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병기 연예톡톡]‘배우학교’ 예능 개념을 확대시킨다

[헤럴드경제=서병기 선임 기자]tvN ‘배우학교’는 예능의 범위를 확대시킨다. 요즘 예능이 웃음만 줘 가지고는 답이 안나오기 때문에 리얼리티 예능들이 많이 나올 수밖에 없다. ‘배우학교‘는 그 점에서 출발부터 성공했다.

음악예능으로 불리는 음악 오디션 프로그램들은 웃음을 주기보다는 시청자를 울리기도 하고 기분 나쁘게 만들기도 한다. 다양한 이야기가 나온다. 심사위원들 입에서 정보가 될만한 이야기도 나온다.

이런 다양한 이야기들로 음악 오디션 프로그램은 성공작들이 나왔다. 하지만 연기 오디션 프로그램은 SBS ‘기적의 오디션’이 그리 성공적이지 못했다. ‘배우학교’는 연기를 주제로 하지만 ‘기적의 오디션‘과는 많이 다르다.


쿡방중에서도 ‘한식대첩’처럼 요리선수들을 모아놓고 서바이벌을 펼치는 프로그램도 있고, 요리 문외한들을 가르쳐 성장시키는 ‘집밥 백선생‘ 같은 프로그램도 있다. 연기 리얼리티물도 이제 다양해지는 첫걸음이다.

‘배우학교’는 박신양을 내세워 연기를 배우고 싶은 다양한 학생들에게 연기를 가르치게 하지만, 연기에 대해 알아가는 과정이 들어가 있다. 이게 정보로도 연결돼 인포테인먼트가 될 수 있을 듯 하다.

첫 회에서 자기소개를 지나치게 길게 보여준(14시간 촬영) 것도 연기에 대한 이해와 관련이 있다. 박신양이 ‘나는 왜 연기를 배우려고 하는가‘, ‘연기&연기자란 무엇인가’, ‘나는 누구인가‘ 등 총 3개의 질문에 대한 답변을 요구한 것도 자신의 생각을 이해하는 게 배우가 배역을 이해하는 첫 걸음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배우학교’가 첫회에서 좋은 반응을 보였지만 배우 얘기가 일반인에게도 흥미롭게 다가갈 수 있는지는 미지수다. 하지만 연기를 기능적인 것만이 아닌, 생각 표현과 소통 등으로 확대된다면 연기와 관련 없는 사람들도 관심을 가지게 할 수 있을 것이다.

백승룡 PD가 제작발표회에서 “예능으로 생각하고 시작했는데, 다큐인지, 드라마인지 모르겠다”고 말한 바 있다. 첫회에서 박신양은 유병재에게 “연기 수업하러 왔냐, 촬영하러 왔냐”고 묻는다.

유병재는 예능적인 점을 부각시키기 위해 캐스팅됐다. 그는 자신의 본분에 맞게 가볍게 토크를 이어갔다. 분위기를 띄우려고 박신양에게 “합격시켰다”는 말까지 했다. 하지만 박신양은 정색하면서 이를 무겁고 진지하게 받아들였다. 예능을 예능으로 받지 않고 다큐로 받은 것이다. 이게 부딪히면서 재미가 생겼다.

이 상황에서 당황한 유병재가 통증까지 생겨 리얼함을 더했다. 다른 학생들 분량을 꽤 많이 편집되게 만들었다. 정상적 또는 의도된 페이스였다면 ‘발연기의 대명사‘인 장수원이 빵 하고 터져주어야 하지만, 첫회에서는 유병재에 묻혔다.(2회 예고편에서 장수원이 ‘자퇴하면 안될까요’라고 말하는 걸로 봐 뭔가 할 것 같기는 하다.)

‘배우학교’는 예능 개념을 확대시키는 또 하나의 연기 리얼리티 프로그램이다. 연기선생인 박신양은 가벼운 프로그램으로 출발한 백승룡 PD의 의도를 바꾸면서까지 연기를 무겁고 진지하게 접근한다. 훌륭한 연기 선생님을 만나기 위해 러시아까지 가서 찾았다던 그의 연기에 대한 열정은 대단해 보이고 카리스마도 느껴진다. 진정성이 느껴지는 프로그램이라는 반응도 나왔다.

그렇다면 박신양도 연기에 대한 자신의 생각과 속내를 모두 털어놔야 한다. 학생들에게는 모든 걸 털어놓으라고 하고 자신은 닫고 있어서는 안된다. 이 부분은 박신양이 연기 선생으로서 자질이 있느냐는 것과도 연결된다.

박신양은 과거 드라마 한 회당 출연료로 1억 600만원이라는 초유의 최고 출연료를 요구해 드라마 제작사협회로부터 영세한 드라마 제작사의 제작비 상승의 결정적 원인을 제공한 당사자라며 무기한 출연정지 결정을 받았던 전례가 있기 때문이다.

만학도로 ‘배우학교’에 입학한 이원종은 “과거에는 무대에서면 묘한 쾌감이 있었는데, 요즘 연기가 재미가 없다. 똥배우가 됐다”며 매너리즘을 고백하면서 “연기가 같잖은 적도 있었다. 요 정도면 되겠지 라고 생각한 적도 있었다. 마음에 들지 않는 배역을 OK한 적도 있다”고 털어놨다.

‘마음에 들지 않는 배역을 OK한 적도 있다‘는 것은 돈때문에 그랬을 경우가 많다. 박신양은 이원종의 이야기를 다 듣고 “왜 진심으로 잘 안느껴지죠?”라고 했다. 그러면서 치밀하게 계획되고 계산된 것보다 천진난만한 순수함 같은 걸 보고싶다고 했다.

회당 엄청난 출연료를 요구한 박신양도 앞으로 이 프로그램을 통해 이에 대한 답변을 해줬으면 한다. 연기에 대해 진지하게 접근하는 명품 배우로서 분명히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을 듯하다.

그런 이야기들은 ‘배우학교’를 진정성 있는 예능으로 갈 수 있게 할 것이다. ‘배우학교’는 리얼리티 프로그램이지만, 예능적 장치를 지니고 있다. 통증을 느끼는 유병재의 손을 잡고 양호실로 데리고 가는 도중 자막은 ‘병재야 가자‘, 배경음악은 ‘파리의 연인’ OST인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wp@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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