으로 알려졌다. 감독상 후보에 오른 류승완 감독과 최동훈 감독도 각각 일본 체류와 하와이영화제 참석을 이유로 자리를 채우지 못한다.
 

사진=OSEN

‘영화제의 꽃’으로 불리는 남녀주연상 수상자는 물론, 상당수 영화인들의 불참 소식에 대종상은 본 행사가 시작되기도 전에 김이 샌 분위기다. 네티즌들 사이에선 ‘그 상 나 줘라’, ‘이럴 거면 시상식 폐지하라’는 등 싸늘한 반응이 쏟아졌다. 일각에선 영화인들의 불참 사태가, 대종상에 대한 해묵은 불만을 에둘러 표출한 것이 아니냐는 의문을 제기하기도 했다. 

대종상을 향한 영화계 안팎의 냉소적인 시선은 영화인들의 신뢰도, 대중의 호감도 얻지 못하고 있는 대종상의 위상을 의미한다. 그간 대종상 영화제가 잡음 없이 행사를 치뤄 왔다면, 올해의 크고 작은 논란은 가벼운 질타를 받고 매듭지어질 해프닝으로 끝났을 지도 모른다. 그간 대종상은 개봉하지도 않은 영화를 후보에 올리거나, 시상식 전날 후보자에가 명단 누락 사실을 알리거나, 한 영화에 트로피를 과도하게 몰아주는 등, 거의 매년 잡음을 빚어왔다. 올해도 모바일 앱에서 진행된 인기상 투표를 유료로 진행해 빈축을 샀고, 해외 연기상 수상자들의 참석 여부를 번복해 혼선을 빚는 등 진행 상의 미숙함을 또 다시 드러냈다.

무엇보다도 올해 대종상 측이 보여준 가장 큰 문제는 여론의 무서움을 모르는 태도다. 지난 주 대종상 조직위원회 측은 대리수상 불가 방침을 철회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지만, 결국 공식 입장을 표명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수상 후보자들이 대거 불참하는 사태가 빚어지면서, 불가피하게 대리 수상을 수용하게 됐다. 어차피 이렇게 될 거라면 뒤늦게라도 ‘불가피한 상황이라면 대리 수상을 할 수 밖에 없지만, 영화인의 축제인 만큼 많이 참여해달라’고 독려하는 쪽이 모양새가 나았을 것이다. 설마 공식적으로 입장을 번복하고 대중에 사과하는 것이, 영화제의 자존심에 상처를 입는 일이라고 생각한 걸까. 큰 착오다. 명명백백한 실수에 모르쇠로 일관하고, 한국영화를 사랑하는 이들의 목소리에 귀를 닫는 태도야 말로 반세기 역사의 대종상을 ‘대충상’으로 추락시키는 일이다.

ham@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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