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리우드 황금시대(The Golden Age of Hollywood, 1920~1960)를 스크린으로 옮긴 영화 두 편이 차례로 개봉한다. 지금의 영화 제작 시스템이 발아하면서 할리우드의 ‘빅뱅’이 이뤄지던 시대, 지금보다 규모는 작지만 복작복작이면서 더 창의적인 이야기를 할 수 있었던 시대. 그래서 후대 영화감독들이 당시를 재구성하는 도전에 뛰어들게 만드는 매력적인 시대다.

1950년대 초반 할리우드 대작 영화 촬영 중 주연배우가 납치되면서 벌어지는 개봉 사수 작전을 유쾌하게 그린 ‘헤일, 시저!’(감독 에단 코엔, 조엘 코엔)는 24일 개봉했다. 1940년대 공산주의자 블랙리스트에 올라 가명으로 글쓰기를 이어나가야 했던 천재 각본가의 실화를 담은 ‘트럼보’(감독 제이 로치)는 오는 4월7일 개봉을 앞두고 있다.
‘헤일, 시저!’는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인사이드 르윈’을 연출한 거장 코엔 형제의 신작이다. 조지 클루니, 조슈 브롤린, 랄프 파인즈, 틸다 스윈튼, 채닝 테이텀, 스칼렛 요한슨 등이 출연한다. 감독과 배우 이름만으로도 관객들의 기대를 끌어올리기 충분하다.
캐피톨 픽쳐스의 대작 ‘헤일, 시저!’를 촬영하던 중 주연배우 베어드 휘트록(조지 클루니)이 의문의 남자들에게 납치된다. 스튜디오 대표 에디 매닉스(조슈 브롤린)는 사라진 배우를 찾으랴, 촬영장 이곳 저곳에서 터지는 사건사고들을 처리하랴 분주하다. 설상가상으로 할리우드 가십 칼럼니스트인 테살리 대커ㆍ소라 대커 쌍둥이 자매는 시도때도 없이 에디를 괴롭힌다. 이 와중에 떠오르는 방산업체 록히드 마틴의 스카우트 제안을 받은 에디는 영화계에 계속 남아있을 것인지 심각한 고민에 빠진다.
‘트럼보’는 1940년대에 40편 이상의 작품을 쓴 천재 시나리오 작가이자 할리우드 최고 몸값을 자랑하던 스타 작가인 달튼 트럼보(1905~1976)의 이야기를 그렸다.
사상이 자유롭던 40년대 초반 미국, 공산당원이 된 트럼보(브라이언 크랜스톤)는 ‘냉전’이라는 새 전쟁에 휘말린다. 반미활동 조사위원회(HUAC)에 의해 영화계 블랙리스트인 ‘할리우드 10’에 이름이 올라 철창 신세를 지게 된다. 출소한 이후에도 13년간 자신의 이름으로 작품을 발표하지 못하고 11개의 필명으로 활동을 이어간다. 그는 이때 발표한 영화 ‘로마의 휴일’과 ‘브레이브 원’으로 두차례나 아카데미 각본상을 수상하며 일대 파장을 일으킨다. 그가 만든 균열로 블랙리스트의 시대는 막을 내린다.

두 편 모두 ‘영화에 대한 영화’이면서 ‘영화 만드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다. 할리우드 황금기가 절정에 달한 1940~1950년대 미국을 배경으로 한 영화라는 점도 공통점이다.
1930년대 미국 경제 대공황은 역설적이게도 영화 산업을 발전시키는 토대가 됐다. 출구 없는 불경기에 꿈과 희망을 주는 할리우드 영화들은 관객들에게 저렴하지만 효과적인 도피처였다. 게다가 산업적으로는 스튜디오 시스템(계약을 맺은 스태프들이 스튜디오에서 영화를 제작하고 배급, 상영까지 수직적으로 통합한 체계)ㆍ스타 시스템ㆍ장르 시스템 등이 생겨나면서 지금의 할리우드 시스템의 토대가 만들어졌다.
신강호 대진대 교수(연극영화학부)는 “이 세 가지 시스템이 체계화되고 자리를 잡으면서 미국 영화산업이 전 세계 영화시장을 지배하게 됐고, 말 그대로 황금기를 구가했다”고 이 시대를 설명했다.

하지만 여전히 영화판의 플레이어들끼리의 ‘옥신각신’으로 영화가 완성되던 시대였다. 오동진 평론가는 “지금보다는 영화 공정 과정에서 기계적인 매뉴얼보다는 사람들의 관계가 더 큰 동력이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감독이나 배우 이름, 예산 규모에 따라 암묵적인 ‘등급’이 매겨지는 현재의 할리우드가 아니라는 이야기다.
‘헤일, 시저!’에서 에디 매닉스는 영화감독, 배우, 기자, 심지어는 배우 납치세력 사이에서 ‘조율’의 업무를 맡는다. 극중 ‘대작’ 영화 촬영 중에 갑자기 배우가 사라지는 좌충우돌 해프닝은 지금의 기계적 할리우드 제작 시스템이라면 도저히 상상할 수 없다. ‘해결사’ 에디 매닉스는 갈등을 중재하고 해결하는 인간의 역할을 보여준다. 역동적이고 변수가 가득했던 “창의적 꿈의 공장”(오동진 평론가)였던 셈이다.
‘트럼보’에서도 배우 커크 더글라스가 자신이 출연하는 영화의 시나리오를 들고 각본가인 트럼보를 찾아와 수정을 부탁하는 것도 현재 할리우드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장면이다. 감독이나 제작자, 각본가, 배우 등 영화의 플레이어들이 각자 부품처럼 기능하며 컨베이어벨트에서 조립하듯 영화를 제작하는 시스템이 굳어졌기 때문이다. 자연스레 감독이나 작가는 운신의 폭이 좁아질 수밖에 없다.

코엔 형제나 제이 로치 감독 모두 영화에서 ‘인간적인 할리우드’에 대한 향수를 깊게 투영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오동진 평론가는 “위대한 창조는 결국 사람들 사이에서 나오는 것이라는 점에서 감독들이 그 시절에 대한 복원과 복구를 꿈꾸는 게 당연할 것이다”라고 해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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