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헌을 통해 본 자숙과 극복의 법칙

[헤럴드경제=서병기 선임기자] 배우 이병헌이 주연인 영화 ‘내부자들’이 개봉 2주만에 400만 관객을 돌파한 후 500만 관객을 눈앞에 두고 있다. ‘내부자들‘은 이병헌의 명연기로 승승장구하고 있다. 물의를 일으켰던 이병헌은 이로써 논란을 극복하고 안티팬마저 잠재웠다는 소리를 듣고 있다. ”논란마저 삼켜버린 연기력“이라는 제목의 기사도 나올 정도다. 몰론 이 기사에는 “문란한 사생활에 묻혀버린 연기력”이라는 댓글도 있다.

어쨌든 이병헌은 ‘내부자들’의 성공으로 면죄부를 받은 듯하다. ‘터미네이터’와 ‘협녀‘가 기대에못미치는 성적을 거뒀던 때와는 사뭇 달라졌다. 어린 여성과 어울린데 대해 그동안 몇차례 사과를 했던 이병헌도 ‘내부자들‘부터는 태도가 달라졌다. 

소극적으로 피하는 것으로 부터 적극적인 대처로 바뀐 것이다. 거의 모든 언론사와 인터뷰를 한 것은 물론이고, 자신이 출연하는 게임 CF가 자주 프라임 타임대에 노출되고 있다. 지하철 등 어디를 가나 이병헌이 출연하는 광고간판이 내걸려있다. 스타가 물의를 일으키면 가장 먼저 하는 일이 광고 중단임을 감안할 때, 이데아 광고 노출은 죗값을 치른 이병헌의 자숙이 끝났음을 알려주는 신호다.

‘내부자들’은 이병헌의 연기도 일품이지만, 자신에게 씌워졌던 이미지가 가장 잘 활용된 사례(?)로 기록될만하다. 이병헌은 나쁜 놈으로 나온다. 정치깡패 안상구는 나쁜 짓을 일삼지만, 정치계와 언론계, 재계에는 자신보다 훨씬 더 나쁜 놈들이 추악한 짓을 벌이는 모습이 드러나면서 이병헌은 상대적으로 덜 나쁜 놈으로 보인다. 그들에게 손목까지 잘리는 이병헌에게 나중에는 연민과 동지애까지 생기기도 한다. 이병헌이 순수한 멜로 연기를 했다면 몰입이 안된다는 반응이 나왔겠지만, 저급하고 천박한 깡패 역할을 맡으니 보는 불편함이 사라졌다. 안상구라는 캐릭터에 완전 빠져 볼 수 있는 이미지 상황에다 이병헌의 기막힌 연기력까지 합쳐졌다.

그렇다고 해서 유명인 이병헌이 완전히 면죄부를 받았다고 생각하기에는 이르다. 사람은 잘못을 할 수 있고 유명인도 마찬가지다. 죄의 경중에 따른 자숙을 거쳐 컴백의 절차를 밟게 된다.

자숙에는 진정성이 중요하니만큼 자숙을 하고 있는지는 당사자의 태도와 인터뷰 내용 등이 참조되지만, 이것만으로는 확실하지 않아 자숙기간(또는 활동중단기간)이 부각될 수밖에 없다.

이병헌은 자숙기간이 별로 없었다. 개봉을 앞둔 영화들이 실패할까봐 작전상 후퇴 개봉을 한 것이지, 이병헌이 활동을 쉰 것은 아니었다. 물론 공항 등에서 대중 앞에 사과를 몇차례 했다.

‘이병헌 사건‘은 이병헌이 협박받은 사건이지만 도덕적으로 비난받을 일을 했고 법원의 판결문에도 그 내용이 들어가 있었기 때문에 그 정도 사과는 기본이다.

이병헌은 ‘내부자들’과 관련된 인터뷰에서 “나에 대한 좋지 않은 시선들이 있음을 알고 있다. 열심히 연기하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말은 ”이제 열심히 돈 벌겠다“는 말과도 비슷한 말이다. 이병헌이 연기력이 부족해서 미진한 평가를 받은 건 아니다. 대중은 유명인 이병헌이 인간으로 살아가는 모습도 함께 바라본다.

이병헌을 바라보는 대중의 시선은 그야말로 다양하다. 이 정도 자숙하고 연기했으면 논란을 완전 극복한 것이 아닌가 하고 보는 사람도 있지만, 연기와 사람을 분리해서 별 개로 보는 시각 또한 여전히 존재한다. 그러니 이병헌이 전자뿐만 아니라 후자들의 마음도 껴안을 수 있어야 진정한 자숙이고 진정한 극복이라 할 수 있을 것 같다.

서병기 선임기자/wp@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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